3개월에 4000만원 버는 사람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4. 19: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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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시간 동안 달려 이틀간 1300km 움직였다 왜?
15년간 찍은 사진 130만 컷 이상
하루 15-16시간씩 이동
온라인 플랫폼, 로케이션 마켓 열어

김태영(44) '로케이션 플러스' 대표는 국내 1호 '로케이션 매니저'다. 영화, 드라마, CF 등의 배경으로 쓸만한 장소를 섭외하는 일을 한다. 15년 전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로케이션 매니저’란 새로운 직업을 만든 셈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촬영지를 발굴, 섭외했다. 15년간 이동 거리는 60만 km. 지구 15바퀴에 해당한다.  그렇게 ‘아저씨’ '타짜’ ‘쌍화점’ 등 8편의 영화와 3000편의 TV CF에 참여했고, 평창 동계 올림픽 성화봉송 루트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출처: jobsN
김태영 로케이션플러스 대표

촬영 현장에 대한 관리 모두 맡아

로케이션 매니저란 말을 처음 듣습니다

영화, 드라마, CF 촬영 등에 어울리는 장소를 섭외해요. ‘촬영 장소 섭외자’라고도 합니다. 문자로 된 작품 콘티를 영상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이라 할 수 있죠. 사진을 잘 알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화면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캐치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사진 전공자가 주로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50명 정도 밖에 없어요.

촬영 장소는 어떻게 추천하나요?

평소 전국을 다니며 DB를 쌓습니다. 무수히 사진을 찍어두는거죠. 이걸 바탕으로 대본을 보고 적절한 장소를 추천합니다. 어울리는 장소가 떠오르지 않으면 새 장소를 물색하구요.

장소 추천하는 걸로 끝나나요?

아뇨. 주차, 물품 운송, 숙소, 식사에 대한 계획을 모두 짜야 합니다. 촬영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맡는 거죠. 그래서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 가장 마지막에 나갑니다. 심지어 불청객 관리도 해야 합니다. 촬영 중간에 술 취한 깡패가 온 적이 있는데, 경찰이 오기 전까지 제가 상대했어요.

로케이션 매니저의 매력은 뭔가요?

멋진 공간과 함께 하면서 공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우리 회사의 모토가 ‘공간과 사람을 잇다’에요. 모든 공간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걸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거에요. 공간을 찾아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해 사람과 이어주는 거죠.
출처: jobsN
김태영 대표

기계공학도에서 사진 전문가로 변신

로케이션 매니저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어릴 때 항공기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수원과학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죠. 수학, 물리 수업이 많은데, 대학에 와서 적성에 안 맞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다 제대할 때쯤 사진에 관심이 생겼어요. 다시 수능을 준비해 신구대학 사진과에 입학했고, 98년도 졸업 후 촬영 일을 시작했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 졸업앨범, 학사모 사진 등을 찍었죠. 하지만 맘 한 켠에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구가 늘 있었습니다. 그러다 외국에 로케이션 매니저란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2년 4월, 대학 동기 두 명과 함께 로케이션 매니저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500만원씩 내서 숙명여대 앞 건물 지하에 4평짜리 사무실을 마련해 카메라 3대와 컴퓨터 2대로 일했습니다.

처음 참여한 촬영이 뭐였나요? 

영어학원 사이버 강좌를 촬영했어요. 대학교 인터넷 강의 촬영에도 참여했습니다. 본업과 거리가 있었죠. 이후 광고 회사, 영화 프로덕션 등을 찾아다니며 홍보 자료를 나눠줬습니다. 제일 처음 맡게 된 CF가 SK 주유소 광고였습니다.
출처: jobsN
김태영 대표와 직원들이 전국을 돌며 장소를 찾고 섭외하면 영화 촬영이 이뤄진다.

하루 15-16시간씩 이동

일하며 어려운 점은 뭐가 있나요?

운전을 많이 해요. 하루 15-16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이틀간 1300km를 운전한 적이 있어요.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많죠. 위험한 상황이 많습니다. 들개에게 물릴 위기가 있었고, 비포장 도로를 후진으로 30km 달린 적도 있어요.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장소를 섭외하려고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 곳에 들어간 기억도 나네요.

좋은 장소는 모두 촬영이 가능한가요? 

허가를 받아야 해요. 그런데 허가처를 알 수 없는 장소가 많아요. 바다 앞 주차장을 섭외한 적이 있어요. 촬영 허가를 받기 위해 근처 테마파크에 문의하니 ‘우리가 관리하는 곳이 아니다. 시설관리공단에 연락해보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래서 시설관리공단에 연락하니 ‘촬영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며 항만공사에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항만공사에 연락하니 그제서야 '보안상 문제가 없으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어요.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자 마자 문제가 터지더군요. 테마파크 직원이 찾아와 ‘여긴 우리 부지인데 누구 허가 받고 촬영하는 거냐’며 항의한거죠. 처음 통화한 사람이 매표소 직원이라 내용을 몰랐던 겁니다. 이런 식의 사고가 자주 발생해요. 공문을 보내도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하면 도둑촬영을 감행하기도 해요.

장소 섭외 비용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영화 ‘아저씨’, ‘타짜’의 경우 모든 촬영 장소를 우리가 섭외했습니다. 영화 ‘아저씨’는 6개월 간 60여 장소, ‘타짜’는 3개월 간 70여 장소를 섭외했죠. 4000만원 정도 받았어요. 작업 소요 기간, 촬영 장소, 일의 난이도, 필요한 직원 수, 섭외 경비 등을 고려해 견적을 냅니다. 배우 김수현이 주연을 맡을 내년에 개봉할 영화도 작업하고 있어요. 7개 장소를 섭외하고 700만원 받습니다.

재밌는 직업? 근성 갖춰야 성공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지원자는 많아요. 그런데 적합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취업난이 아니라 채용난입니다. 이 일 하고 싶어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에서 지냈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3개월 만에 그만두고 내려갔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힘들고 복잡하니까 중간에 그만둔 거죠. 이런 사람이 많습니다.

근성이 필요한 것 같네요. 

회사에 23살 짜리 사원이 한 명 있어요. 우리 회사에 들어오려고 6개월 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왔습니다. 3주간 207번의 히치하이킹을 해 전국일주를 했어요.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해 인천 송도, 전남 나주, 울산, 강릉 등을 거쳐 서울로 돌아왔죠. 지출비용은 3주간 15만원이 전부였습니다. 숙박은 지역 업체에서 무료로 공급받거나 길거리 벤치, 경기장 락카룸 등에서 해결했다더군요. 이 정도 근성과 추진력이 필요해요. 우리는 직원들을 ‘전투요원’이라 부릅니다. 일이 거칠어서 ‘여행하고 사진찍고 재밌겠다’란 생각으로는 오래 못버팁니다.

앞으로 목표는요? 

1년 전 로케이션 마켓(LOMA)을 오픈했어요. 촬영 장소를 온라인으로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는 유료 플랫폼입니다. 15년 간 모은 130만컷 이상의 국내 로케이션 정보를 제공합니다. 1000만원을 지불하는 고객 1명이 아니라 이용료 10만원을 내는 고객 100명을 유치하기 위해 개설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 종사자를 위한 교육 컨텐츠를 만들고, 웨딩이나 여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어요. 최종 목표는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이 없어질 정도로 로케이션 마켓을 활성화시키는 겁니다.

jobsN 김윤상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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