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130명 신의 직장에 합격시킨 사나이

조회수 2020. 9. 23.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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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자격증·면접 모든 과정을 단돈 1300원에 알려주는 이유?
더 빅스터디 정주헌 대표
공간사용료만 받고 취업 가르쳐
130여명 신의 직장 합격

서울 종로3가 골목길의 한 상가건물. 이곳 2~3층에 ‘더 빅스터디’란 카페 겸 스터디 공간이 있다.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는 게 아니다. 취업 준비 업계에서 소문난 취업사관학교.


최근 1년 반 사이 이곳을 거쳐간 250여명 중 130여명이 신의 직장에 합격했다. 김앤장, SK, 롯데, 삼성 SDS, 신한은행, 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유망 중소기업, 스타트업 취업 사례까지 합하면 이곳 출신의 취업률은 80%에 육박한다. '1300원' 스터디 동아리 ‘더 빅 스터디’(Big study)를 찾았다.

더빅스터디 정주헌씨/jobsN

기업은행 인사부 퇴직 후 취업 카페 창업

더 빅스터디 운영자는 기업은행 인사부 대리 출신의 정주헌(34)씨. 경희대를 나와 2008년 기업은행에 입사했고, 2013년 퇴사해 더 빅스터디를 차렸다. 더 빅 스터디의 원칙은 3가지다. 

첫째, 취준생에게 1시간 공간사용료(1300원)만 받는다.
둘째, 일생 스토리 구축(2~3주), 입사 희망 기업·직종·직무분석(4주), 자기소개서 작성(2주), 면접 교육까지 3개월에 걸쳐 컨설팅을 진행한다.
셋째, 직장 경험이 있는 강사를 섭외한다. 현재 강사로 정씨와 삼성 인사부 출신 3명 외에 47명의 스터티 출신 직장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더 빅스터디는 지난 5월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thebigstudy)

를 통해 하반기 공채를 목표로 하는 200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6~8월의 3개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200명을 7명씩의 조로 나눠 1주일에 한 번 3시간 씩 컨설팅을 실시한다. 비용은 시간당 1300원. 총 3900원이다. 이처럼 비용이 낮으니 멘토들에게 사례를 지급할 여유가 없다. 모두 순수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래도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월세만 100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인건비, 재료비 등을 합하면 비용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반면 커피 판매와 정 대표의 대학·방송 강의료 등으로 버는 돈은 월 1000만원 남짓이다. 적자인 것이다. 그는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더빅스터디 카페/jobsN

퇴직자 관리하다 창업 결심

스스로 신의 직장을 나왔네요.

은행 인사부에서 퇴직자 관리 업무를 했어요. 은행에선 매년 수백명씩 명퇴자들이 나오죠. 그런데 퇴직 후 하는 일이란 게 치킨집 수준이에요. 제 가치관과 맞지 않죠. 여러 중소기업인을 만나면서 좋은 직장이 뭔가에 대한 고민을 했고, 제가 직접 좋은 직장을 만들어 보자는 꿈을 갖게 됐어요. 지금은 적자를 보고 있지만, 여러 기관에서 제휴 문의가 오고 있어서 사정이 곧 나아지리라 보고 있어요.

왜 취업 스터디 사업을 선택했나요.

은행 공채를 하면 평균 1만5000명 정도 몰려요. 인사부 직원들이 총동원돼 모든 지원서를 읽어 보죠. 그런데 자소서 상으론 뽑을 만한 인재가 나오지 않아요. 모두 똑같고, 개성이 없죠. 이 회사가 정말 나한테 맞는지 고민 부터 해야 하는데, 그냥 기업 이미지만 보고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가슴이 아팠어요.

이미 취업 컨설턴트들이 많은데.

이른바 '취업컨설턴트'들을 보면 며칠 가르치는데 수백만원을 요구해요. 시간당 20~30만원에 달하죠. 그런데 취업준비생들은 그 돈낼 여유가 없어요. 그렇게 컨설팅을 받아 모두 합격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걸 보고 있을 수 없었어요.

적성 찾기 위해 3주간 브레인스토밍

빅 스터디는 어떻게 가르치나요? 

3개월 코스의 초반 3주간 멘토들이 집중 교육을 합니다. 초반에 잡아야 할 게 많기 때문이죠. 교육이 끝나면 스터디원들이 자체적으로 필기 시험 준비 등을 하게 합니다.

초반 3주 교육의 핵심은 ‘브스스’(브레인스토밍 스터디)란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어떤 일이 맞는지, 소중한 기억은 무엇인지 등을 찾는 시간이다. 

일상 속 주제를 통해 찾도록 해요. 가령 '커피를 왜 마실까?'란 주제 같은거요. 그러면 그냥 커피가 좋아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좋은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같은 각자 취향이 드러납니다. 궁극적으로 이런 해답을 적성 탐색으로 연결시킵니다.

일상에서 어떻게 적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지하철을 탄 자신을 보세요. 스마트폰을 만지세요? 아니면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은 사람들을 구경하시나요. 이것도 아니면 지하철에 걸린 광고를 보나요. 사람들을 관찰하고 주위 게시물을 재미있어하는 사람은 마케팅이 제격이에요. 영업직의 경우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도 중요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적성을 찾아 취업한 사례가 많이 있나요? 

내 성향을 깨달으면 이른바 ‘워라벨’(working life balance)을 원하는지, 영업직이나 마케팅에 맞는지 등을 알 수 있죠. 또 대기업보다 자유롭지만 ‘일당백’이 돼야 하는 스타트업이 맞는지도 알 수 있어요. 삼성을 목표로 스터디에 왔다가 적성을 깨닫고 스타트업으로 간 친구들이 많아요.

적성 찾는다고 다 취업 되는건 아니죠.

고졸 검정고시로 방송통신대학을 나와 좋은 금융사에 합격한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는 마트 등 각종 허드렛일 아르바이트 경험만 갖고 있었어요. 우리는 그 친구의 강점으로 '관계'를 찾아 줬어요.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의 고객 응대 경험, 역경을 극복한 과정을 통해 '긍정적이고 차분한 성격이면서도 관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깨닫게 했죠. 그렇게 찾은 적성이 영업이었어요. 이후 1년간 금융권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을 쌓아 대졸 신입 사원으로 금융사에 들어갔어요.
더빅스터디 스터디룸/jobsN

자소서와 이력서 내용을 구분하라

일반적인 자소서의 문제는 뭡니까?

천편일률적이에요. 가령 파리바게뜨에서 아르바이트한 친구들은 전부 ‘진열대에 빵의 위치를 바꿨더니 잘 팔렸다’고 씁니다. 인사부 담당자들은 이걸 식상해합니다. ‘또 이 이야기야?’란 반응이죠.

모두 아르바이트 경험을 쓰는 것은 아니죠.

경험은 달라도 쓰는 방식은 같아요. 정말 스펙이 뛰어난 친구가 있었어요. 외국 대학을 다니면서 한인학생 회장까지 해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죠. 그런데 32살이 되도록 취업하지 못했어요. 문제는 그 오바마상에 있었어요. 자소서 모든 항목의 답변을 오바마상으로 채운거예요. ‘열정적인 경험은 오바마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창의적인 발상도 오바마상...’ 이런 식으로 쓴 겁니다. 이건 이미 이력서에 있는 내용인데, 자소서에서 지겹도록 반복한 거죠. 인사부는 기업에 맞는 인재를 원하지 ‘오바마상 받은 사람’을 원하는 게 아녜요. 이력서와 자소서 내용은 철저하게 구분해야 하는데 그걸 못한 겁니다. 이걸 고치고 나서 롯데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뭘 어떻게 고쳤다는 거죠?

나만의 관점으로 경험에서 느낀 깨달음을 써야 합니다. 기본 역량은 전공이나 학점, 이력서 경험으로 추측할 수 있어요. 자소서에선 성향, 인성, 깨달음을 보고 싶어해요. 차라리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썼다. 그것이 내 시간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 업무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는 내용이 오바마상보다 나아요. 파리바게트 인턴을 했다면 ‘빵의 위치를 바꿨다’가 아니라, ‘빵의 위치를 바꾸라는 매니저의 지시에 대해 나는 이런 고민이 들어 이렇게 행동했다’는 식의 자기 생각을 써야 해요. 다들 ‘위대한 경험’에 집착해요. 그러면 역으로 그냥 ‘취준생 A’가 돼요. 다 같은 시도를 하기 때문이죠. 사소하더라도 경험에서 깨달은 것을 쓰세요.

고유의 경험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아요.

깊게 생각해야죠. 유년시절 슬리퍼를 신은 채 부랴부랴 하교길 자신을 데리러 온 어머니의 모습, 그 어머니의 땀으로부터 뭘 깨달았는지 그런 걸 떠올려 써야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는 질문에 인턴이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쓰면 거짓이라 생각하는 인사부 직원들이 많아요. 25년, 30년을 살면서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 인턴 시절이라고 믿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우리 스터디원 중에는 모든 경험을 떠올리려 노력하면서 A4로 자기소개서를 80장 넘게 쓴 사람도 있어요.

나만의 경험과 깨달음 쓰는걸 왜 그렇게 어려워들 하는 걸까요?

교육시스템이 잘못됐기 때문이에요. 미적분은 잘하지만, 내가 새로운 미적분 공식을 만들어볼까란 생각은 하지 못해요. 취준생 대부분이 기계같은 ‘오퍼레이터’(operator)에요. 기업은 창조형 인재를 원합니다. 스스로 극복해야 해요.

자소서를 미리 써놔야 하겠어요.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있다면 지금 써야 해요. 딱 25~30개 기업만 목표로 해야 합니다. 서류접수 기간 떄 쓰는 자소서는 불충분해요. 지원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자소서는 바로 걸러져요.
더빅스터디 정주헌 대표/jobsN

자격증에 너무 매몰되지 말자 

기업에 지원하기 전에 준비할 게 있다면요?

지원자가 아니라, 투자자 입장이 돼야 해요. '내가 돈 1000만원을 저 회사에 투자하면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란 관점 말예요. 단순히 홈페이지에 나온 인재상, 비전만 보고 쓰면 안돼요. 나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지, 재무나 기술적으로 좋은 회사인지, 기업문화는 어떤지 따져야 합니다. 증권사 분석 자료를 보고 산업분석을 해봐야 해요. 나아가 현장에 가야 합니다. 언론 보도와 다르게 직원 만족도가 높은 곳이 많아요. 그런 직원들을 많이 만나야 하죠. 또 지원하는 기업 광고를 모조리 섭렵해야 합니다. 면접의 단골 질문이거든요.

면접은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웃는 인상이 좋죠. 인상이 좋으면 친절하게 ‘어떻게 지원했어요?’라고 묻지만, 안 좋으면 ‘왜 지원했어요?’라고 묻습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뉘앙스가 다르죠. 내 말투가 신입사원으로 일하고 싶은 열정을 전달하는지 알고 싶다면, 녹음을 해서 목소리 톤을 들어봐야 해요. 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해야 해요. 답변을 외우지 말고요.

자격증은 얼마나 중요합니까? 

하반기 공채를 앞둔 4학년이 ‘자격증을 따고 내년에 도전하자’란 생각을 가지면 오산입니다. 인사부 직원들은 자격증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자격증은 회사 직무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정도에 그쳐요.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죠. 그래서 일단 지원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시의성이 있는 자격증, 금융권이라면 투자자산운용사 같은 것은 4개월 정도 시간을 투자해 따놓으면 좋죠. 하지만 정말 눈에 띄는 자격증이 아닌 이상 과도하게 많이 따는 건 시간 낭비입니다. 인적성 검사는 개별 기업 문제집을 공부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GSAT으로 공부하시는 게 제일 효율적일 겁니다.

jobsN 이신영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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