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에 '동아리 회장, 밴드' 경험 쓰지마!
면접관: “마라톤이 취미라고 돼 있네요? 완주 경험도 있으시고.”
지원자: “4시간 정도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면접관: “최근 완주 때 어떤 구간이 제일 힘들었나요?”
지원자: “오르막길이 힘들었습니다.”
면접관: “오르막이요? 너무 모호한데. 오르막 구간이 어디였죠?”
지원자: “그게… 기억이 잘 안납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랬는지.”
면접관: “마라톤 완주하려면 사전에 코스를 공부해 완전히 숙지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기억이 안난다뇨. 처음부터 끝까지 코스 묘사를 한 번 해보시죠.”
지원자: “…”
작년 진행된 KEB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 대졸 신입 직원 공채 실무자 면접의 한 장면이다. 면접 결과 해당 지원자의 마라톤 완주 경험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탈락했다.
하나은행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에 쓸 게 없으면 그냥 비워두는 게 낫다. 거짓을 기입하면 면접 과정에서 금융권에서 강도 높기로 유명한 면접 과정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우리나라 1등 은행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하나은행은 금융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전형 절차를 갖고 있다. 합병 전 하나은행의 평균연봉은 7300만원, 구 외환은행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다.
서류전형 : 생각없이 밴드·동아리 회장 경력썼다가는 낭패
하나은행의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 필기전형, 합숙 면접, 임원 면접 등 4단계. 이 가운데 합숙 면접이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합숙면접 단계에서 지원자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뜻이고, 가능한 많은 인원을 해당 단계에 참여시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나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서류 통과 인원 수가 많다. 다른 은행은 일반적으로 접수 인원의 5% 내외만 서류를 통과하지만, 하나은행은 10%를 넘는다.
가능한 직접 보고 뽑자는 게 인사 원칙 (하나은행 관계자)
하나은행 역시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자소서에 어학 성적, 자격증 등 스펙을 적는 란이 없다. 작성도 간단한 편이다. 문항은 5가지인데 각각 띄어쓰기를 포함해 1200바이트 내외다. 대략 600자 내외다.
자소서에서 핵심은 자유롭게 쓰면서 추상적인 표현을 피한다는 것.
가급적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을 써야 한다. (하나은행 관계자)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본인의 경험을 과장하거나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면접 과정에서 자소서에 나온 내용을 강도 높게 검증한다. 글머리에 등장한 마라톤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별 생각없이 최근 유행하는 스펙을 과장해서 적는 것도 삼가야 한다. 작년 하나은행 입사 지원자 중에 유달리 음악 밴드 경험을 적은 사람이 많았다. 인사부 직원들이 이런 자소서를 반복해서 읽는다. 당연히 신선한 맛이 없다. 또 입사 지원서를 보면 누구나 동아리 회장을 했다고 한다. 확인할 수 없으니 적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나은행은 면접에서 사실여부를 캐낸다.
jobsN 박유연 기자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