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여친이 만든 세탁특공대 이야기

조회수 2020. 9. 23.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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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만 주세요 어디든 달려갑니다
세탁소 연계한 배달 서비스
창업 1년만에 월 매출 1억원 달성
서른 살 커플의 공동 창업기

서울 지하철 신논현역 7번 출구로 나와 논현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면 ‘세탁특공대’란 독특한 이름의 스타트업이 하나 나온다. 세탁 서비스 업체.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세특'이란 어플에 맡길 옷과 주소를 입력한 뒤, 주문 버튼을 누르면 된다. 한 시간 내로 특공대원이 달려 온다. 빠르면 다음날 세탁된 옷을 받을 수 있다.

세탁 특공대는 직접 세탁을 하지 않는다. 수거와 배달만 하고, 세탁은 제휴한 동네 세탁소들이 한다. 동네 세탁소를 연계한 게 서비스의 핵심이다.

이 업체는 30살 동갑내기인 예상욱·남궁진아(30)씨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특공대원의 리더'인 이들은 커플 사이다. '연애하는 사이'에서 '동업자'로 발전한 커플의 사연을 들어 봤다.

세탁특공대 배달 오토바이/jobsN

왜 세탁소엔 '배달의 민족'이 없나

세탁 특공대를 차릴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상욱·남궁진아씨는 4년 전 한 스타트업에서 처음 만나 사내 커플이 됐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둘 다 회사를 나와야 했다.

상욱 씨가 먼저 사업을 구상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투자 회사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를 찾았다. 

제가 축구동호회를 하는데, 동호회 끼리 만나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안했어요. 축구 동호회 사이 시합을 주선하는 식이죠. 그러자 권 대표님이 '그 아이템에 돈을 흔쾌히 낼 사람이 많을까'라고 물었어요. 대답하지 못했죠. 그러면서 타겟이 명확한 시장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세탁특공대 유니폼/jobsN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세탁 사업이다.

동네 슈퍼마켓, 치킨집, 중국집, 부동산 등을 보면 ‘배달의 민족’, ‘굿닥’, ‘직방’과 같은 연계 서비스가 있잖아요? 그런데 세탁에 관해서는 떠오르는 게 없더라고요. 도전해볼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했죠.

상욱 씨는 여자 친구 진아 씨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진아 씨는 웹디자인을 할 줄 알았다. 상욱 씨가 웹 개발, 진아 씨가 디자인을 맡기로 했다. 각종 기획 업무는 상의해 결정하고, 일상 경영과 마케팅은 상욱 씨가 주로 맡기로 했다.

세탁특공대 제공

서울 강남 세탁소 사장님들 공략

이렇게 작년 5월 직원 5명으로 시작했다. 커플은 서울 강남을 주목했다. 

강남은 O2O(Online to Offline)시장이 활발한 곳이에요. 모바일로 주문해 오프라인으로 서비스 받는 데 익숙해 있죠.

둘은 곧 강남의 300개가 넘는 세탁소 중 100여곳을 방문해 제휴를 맺었다.

세~탁~하며 돌아다니시는 아저씨들 있죠? 이런 아저씨들의 온라인 버전이라고 설명했어요. 많이 응해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빨리 안착할 수 있었어요.

커플은 편의성 외에 '품질'을 차별 포인트로 잡았다.

가격이 저렴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시장 조사를 해보니 '돈을 더 줘도 좋으니 옷이 상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동네 세탁소들이 이런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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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특공대 제공

커플은 수거와 배달을 전문으로 하지만, 세탁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 기본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장인'들에게서 세탁을 배웠다. 그래야 고객 주문을 제대로 이해해 전달할 수 있다.

고집이 대단하고 노하우도 엄청났어요. 오래 세탁소로 출근해 하루 종일 옆에서 배웠어요.

특공대원들은 세탁에 대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물건을 받기 전 고객 앞에서 옷을 일일이 확인한다. 세탁 후 가져다 줄 때 이를 다시 반복한다. 고객과 시선을 주고받으며 확인해야 비로소 임무가 끝난다. 고객응대를 특공대원이 해주기 때문에, 사장님들은 세탁만 하면 된다. 

세탁특공대 의류커버/jobsN

사업 모델은 적중했다. 5명으로 출발한 직원이 지금은 30명이 넘고,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인터뷰 중에도 수없이 주문 알람이 울렸다.

제휴 세탁소들도 이익을 보고 있다. 세탁특공대는 구역 별로 몇몇 세탁소를 골라 계약하는 전략을 썼다. 해당 구역의 물량이 제휴 세탁소로 모이면서, 매출이 이전보다 3~4배로 늘어난 곳도 있다.

동네세탁소와 세탁특공대의 수익배분 비율은 비밀이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제휴 세탁소를 늘리는 과정에서 사장님들이 흔쾌히 오케이 할 만한 금액으로 제안해요.
세탁특공대 제공

사랑도, 일도 열정적으로

예상욱·남궁진아 공동대표는 여느 커플과 같다. 의견이 충돌하면 싸운다.

직원들로부터 그만 싸우라고 혼난 적이 있어요. (웃음) 그 뒤로 회사에선 안 싸우려고 하죠. 사업을 시작하며 '헤어지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걱정 안 해요. 서로 믿으니까요. 일 때문에 늘 붙어있다 보면 싸우는 만큼 금방 풀리기도 해요.
세탁특공대 제공

이제 2년차인 세탁특공대. 확대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전국에 세탁소가 5만개 이상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사이클을 겪었을 뿐입니다. 이제야 계절에 따른 옷 상태를 직접 확인했어요. 본격적으로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jobsN 최슬기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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