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못하는 이유를 우리한테 찾지 마세요

조회수 2020. 9. 23.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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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텃밭 프로젝트 "돈 되냐"는 질문에 대한 답
동아리 프로젝트에서 출발
우연히 만난 발달장애인들
텃밭 매개로 사회성 일깨워

소셜벤처 ‘동구밭’은 사회적기업입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텃밭을 가꾸며 사회성을 일깨워주는 일을 하죠. 동아리 활동을 하며 뜻을 모은 홍익대학생 4명이 공동 창업했습니다. 아직 대학생 신분인 노순호 대표(25)를 만나 그들의 따뜻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동구밭'의 노순호 대표와 지연수 부대표/jobsN

도시농업으로 일자리를 마련해주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 뭘까 의미를 찾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됐어요.

‘인액터스’라는 동아리가 동구밭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모인 동아리죠.

동아리에서 만난 4명의 학생은 원래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관심을 실천으로 옮겨, 2013년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주말농장에 나가 직접 텃밭을 가꾸면서, 도시농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발달장애인을 만났습니다. 부모 손에 이끌려 텃밭에 나왔지만, 멍하니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동구밭 제공
우리가 저 친구들과 텃밭을 가꿔보면 어떨까란 얘기를 하게 됐어요. 발달장애인은 어렵사리 고등학교를 마쳐도 취업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텃밭으로 그들에게 일자리를 선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달 장애인에게 농사를 가르쳐 도시농부로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세운 겁니다. 


바로 실천에 옮겨 후원자 부터 찾았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취지를 설명했죠. 그러다 서울 강동구청장을 만났고, 강동구 상일동의 텃밭 제공을 약속받았습니다. 이후 곧바로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2014년 봄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일자리가 아니라 친구가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패합니다. 텃밭에 나오는 장애인 중 농부가 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없었던 겁니다. 

저희가 마음대로 만든 틀에 그들을 억지로 끼워맞췄던 거죠.

발달장애인에게 초점을 맞춰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매주 텃밭에 나왔던건 농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였습니다.

발달 장애인의 60% 이상이 친구가 없어요. 일자리 보다 친구가 간절한 사람들이었는데 그걸 이해 못한 겁니다.

텃밭을 정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서울 마포와 송파에서 텃밭을 운영해달라는 요청이 온겁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연락이었습니다.

동구밭지기 3기·4기로 활동한 최혜원씨/동구밭 제공

친구들은 맘을 다잡습니다. 기존 밭을 합쳐 3곳 모두 운영하기로 하고, 발달 장애인을 도울 ‘동구밭지기’를 선발했습니다. 이후 변화를 목격하고 관찰했습니다. 

사회에 필요한 일이란 믿음이 생겼어요. 변화를 느끼고, 잘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섰죠. 그때 동아리 ‘프로젝트’를 넘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당신이 못하는 이유를 우리한테 찾지 마세요

주식회사냐 비영리법인이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너네가 하는건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돈이 되지는 않아. 지원금이나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 어울릴것 같아’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협동조합 형태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나 노 대표는 주식회사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군가에게 영향 받지 않는 효율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위해선 주식회사가 최선이란 생각을 한거죠. 우리 고객의 니즈에 발빠르게 반응해야 하잖아요.

동구밭의 과제는 수익구조 마련과 사업확장입니다. 일단 프로그램을 유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가비를 받는거죠. 또 텃밭에서 키운 오이 같은 작물로 비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한계가 많습니다.

동구밭 제공

다행히 주변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셜벤처 인큐베이터인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g)와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가 투자를 했습니다.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는 멘토역할을 자처하며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사업이 안정되면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할 계획입니다. 

저희가 아직 어려 생계 부담이 작아요. 그래서 도전하는 겁니다. 젊음의 특권이죠. '돈도 안될것 같은데 왜 이런 사업을 하느냐'고 하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당신이 못하는 이유를 우리한테 찾지 마세요’라구요.

jobsN 금상준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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