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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아메리카노로 월 5천만원 번다

조회수 2020. 9. 23. 11: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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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비 아껴주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한 발랄 청년들
한국에서 유독 비싼 커피값
취준생과 직장인 사이에서 큰 인기

출근길이나 점심시간에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은 1주일에 커피를 평균 12.3회 마십니다. 1년에 640잔을 마시는 셈이죠. 인기 프랜차이즈의 커피 한 잔 값은 대략 4000~5000원. 

평일 하루 두 잔씩 마신다면, 1년에 약 240만원에 이릅니다. 주머니가 얇은 직장인에게 이런 커피값은 부담일 수밖에 없죠.

비싼 커피값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합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015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전 세계 주요 13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100원으로 나머지 국가들의 평균 가격 3207원보다 28%가량 비쌌죠. 그래서 한국 소비자만 '봉'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밥값 못지않은 커피값'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자, 저가형(低價型)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앞세운 빽다방은 전국 매장을 300여개로 늘리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업체가 있습니다. 500원 짜리 아메리카노가 등장한 겁니다. 식품 스타트업 위드고(withgo)의 고상우 대표(29)를 만났습니다.

'500원' 아메리카노 파는 이유

고상우 대표는 지난 5월 한 달간 ‘착한 커피’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단돈 500원에 아메리카노를 팔았습니다. 품질이 낮은 커피가 아닙니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 납품하고 있는 업체로부터 공급 받은 브라질·에티오피아산 원두 커피입니다.


이 원두는 일부 프랜차이즈에서 쓰고 있는 원두와 똑같습니다. 여기에 다른 수입산 커피 분말을 섞어 시중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맛을 구현했습니다.


커피 분말과 함께 배달되는 350ml 플라스틱 병에 물을 넣으면, 손쉽게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습니다.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이 커피는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1000여 개를 준비했는데, 9000개 넘게 팔린 겁니다. 주문 수량을 맞추기 위해 전 직원 9명이 며칠간 밤 12시까지 공장에서 커피 제조와 포장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위드고가 크라우드펀딩으로 판 커피

온라인으로 판매해 유통 마진을 없앴다고는 하지만, 고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돈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인건비를 따지면 간신히 적자만 면한 수준입니다. 주변에선 최소 1000원은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고 대표가 500원을 관철했다고 하네요.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착한 커피'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청춘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사업을 진행한거예요.

부모님과 학과 후배 7명이 뭉쳤다

위드고는 '식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춘들을 응원하자'는 목표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입니다. 500원 아메리카노 외에, 1000원 짜리 '바나나라떼'와 '메론라떼'가 대표 상품입니다.


2013년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면서 GS 편의점에 진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음료 파우더 등을 제공하는 사업도 하고 있죠.


2010년 출범한 위드고는 고 대표, 고 대표의 부모님, 6명의 고 대표 학교(대진대학교 국제통상학과) 후배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버지 고휘태(60)씨는 30년 가까이 오리온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상품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어머니 신미림(59)씨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공장에서 제조를 담당합니다.

위드고 구성원/jobsN

6명 후배 가운데 권태길(29)·김원기(26)씨는 학교 졸업 후 2년 째 위드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네 명은 휴학해 합류했구요.


위드고의 한 달 평균 매출은 5000만원. 평균 영업이익률을 10% 안팎 수준입니다. 여러 식품을 싼 값에 팔다 보니 이익률이 낮은 편이죠. 그럼에도 상품 가격을 높이거나, 저렴한 재료를 쓸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어 시작한 거예요.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후배들도 돈 때문이 아니라 제 취지에 공감해 24시간 도와주고 있어요.

위드고는 최근 대학생, 직장인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청춘 응원’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1차로 지난 3월 서울 노량진 공시족(公試族·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식사 대용 음료 1000병을 무료로 나눠줬구요.


이어 서울 광화문역과 강남역 인근에서도 식사 대용 음료 2000병을 나눠줬습니다. 

위드고는 강남역에서 청춘 응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학생, 직장인들에게 식사 대용 음료 1000병을 무료로 나눠줬다./jobsN
뜻밖의 선물을 받아서 좋았다. 힘든 취준생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노량진에서 2년째 공부하는 공시족)

고 대표는 시간에 쫓겨 밥 한끼 제대로 못 챙기는 청춘들을위해 앞으로도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팔 계획입니다. 이렇게 버는 돈으로 '힘내라' 프로젝트도 계속 진행한다고 합니다. 

jobsN 주형식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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