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관객영화, A4한장으로 만들어요. 영화포스터 만드는 '꽃피는 봄이오면'

조회수 2020. 9. 24. 14:0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한국영화포스터 22년째 만듭니다
22년 동안 영화포스터 제작 '꽃피는 봄이오면'
반지하사무실에서 시작 → 직원 20명
1400만 관객 동원한 <국제시장>포스터 제작

작년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는 775만명이 봤다. 흥행에는 영화포스터가 큰 힘이 됐다. 포스터의 황정민 얼굴을 반으로 접어 자신의 얼굴에 댄 뒤, 인증샷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진 것.


이 포스터는 포스터 전문 제작사 '꽃피는 봄이오면(이하 꽃봄)'이 만든 것이다. 꽃봄은 22년째 영화 포스터를 제작하고 있는 회사로, 1200만명이 본 <암살>, 1400만명이 본 <국제시장>의 포스터 등을 만들었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인천상륙작전>까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함께하고 있다. 꽃봄의 김혜진(46)대표를 만났다. 

포스터를 얼굴에 대고 사진을 찍은 황정민 / 꽃봄 홈페이지

영화 <박하사탕>부터 <인천상륙작전>까지

꽃봄 김혜진 대표/jobsN

-언제 꽃봄을 열었나요?

1994년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학교 선배들과 사무실을 차렸어요. 반지하를 싸게 빌렸죠. 1년이 지나고 모두 흩어져 저 혼자 남았어요.

-계속 혼자 했나요?

5~6년 정도 혼자 했어요. 한 번 시작했으니 계속 해보자고 결심했거든요. 그후로 일이 많아지면서 한두명 씩 늘어나 지금은 20명이 됐죠.

-처음 제작한 영화포스터는 뭔가요?

설경구 주연의 <박하사탕>입니다. 처음으로 만든 한국영화 포스터에요. 홍익대 선배였던 이현승 감독이 <박하사탕>을 제작하던 명계남 대표에게 절 추천했어요.
이창동 감독 <박하사탕>포스터 (왼), 류승완 감독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포스터 (오) / 꽃봄 홈페이지

-어땠나요?

99년 2월 쯤 시작해 2000년 1월 개봉할 때까지 1년 정도 작업했어요. 포스터 외에도 만들게 많았거든요. 시나리오북, 광고배너, 보도자료 등 각종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모두 했어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 번 수정해야 해서 힘들었어요. 앞으로 기업광고만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왜 그만두지 않고 계속했나요?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만나면서 눈을 떴어요. 노개런티로 작업 했는데요. 그만큼 제작환경이 열악해 개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였어요. 그런데 7만 관객으로 대히트를 쳤어요. 당시 개봉관 수를 감안하면 크게 성공한 거였죠. 서울극장 매표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거든요. 영화를 함께한 스텝으로서 무척 뿌듯했고,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꽃봄 사무실에 제작한 포스터가 붙어있다 / jobsN

시나리오만 보고 완성된 영화를 상상하며 포스터 제작

-제작과정이 궁금해요.

일단 시나리오를 읽어요. 그리고 시안을 짭니다. 상상으로 포스터 컨셉을 잡는거죠. 개인적으로 이걸 선호합니다. 촬영이 끝나고 일이 들어올 경우도 있는데요. 이땐 영화를 보고 만들어요.

-최근 영화를 보고 만든 포스터는 뭐가 있나요.

6월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요. 보지 말았어야 했어요. 전 영화보다 좋은 포스터를 만들어 영화에 도움을 줘야한다는 소명감이 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자신감을 잃었어요. 영화의 매력을 포스터 한 장에 담을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박찬욱 감독님은 엄청난 에너지를 줘요. 작품을 망치지 않기위해 노력했어요.

-‘꽃봄’이 만든 포스터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뭔가요?

<박쥐>요. 이건 영화를 안보고 만들었어요. 상상력을 더할 수 있었죠. <색계>도 애착이 가요. 원래 중국판 포스터는 정치극이미지를 강조해서 무서운 느낌이었어요. 한국으로 수입하면서 멜로를 강조하기로 했죠.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이안 감독<색,계> 포스터(왼),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박쥐> 포스터 (오) / 꽃봄 홈페이지

상업영화는 쉽고 간결하게 만들어야

-1년에 몇 편이나 작업하나요?

일년에 10편, 한달에 1편정도 제작합니다. 1년에 28편 만든 적도 있는데요. 지금은 영화말고 광고 디자인도 함께 하고 있어서 영화 포스터 제작은 줄인 상태입니다.

-수입은요?

꽃봄이 영화 포스터 제작으로 유명해졌지만 화장품 지면광고, 로고제작, BI(Brand Identity), CI(Coporate Identity) 같은 기업광고를 더 많이 해요. 영화 작업은 명성에 비해 그렇게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해요.(웃음) 물론 디자이너로서 무척 가치있는 작업이죠.
꽃봄 사무실/jobsN

-천만영화, 흥행영화 포스터를 많이 만드셨어요. 상업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법칙같은 게 있나요?

<국제시장>, <암살>같은 영화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봅니다. 주로 7월, 12월 극장가를 겨냥해 만드는 영화들이죠. 대중적으로 시안을 짭니다. 흔히 말하는 '예술'을 고집하는 디자이너는 이기적인거에요. 영화의 주제를 쉽고 간결하게 전달해야 하죠.

-보통 주연배우의 얼굴이 크게 나오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배우를 강조해요. 상업영화는 인지도가 높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들이 나와요. 이들을 부각하는 게 가장 안전해요. 얼굴을 크게 잡는 클로즈업을 하는거죠. 황정민처럼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주인공이면, 뒤로 숨길 필요가 없잖아요.
윤제균 감독 <국제시장> 포스터 (왼), 최동훈 감독 <암살> 포스터 (오) / 꽃봄 홈페이지

대중이 원하는 감성을 읽어야 해요

-20년 이상 포스터를 제작한 비결이 있을까요?

대중의 욕구를 잘 알아야 합니다. 마음에 들 때까지 물고 늘어져요. 제 마음에 안드는데, 반응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제가 봤을 때 좋아야 큰 반응이 와요. 제 눈이 높아서가 아닙니다. 관객·대중의 눈이 가장 정확해요. 그걸 읽으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좋은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나요?

쉴 때도 무언가를 계속 봐요. 옷, 가구, 꽃시장, 갤러리. 끊임없이 보고 다녀요. 눈에 입력하는 거죠. 감각은 쉽게 배울 수 있는게 아니에요.

-대중이 좋아하는 감성이 따로 있나요?

대중은 뻔하면 안 봐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서 조금 앞서가야해요. <몽정기>, <집으로>포스터는 애니메이션을 섞어 만들어 당시에 인기가 많았어요. 지금은 이런 스타일로 제작하면 눈에 안 띄어요. 익숙한건 재미없거든요. 대중이 원하는 것보다 조금 더 새롭게 만들어야 팔려요. 그렇다고 너무 앞서가도 안돼요. 이게 참 어려워요.

-디자이너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꾸준히 열심히 하세요. 전 24살에 일을 시작해 출산 때 한 달 쉰게 전부에요. 끈기가 필요해요.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하죠. 10년을 하면 무엇이든 돼요. 10년을 해도 아무것도 못하면 10년을 헛되이 보낸거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시작하세요. 그리고 계속 하세요.

jobsN 최슬기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