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평짜리 동아리방에서 매출 10억 음료전문점

조회수 2020. 9. 23. 13: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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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프랑스·일본 등 글로벌 음료 팔아 차별화
세계음료전문점 '베브릿지' 한국외대 학생
4평짜리 동아리 방에서 우여곡절 끝에 창업
인터넷 여행 후기에서 본 누텔라 셰이크 아니야? 달지 않고 맛있다는데….

서울 동대문구 ‘현대시티아울렛’ 지하 2층. 베트남·프랑스·태국·스페인 등 20개국의 국기가 걸린 2평짜리 테이크아웃 매장에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메뉴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태국의 국민 밀크티 ‘타이티’, 녹차 맛이 나는 일본의 ‘맛차라떼’, 초콜릿 잼 누텔라를 음료로 만든 프랑스의 ‘누텔라 셰이크’...


이 음료전문점은 30여개국의 현지인들이 즐기는 음료를 만들어 파는 가게다. 말하자면 한국의 향토 음료인 식혜나 수정과를 미국에서 파는 곳으로 보면 된다. 가게 이름은 베브릿지(BE:BRIDGE). 음료(Beverage)와 다리(Bridge)의 합성어다. 

출처: jobsN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 베브릿지 매장

현대백화점이 지난 3월 중순 문을 연 아울렛 지하 2층엔 밀탑·공차 등 요즘 '핫한' 음료수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대만 대표 음료브랜드 공차도 이 중 하나였다.

진짜 정신없어요. 평일 성수기에는 500잔, 주말에 600잔 이상 팔려나가고 있어요. 비수기에도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원래 목표는 주위 경쟁 매장 매출의 절반만 내자는 것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주위 매장들이 우리 절반 정도를 파는 것 같아요.

베브릿지 창업자 조현우(30·한국외대 이란어과 4학년) 대표의 말이다. 그와 함께 베브릿지 부대표를 맡은 김연지(25·한국외대 경영학과 4학년)씨는 여전히 졸업 학점을 남겨둔 휴학생 신분이다.


이들은 2014년 홍대 1호점, 외대 2호점을 시작으로 최근 현대시티아울렛을 뚫은 ‘사장님’이다. 창업 첫해인 2014년 5억원의 매출을 낸 데 이어 지난해 1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엔 서울 대학가와 백화점 등에 가맹점을 10개 이상 늘리면서 매출은 작년보다 2~3배 이상 오를 전망이다.

출처: jobsN
조현우 대표와 김연지 부대표

연륜이 쌓인 창업 고수들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음료 업계에서, 대학생들이 창업 2년 만에 쟁쟁한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4평짜리 동아리방에서 시작, 외국인 학생들이 창업 기초 자산

베브릿지는 동아리에서 출발했어요. 4평짜리 작은 방이었죠. ‘언제쯤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을까’라며 위대한 창업자가 되겠다는 말만 무성한 모임이었죠.

2009년에 생긴 외대 창업동아리 허브(HUVE)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친목 동아리였다.


창업을 꿈꾸던 조 대표가 2012년 동아리 회장을 맡으면서 달라졌다. 진짜 창업을 해보자고 달려든 것이다. 처음에 아이템을 공정무역 커피로 잡고 아프리카산 원두커피를 사들였다. 원가율을 낮춘 ‘착한 커피’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동아리 회원 10명이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 등으로 50만원 초기 자금을 모았다. 동아리 회관 복도 정수기에서 물을 공수했고, 도배를 배워 동아리 방 벽지를 카페처럼 화사하게 꾸몄다.


결과는 참패였다.

하루에 평균 5잔 팔렸어요. 착한 커피에는 관심이 없더라고요.
출처: jobsN
동아리방을 개조해 만든 베브릿지 매장

실패하고 나니 오기가 생겼다. 답은 주위에 있었다.

베트남어, 영어, 일어 등 40여개 외국어학과가 있는 외대만의 특색을 살려보기로 했어요.

정답은 세계 각국의 대표 음료를 한 곳에 파는 ‘음료수 플랫폼’이 되자는 것이었다.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많은 블로거가 ‘베트남에서 마신 신또가 맛있는데, 한국에 없어 아쉽다’는 식의 후기가 많았다. 

출처: jobsN
베브릿지에서 파는 세계 각국의 음료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을 연결해주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외국인 친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한국인 친구와 단짝이 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외국인 친구들이 끼리끼리 다니거든요.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인 학생을 단짝으로 연결해주는 대신, 음료 레시피를 시음하고 평가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베트남·태국·프랑스·이탈리어·칠레 등 각국의 외국인들이 몰렸다. 포털을 검색해 각 나라의 대표 음료 레시피를 5~10개씩 뽑고 직접 만들어봤다. 음료를 개발하면 외국인 학생들의 시음을 통해 재료와 맛을 수정했다.


그렇게 음료당 수백번 개발을 거쳐 각 최종 레시피를 개발했다. 외국인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가면 카메라를 들려 보내 잘 나가는 현지 음료수점과 음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해외 음료를 팔지만 한 번도 외국에 가본 적이 없어요. 외국인 친구들을 통해 저절로 상품을 ‘현지화’를 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외대점 매출 1위인 누텔라 셰이크는 프랑스 길거리에서 잘 팔리는 음료거든요. 이것도 프랑스 친구가 발굴해 알려줬어요.

대기업 20곳 몰려 “같이 사업하자” 제안

동아리방에 ‘베브릿지’ 간판을 달고 해외 음료 5개를 만들어 장사를 시작했더니 대박이 났다. 하루에 학생 400명씩 몰려들어 동아리방 앞에 장사진을 쳤다.


학교 밖에 가게를 내기로 하고 2014년 초 홍대에 매장을 열었다. 매장에 간이침대를 설치하고 밤낮으로 신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마케팅 문구도 내걸었다. 

우리는 음료를 요리합니다

우유파우더나 프림 대신 신선한 우유를, 딸기 시럽 대신 진짜 딸기를 음료에 아낌없이 넣었다. 가격은 2800~4800원대. 경쟁 음료전문점보다 가격을 낮췄다. 그랬더니 오픈 첫날 매출 150만원을 기록했다.

갑자기 대기업 20곳이 같이 사업하자고 제안이 오더라고요. 학생들이 홍대까지 와서 잘 되니까 신기했나 봐요. 제안은 모두 뿌리쳤어요. 조금 잘 팔린다고 가맹점 사업을 하는 것은 성급했거든요.

태국 방콕, 미국 뉴욕, 중국 베이징 등 해외에서도 프랜차이즈 제안이 왔다. 현지 한인이나 기업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조 대표도 장기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당장은 거절했다. "국내 사업을 더 다진 후에 해외로 나가겠다"라는 이유였다.


내년에는 수도권과 영남권 등에 매장을 내고, 2~3년 안에 국내 400~500개 매장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가맹점을 내겠다는 대기자도 100명이 넘는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당장 가맹점을 100~200개 만들면 억대 수입을 낼 수 있다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속도를 내기로 했어요. 베브릿지를 소비자들이 축제처럼 즐기는 브랜드로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출처: jobsN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앞 베브릿지 매장

조 대표는 창업의 3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첫째, ‘대표 상품’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음료업계를 공부해보니 대표 상품은 반짝인기를 끌다 금방 시들해지더라고요. 저희는 현지에서 갑자기 유행을 타는 음료를 바로 들여와서 팔고, 인기가 시들해지면 다른 나라 음료를 파는 방식으로 꾸준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또 봄, 여름 등 시즌별로 음료수를 바꿉니다. 앞으로도 스웨덴 등 수십개국의 현지 음료를 순차적으로 출시하려고 해요.

둘째, 대학생 때 창업하는 것이다. 안전하게 적을 둔 상태에서 창업해야 망하더라도 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부대푶는 3학년 때 창업 특기자 전형으로 포스코에 합격했다. 안전장치를 만들어놓으니 부모님께서 창업도 허락해줬다고 한다.  

졸업하고 창업하는 친구들을 보면 ‘졸업하고 뭐하냐’는 소리부터 들어 창업할 용기가 안 생기거든요. 대학생 때가 가장 도전하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 대표)

셋째, 창업 아이템을 주위에서 찾아보라는 것이다. 베브릿지는 외대만의 강점인 외국인 학생 네트워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가 말했다. 

앞으로 전 세계 야시장의 안주들을 파는 술집을 계획하고 있어요. 해외 관광객 게스트하우스도 계획 중이고요. 세계와 한국을 이어주는 사업들을 앞으로도 꼭 성공하고 싶어요.

글 jobsN 금상준·이다은 인턴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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