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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으로 감사원·공기업 동시 합격 33세 청년

조회수 2020. 9. 24. 18: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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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합격 후 이공계의 꿈 '기술사 자격증'까지

약 400여개의 국가 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최근 국가기술자격취득자 수기 공모전을 실시했다. 대상은 감사원 직원인 유준형(33)씨. 그는 20대 중반에 토목기사와 건설재료시험기사 자격을 취득해 한국도로공사 입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공사 입사를 포기하고 준비한 7급 공무원 시험에서 자격증으로 우대 점수를 받아 감사원에 입성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토목분야의 최고 등급 자격증인 토목시공기술사까지 땄다. 

100세 시대인만큼 훗날 은퇴를 하더라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자격증이 필요했습니다.

국가자격증은 기능사→산업기사→기사→기능장→기술사 순으로 등급이 높아진다. 기술사는 10년을 준비해도 못 붙는 수험생이 많은 최고 난이도의 자격증이다. 기사 자격증을 먼저 따고 관련 분야에서 실무 경험 4년을 쌓으면 기술사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긴다.


유씨는 2010년 토목 공무원 임용 후 2013년 초부터 토목시공기술사 공부를 시작했다. 합격 시기는 약 3년 후인 2015년 말.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최고 등급인 기술사의 취업률은 86.7%. 평균임금은 연 3815만원이다. 고용유지율도 82.3%로 가장 높다. 이 가운데 토목시공기술사는 매년 100여명 가량, 역대 1100여명이 딴 자격증이다(2014년 기준). 전문성을 인정 받아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겨도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30대 초반에 평생 직업을 준비한 그의 대상 수기문을 소개한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추가 인터뷰를 통해 보충했다. 

그동안 딴 자격증들을 들어보이고 있는 유준형씨/jobsN

24살에 공기업 합격 

자격증은 두께 0.5cm의 얇디얇은 수첩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열정, 시간, 노력의 총아다. 요즘 대기업에 가는 친구들도 자격증 3개 정도는 딴다. 14년 전 연세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해 일찍 건설분야 공공기관에 취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군대를 다녀와서 토목기사 시험을 준비했다. 토목 분야는 6과목이다. 한두 달을 공부해 취득했다. 한 발 더 나갔다. 건설재료시험기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토목 시공에 쓰일 재료 성질을 측정하고 강도를 재는 능력을 따지는 시험이다. 건설현장에서 사용할 시멘트 성분 배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같은 실전 지식을 묻는다.

건설재료시험기사는 당시 토목공학도는 대부분 따지 않는 자격증이었다. 대개는 토목기사정도만 땄다. 그런데 욕심을 내서 이 자격증을 따고 만 24살에 한국도로공사에 신입으로 지원해, 덜컥 합격했다.  


놀랍게도 도로공사 필기시험에 토목기사와 건설재료시험기사의 기출문제와 같은 유형이 많이 나왔다. 가령 체가름시험에서 조립률(F.M)을 구하는 문제가 나왔는데, 내가 건설재료시험 기사를 공부했기 때문에 맞힐 수 있었다. 


면접에서 다른 지원자들이 없는 자격증에 대해 이야기해 가점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입사를 포기했다. 학교를 1년 반이나 남겨두고 합격했기 때문이다. 취업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거나,출석하지않고 남은 학점을 채울수 없었다.


2007년에 복학했다. 목표를 7급 토목직 공무원으로 설정했다. 2008년에 보기 좋게 낙방했다. 2009년 2월 졸업하고 재응시해 7급 공무원이 됐다. 토목기사와 건설재료시험기사 자격증으로 입사에 적지않은 가산점을 받았다.


이외에도 정보쳐리기사 등 자격증을 10개 이상 땄다. 나의  공부원칙은 반복이다. 일반 공채시험과 달리 자격증은 기출문제를 반복해푸는게 좋다. 하루 4~5시간씩, 지난 5~10년치 기출문제를 풀면 시험이 조금 다르게 나와도 응용해 풀 수 있다.  


남들이 안 보는 책들도 많이 봐야 한다. 과목별 유명한 책뿐 아니라, 잘 안 보는 덜 유명한 책들을 추가로 보면 차별화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했다.  

유준형씨와 가족들/jobsN

출퇴근 길 스마트폰을 이용한 기술사 공부 

감사원에 입사하고 기술사 자격증 취득의 꿈을 꿨다. 앞서 설명했듯이 토목직 공무원으로 입사한지 4년이  지나면 기술사 자격증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 공학도라면 기술사를 취득하는 것을 결혼, 출산에 버금가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뽑는다.  


토목분야에서도 기술사 자격증은 토목구조기술사, 수자원기술사 등 10가지가 있다. 메인이 토목시공기술사다. 합격 경쟁률은 100대1을 훌쩍 넘는다. 기술사는 기사와 차원이 다르다. 서술형 12개 문제, 단답형 10문제를 푸는데, 4교시에 거쳐 46페이지에 달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가령 ‘다리를 건설할 때 주탑을 세운다. 주탑을 시공할 때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느냐’ 같은 문제가 나온다.토목 이론을 넘어, 실제 시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계획을 상세하게 써야 한다. 그래서 정답이 없다. 글만 쓰는 게 아니라, 그림과 도표, 공식을 적절히 섞어야한다.


범위는 넒다. 댐, 항만, 공항도로 등 다양한 사회간접 자본시설(SOC)을 짓는 공정방법을 잘 알고 있어야한다. 10년을 공부했지만 못 딴 사람도 있다.


나는 3년이 걸렸다. 일단 학원을 갔다. 강사들이 분야별로 뼈대를 잡아준다. 2013년 여름 반년 정도 주말을 이용했다.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을 듣고, 평일에는 일이 끝나면 새벽까지 기출 문제를 풀었다.  


잦은 야근과 회식이 걸림돌이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었다. 상사에게 시원하게 깨지고(?) 온 날이면 공부를 포기하고 술을 벗 삼아 잠에 들었다. 감사원 특성상 감사 업무가 몰릴 때는 일에 집중해야 했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이용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출퇴근은 해야 한다. 그 시간에 일하라는 상사는 없다. 

감사원이 있는 삼청동에서 집이 있는 잠실까지 출퇴근 시간은 30~40분 정도. 스마트폰에 기출문제를 다운받고, 매일 아침에 2문제씩 눈으로 읽어가며 머릿속으로 풀었다.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10개 정도의 기출문제를 풀었다. 

2014년 하반기부터 1년간 매일 그랬다. 기술사 시험을 준비한다면 머릿속으로 답을 열심히 쓰는 방법을 권한다. 어려운 시험은 때와 장소,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머릿속으로 공부해야 한다.


슬럼프도 있었다 .일 때문에 일주일 이상 제대로 공부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결혼 준비도 같이 했다. 결혼할 예비신부에게는 양해를 구했다. 주저앉고 싶을 땐 주문을 외웠다. 

모든 직장인이 요즘 다 자격증 공부한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결국 기술사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토목시공기술사 자격으로 훗날 시공업자로 일하면 공사도급 계약을 체결할 때 후한 대금을 받을 수 있다. 기술사가 아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일을 해도 경제력 차이가 난다.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것도 수월한 편이다. 


물론 자격증만으로 노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먼 미래에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유망직업이라고 표현하기도 어렵다. 아직 이 분야에서 일을 하겠다는 것은 최소 20년 뒤의 일이다. 다만 나의 평생 직업 전문성을 찾았다는 것이 뿌듯하며, 공학도로 최고에 도전해 꿈을 이뤘다는 것에 만족한다.


자격증은 내 인생을 이끈 원동력이다. 이걸로 꿈의 직장 두곳에 합격했다. 취업이 어려울 때 객관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방법은 자격증만 한 게 없다. 


자격증을 딸 때 무엇보다 자기가 행복해야 한다. 나는 토목이 우리 사회의 기본이 되며, 풍족하게 해주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상하수도, 철도, 댐 등 국민 생활에 필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 사명감을 갖고 도전하면 좋은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믿는다.

jobsN 이신영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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