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만 매년 1000만원 받는 20살 여대생 전공은?

조회수 2020. 9. 24. 18: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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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에 국제기능올림픽 출전해 금메달
제과제빵 부문 금메달 수상자 유재희씨
밤샘 연습으로 응급실 실려가기도
작년에만 상금 8천만원…평생연금 받아
스무살이던 작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출전해 제빵직종 금메달을 딴 유재희(21)씨. 국제 기능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는 상금 6730만원과 매년 10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다.

그는 2016년 최연소 스타기술인 홍보대사가 됐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기술과 능력으로 인정받은 사람을 선정해 주는 직함이다.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주는 연금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받는 국민연금과는 다르다. 제빵 관련 창업이나 취업을 하면 바로 나온다. 


대한민국 여성 예상 수명이 84세. 말하자면 유씨는 앞으로 60여년 간 7억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상금 등을 합치면 20살에 거의 10억원 수입을 보장 받은 셈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제빵을 시작한 유재희씨 / jobsN

고등학생 때 전문적으로 시작한 제빵, 기능 올림픽에 나가기까지

유재희씨는 경희대학교 조리서비스경영학과 2학년이다. 특성화고인 동광산업과학고등학교 조리과학과를 나왔다. 스스로 제빵 경력을 19년이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그를 임신한 상태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기 때문이다. 

제과 제빵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어머니가 빵집을 운영하셨어요. 항상 빵 반죽을 가지고 놀았죠.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에요. 제과제빵기능반이 따로 있었어요. 처음에는 궁금해서 들어갔는데 재미있고 적성에 맞았습니다.

유씨가 금메달을 딴 국제기능올림픽은 국제 청소년 기능경기대회다. 만 22살 이하만 출전할 수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전국기능대회에서 3위 내에 입상해야 출전권을 얻는다.

기능경기대회를 출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대회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계속 빵, 케이크만 만들다가 선배가 대회를 준비하려고 설탕공예를 하는 모습을 봤죠. 출전작품들을 보고 반했어요.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대회 출전을 목표로 지방대회부터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처음부터 목표가 국제기능올림픽 출전이었나요?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우선 코 앞에 닥친 대회부터 1등해야지'라는 마음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지방기능경기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 1등을 하게 됐어요.

대회 준비는 쉽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권이 달려있던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제시간에 빵을 완성되지 않았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각성효과가 있는 에너지 음료를 하루 대여섯개씩 마셨다. 


무리한 연습은 저혈압으로 이어졌다. 결국 대회 일주일 전 쓰러지고 말았다. 입원한 지 하루만에 퇴원했다. 

아무리 대회가 중요하지만 무리한 것 아닌가요?

시간이 정말 없었어요. 의사선생님께서는 말리셨지만 불안했습니다.더 연습해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컸죠. 몸이 힘든 지도 몰랐어요.

퇴원하고 대회 전까지 계속 밤을 새가며 연습했다. 대회 당일에 처음으로 제한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했다. 좋은 성적을 받아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권을 얻을 수 있었다.

항상 시간을 못 지키다가 대회장에서 처음으로 완성했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온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어요. 밤샘 연습의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한복을 입고 금메달을 받은 유재희씨 /jobsN

한복입은 금메달리스트

유씨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원래는 1위만 제과제빵 통합으로 올림픽 출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제과와 제빵이 나뉘어 유씨는 운 좋게 제빵직종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올림픽 준비가 힘들지는 않았나요?     

올림픽이 있던 해에 딱 스무살이 됐어요. 대학도 입학했는데, 대회 준비를 위해 바로 휴학을 했죠. 연습이 하기 싫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놀고 싶었죠. 그럴 때마다 지도위원님과 부모님께서 다잡아주셨어요. 다시 정신차리고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막판에는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요.

올림픽은 어땠나요?

4일간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매일 4시간동안 작품을 3~4개씩 만들어요. 작품 숫자가 많다 보니 다 완성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었어요. 저도 시간에 쫓기면서 완성했습니다. 실수도 많이 했고요. 다른 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심사위원들이 조언을 많이 조언해줬고, 지도위원님은 제가 다른 선수 작품을 일부러 못보게 했어요. 덕분에 제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한복을 입고 상을 받았더군요. 

시상식 전날에 여자 선수들끼리 다 같이 한복을 입기로 약속했어요. 상을 받든 안 받든 한국을 알리려고요. 외국 선수들이 옷을 보고 말을 걸고 사진도 함께 찍자고 해 자랑스러웠습니다.

금메달을 받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사실 그 전에 미리 지도위원님이 귀띔을 해주셨어요. 그때는 실감이 안 나 담담했어요. 막상 시상식 때 무대 위로 올라가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항상 저를 응원하고 지원해준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유재희씨 /유재희씨 제공

작년 상금만 8000만원, 더 발전하고 싶어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상금과 전국기능경기대회 1위 상금, 장학금을 포함해 지난해에만 8000만원 상당의 상금을 받았다. 아직 학생이라 연금은 받지 못했다. 프렌차이즈 제과·제빵사 평균 연봉인 2500만원의 3배가 넘는다.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동탑산업훈장, 강원도 인재상, 대한민국 인재상 등을 받았다. 

2015년 상을 참 많이 받았네요? 

네. 대한민국 인재상부터 국회의원 상까지, 국가에서 주는 상은 다 받은 것 같아요. 훈장도 받았죠. 살면서 이렇게 상을 많인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얼떨떨했지만 노력을 보상받은 것 같아 정말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다른 대회에도 나갈 예정이 있나요 ?

아직은 생각이 없어요. 대회 준비 때문에 수업을 많이 못 들어서 당분간은 학교생활에만 충실할 예정입니다. 여유가 되면 또 다른 세계 대회도 도전하고 싶어요.

취업 계획은 세워뒀나요? 

주변에 취업 걱정을 하는 선배들이 많아요. 제빵과 같은 미예(美藝 ) 직종은 취업이 잘 안되거든요. 취업을 한다 해도 연봉이 높지 않아 대부분 창업을 생각하죠. 저는 아직 취업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요. 유학을 가서 더 배우고 싶기도 하고, 언젠가 저만의 가게를 내고 싶기도 해요.

앞으로의 목표는요?

가끔 특별강사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데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최고가 될 수 없다.” 함께 했던 학생들이 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 앞으로 후배들을 키우고 싶어요.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는 기술인이 되고 싶습니다.

jobsN 이지예 인턴 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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