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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수 "23억집 경매 이젠 남 실패 돕겠다"

조회수 2020. 9. 23. 11: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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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돌아보면 고칠 점이 보입니다"
빈 손으로 상경해 이룬 인기 연예인의 꿈
투자 실패로 20년간 이룬 것 모두 잃어
"다른 사람의 재기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
실패했던 경험을 꺼내는 건 무척 힘든 일입니다. 실패가 자랑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내 실수를 돌아보면서 혹독하게 새기고 싶어요.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파산의 아이콘' 윤정수. 한때 방송 프로그램 6~7개를 동시에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한해 세금만 수억원을 냈다. 그러나 보증을 잘못 서고 투자했던 사업이 실패하면서 2013년 파산신청을 했다. 어머니를 위해 장만한 23억짜리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이후 3년간 TV에서 볼 수 없었던 윤정수. 


올초 JTBC 예능 프로그램 '님과 함께 시즌2 - 최고의 사랑'이 잘되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게 천성"이라는 그는 최근 중소기업청과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 주관한 '재도전 인식개선 사업' 홍보대사가 됐다. 사업 내용 중 '혁신적 실패 사례 공모전'은 실패하고 다시 창업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다. 8월 31일까지 사례를 모집한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자신의 실패담을 먼저 털어놨다. (사례 접수 사이트: http://www.rechallenge-contest.kr)

"나는 지독히 현실적인 사람"

윤정수는 1972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돌 무렵 부모님이 이혼해 청각 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함께 외가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왔다. 막연히 도시가 좋았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스타,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서울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뭔가요.

명동 한복판에 있는 카페 아르바이트요. 확실히 기억은 안나는데 이름에 '달빛'이 들어간 곳이었어요. 가게 문을 열고 닫고, 설거지에 청소까지 다했죠. 그렇게 일하고 20만~30만원쯤 받았어요. 보일러가 안 들어오는 12만원짜리 월셋방에서 살았구요.

왜 명동이었나요.

그때 서울의 상징이 명동이었거든요. 서울이 궁금했고, 한복판에 들어가 젖어들고 싶었어요.

다음은요?

노는 걸 좋아해서 이태원으로 갔어요. 밤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문을 여는 카페에서 일했어요. 거기서 1년 반 일하고 압구정동으로 갔어요. 화려한 곳이 궁금했거든요. 거기 유흥주점에서 웨이터 일을 했어요.

기대만큼 좋던가요? 

네. 웨이터만 하다가, 제가 레크리에이션을 잘하니까 사장님이 DJ도 맡겼어요. 신났죠. 그런데 손님 중에 좋은 대학 다니는 잘 사는 집 자제들이 많았어요. "공부도 잘하고 잘 노는구나" 부러웠어요. 당시 제 처지와 많이 비교됐죠. 가게 딸린 방에서 먹고 잤는데 열악했거든요. 자는 동안 쥐가 얼굴을 타고 올라올 정도였어요.

"왜 나는 저렇게 태어나지 못했을까" 원망스럽진 않던가요?

그런 마음은 안 들었어요. 쇼타임 동안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작은 공간이지만 모든 사람이 제 손짓 하나에 집중해 주고. "내 갈길 가고 있다"고 여겼어요. -성격이 긍정적인가봐요? 아뇨. 저는 긍정적이라기 보단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내 앞에 있는 길 중에서 더 나은 걸 찾아가려는 사람이에요.

연예인 준비할 시간은 있던가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죠. 연기학원을 기웃대고 극단 막내 생활도 했어요. 어머니를 내가 모셔야 한다는 마음에 '빨리 돈 벌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던 시절이에요.
윤정수가 출연한 MBC '느낌표-아시아 아시아'/MBC 방송 화면 캡쳐

 정통보다는 옆길로 돌아온 사람

1992년 SBS 개그콘텐스트로 데뷔했다. 이후 '호기심 천국' '천생연분' '느낌표 아시아 아시아' '긴급출동 SOS'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여러 연예인 중 개그맨을 선택했네요.

'뭐가 되든 연예인이 되자' 싶었어요. 그중 개그맨 기회를 잡은거죠. 그때만 해도 개그맨은 '스타'라기 보다는 재밌는 사람이란 인식이 강했어요.

적성에 맞던가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누군가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재능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아요.

탄탄대로였나요? 

크게 뜬 건 아니지만 아주 못 나간 것도 아녔어요. 제 스타일이 정통 코미디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옆길로 돌아간달까요? 처음 데뷔를 김지선씨와 댄스 개그로 했어요. 이후 '호기심 천국' 같은 정보 전달이나 '천생연분' 같은 연애 버라이어티에 나갔어요. 새로운 흐름을 탄거죠. 저는 그런 게 잘 맞았어요. 새롭고 창의적인 것.

유명해지고 돈 많이 버니까 기분이 어떻던가요?

'궁핍하지 않구나'란 느낌이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사람 바뀌었다는 얘기 좀 들어겠어요.

돈 번다고 사람 본질은 달라지진 않아요. 하는 짓이 달라지죠. 저도 소비 수준은 달라졌어요. 100만원 벌어 살아봤고, 1000만원 벌어 살아도 봤어요. 벌이에 맞춰 생활하는 법이 터득되더라구요.
윤정수씨/jobsN

잠깐의 단맛, 연이은 실패

윤정수의 또다른 인생은 사업가로서 인생이다. 인기를 얻은 지 얼마 안돼 동업이나 투자를 시작했다. 새로운 분야를 좋아하는 성격에 다양한 지인들의 권유가 더해졌다. 광어 양식 사료 수입, 레스토랑, 금비누 사업, 명품 수입, 제작사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혼자하는 창업보다 동업을 선호했다. 

동업은 가족끼리도 안한다고 하잖아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좋아요. 저는 홍보나 유통을 맡고 전문가가 경영을 맡고. 과일소주를 처음 만든 친구와 레스토랑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이건 잘 됐어요. 그 친구한테 많이 배웠죠. 사람들의 심리나 매출 분석 같은거.

왜 그만뒀어요?

요식업은 변수가 굉장히 많아요. 소고기 파동이 있으면 손님이 안 오고, 휴가철이나 날씨 궂으면 장사가 안되고. 당시 동업하던 친구와 갈등도 좀 있었어요. 잘 되니
서로 고마운 걸 잊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잘 지내는데 그땐 싸우기도 했어요. 이런 저런 게 쌓이니 다른 일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이후 여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대부분 잘 안됐다.

왜 자꾸 실패했을까요? 

광어 양식 사료를 예로 들어볼게요. "3000만원 투자하면 6000만원 벌 수 있다"는 말에 투자했어요. 그런데 그해 수온이 안 맞아서 광어 양식이 잘 안됐어요. 날씨는 사람의 영역이 아니잖아요. 400만원쯤 손해봤어요.
금비누 사업은 시작도 못했어요. 개발자가 있고 저는 유통과 홍보를 맡기로 했는데요. 지분 문제로 개발자와 이견이 생겼어요. 아주 작은 숫자였는데 결국 사업 자체가 어그러졌어요. 당시 제가 서른도 안됐을 때니 얘기로 푸는 게 어렵더라고요. 성격상 거짓말하거나 없는 얘기 못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계속 실패하다 파산한 건가요.

여러 가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어요. 한 회사에 지분 투자를 잘못 한 게 결정적이었어요. '회사가 잘되면 어머니처럼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한 복지재단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받고 투자했는데요.
알고 보니 특별한 아이템 없이 코스닥 상장만 노리던 회사였어요. 내실이 부족하니 잘 될리가 없었죠. 계속 망가져 갔어요. 할 수 없이 제가 대표를 맡아 정상화를 시도해 봤는데, 결국 실패하고 투자금만 날렸어요. 여기에 엎친데 덮치더라구요. 비슷한 시기 지인에게 보증 선 게 잘못돼 집이 경매로 넘어갔구요. 또 수입 업체 투자 건에서 관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어요.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눈앞이 캄캄했죠. 급한 불부터 끄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됐어요.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있던 물건도 정리하고. 그래도 빚을 못갚아서, 아직 그때 빚이 남아 있어요.

힘드셨겠어요. 

당장 생활이 어려웠어요. 10년 이상 함께한 매니저에게 월급 못 준 적도 있어요.
윤정수씨/jobsN

"사람들의 재기를 돕고 싶다" 

포기하지 않았다. 지인들을 찾아가 출연을 부탁했다. TV가 어려우면 라디오에 출연했다. 홀대 당하더라도 하루만에 털어냈다. 

힘든 시기를 버텨낸 원동력이 뭔가요.

실패하면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그럴 수 없었어요. 챙겨야 할 일이 많았거든요. 빚을 책임져야 했고, 어머니를 돌봐야 했어요. '어차피 백살 쯤 되면 죽을 텐데 미리 죽을 필요 없다'고 이 악물며 버텼어요.

윤정수는 이제 재기의 상징이 됐다. 지인은 물론 모르는 사람까지 고민을 털어놓는다. 며칠 전 모르는 사람이 집에 찾아왔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부모님 모시고 사는데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소셜미디어(SNS)로 무작정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도 있다.

힘들 때 경제적 지원 못지 않게 위로나 격려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실패할 때마다 얻은 게 있어요. 실패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를 구상중이에요. 지켜봐 주세요.

다음은 윤정수가 실패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5가지 법칙. 

① 먼저 곰곰히 생각해라. 잠이 안오더라도 억지로 자라. 최대한 안정된 상태에서 방법을 고민하라.
② 실수를 되새겨라. 말하기든 일기쓰기든 경험을 복기하면서 잘못한 부분을 찾아라. 고칠 방법도 함께 생각하라.
③ 창피해하지 마라. 잘 나가던 시절 생각하면 자존심 상하는 건 맞다. 잘 됐을 때만 기억하고 아무 것도 안하면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④ 뭐든지 하라. 당장 재창업이 힘들다면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해봐라. 쉬면 감각을 잃는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고 그걸 따라해야 한다.
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라. 정부 지원 제도를 이용하면 좋다.

jobsN 감혜림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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