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전교1등→고3 자퇴 6개월만에 9급공무원 합격

조회수 2020. 9. 24. 19: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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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청 18세 토목직 공무원 이유있는 도전기
6개월만에 9급 토목직 합격
고등학교 중퇴 후 시험에 집중
청렴한 공무원이 되고 싶어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도 했던 수재가 학교를 자퇴한다. 그리고 6개월간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다. 아직 미성년자인 이 18살 공무원이 현재 일하는 곳은 제주도청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최근 13명의 9급 토목직 공무원 합격자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김선희(18)양이 유일한 여성이자 10대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 양은 고3이 된 올해 3월 학교를 자퇴했다. 이후 6월 필기시험과 8월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 9월 26일부터 제주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 양이 자퇴한 제주외고는 2004년 개교해 역사는 짧지만, 제주 지역의 명문고 중 한 곳이다. 김 양은 이 학교 중국어과 출신으로 고2 시절 전교 1등을 한 바 있다. 성적을 그대로 유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9급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임명장을 받는 김선희씨/jobsN

고등학교 중퇴 후 시험에 집중

고3이 자퇴하고 공무원이라뇨. 

외교관을 꿈꿨어요. 영어를 좋아했고, 외교에 관심이 많았죠. 그런데 외교관이 되려면 대학에 가고 외교원 시험을 통과해야 해요. 그 이후에도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죠. 오래 기다리고 경쟁하는 게 싫었어요. 사회에 빨리 진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외교관 대신 일반 공무원을 택했어요. 자퇴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들 물으시는데, 어차피 해야 할 거 빨리 한 거에요.

김 양의 선택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의외다. 정상적이라면 부모의 거센 반대에 부딪힐 상황. 그러나 아버지 김남국씨는 적극 지원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걸을 필요 없잖아요. 대학만 바라본 채 이후의 삶을 고민하지 않는 것보다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씨를 가르친 교사들은 아쉽지만, 제자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평소에 모범적으로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으로 신뢰했기에 학생 의견을 존중합니다. (이종실 제주외고 교장)

시험 준비는 언제 시작한 건가요. 

작년 12월 결심해 올해 1월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필기시험이 6월이라 촉박했죠. 그런데 학교에선 수능 준비 외에 다른 공부를 하기 불가능했어요. 학교를 다니며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문과생이 토목직을 선택한 것도 독특해요.

아버지가 토목직 공무원으로 일하셨고, 언니도 제주시청 토목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런 아버지와 언니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나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6개월간 하루 12시간씩 공부

김선희씨가 공부하면서 만든 노트/jobsN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잠이 많은 편이에요. 8시간씩 충분히 잤어요. 대신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도서관을 떠나지 않고 공부했어요.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12시간 공부한 것 같아요. 응용역학개론과 토목설계 과목이 제일 취약해 각각 3시간 이상 투자했구요. 나머지 시간에 한국사, 국어,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과목별로 공부 방법을 알려주세요.

인강을 들으며 공부했어요. 중고등학교 때 한국사를 배우긴 했지만 공무원 한국사는 어렵더라고요. 처음 배운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선생님이 오티 강좌 때마다 꼭 들으라며 강조했던 수업이 있어요. 그런 기본 강의를 모두 들으려 했던 게 실수였죠. 너무 강의에 의존해 스스로 정리할 여유가 없었어요. 강의 몇 개를 선택해 집중하는게 필요해요.
영어는 제일 자신 있는 과목이었죠. 중학교 때부터 미국 드라마로 공부하며 실력을 쌓았어요. 어려운 어휘 문제는 과감히 버렸어요. 풀 수 있는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모의고사를 이틀에 한 번씩 풀었습니다. 기출 문제보다 어려운 문제를 풀면서 실전에 대비했어요.
응용역학개론과 토목설계가 제일 어려운 과목이었어요. 인문계를 나와 물리, 과학은 생소했어요. 암기가 제일 중요해요. 문제풀이를 하며 암기했던 공식을 대입했습니다. 시험장 나올 때까지 이해했던 부분은 10%도 안돼요. 읽어서 암기되는 게 아니라 다 수식이에요. 수식, 도표를 그리며 무조건 외웠어요.

시험 볼 때 시간 분배는 어떻게 했나요? 

5과목 100분 시험이었어요. 국어 15분, 한국사 12분, 영어 12분, 남는 시간에 응용역학개론과 토목설계를 풀었어요. 모의고사 때 85분 내로 풀도록 훈련했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면접은 어땠나요?

면접은 1배수였어요.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큰 부담 없이 면접에 임했어요. ‘지하수 보존과 관련해 제주도 도민의 의무는 무엇인가’, ‘국제자유도시의 개념을 설명하라’ 등 예상 못한 질문이 많았어요. 당황해서 답변을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김선희씨 옆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본 책을 쌓아뒀다./jobsN

돌아갈 곳 없으니 절박한 마음으로

6개월은 매우 짧은 기간인데요. 단시간에 합격한 비결이 있나요?

공부가 하기 싫은 날도, 집중이 어려운 날도 있어요. 그래도 무조건 도서관에 갔습니다. 책만 펼치고 앉아 있더라도 일단 가는 거에요. 남들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하루 정도 쉴 수도 있다지만 시간이 부족해 그럴 수 없었어요. 하루하루가 소중했습니다.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6개월 준비해 시험보면서 하루를 쉬려 하느냐’며 스스로를 꾸짖었어요. 고등학교를 자퇴해서 돌아갈 곳이 없었어요. 더 절박한 마음으로 공부했습니다. 시험을 2주 앞두었을 때는 하루에 한 끼만 먹었어요. 시간이 아까웠고, 공부 흐름이 끊기는 게 싫었어요.

정말 의지가 강한 것 같네요. 

조금도 안 쉰 것은 아니에요. 1주일에 딱 한 번, 15분 정도 짧은 미국 드라마를 봤어요.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었죠. 정말 집중이 안 될 때는 미국 여행 계획을 세웠어요. 시험 끝나고 기분 좋게 여행 갈 생각을 하며 버텼죠.

목표가 있다면요?

한 분야에만 치우치고 싶지 않아요. 다양한 방면의 능력을 갖추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모범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공무원으로서 지켜야할 의무들이 있잖아요. ‘청렴의 의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공무원이 되야 한다고 스스로와 약속했어요.

jobsN 인턴기자 김윤상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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