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키우는 두 자매 매년 6억 번다

조회수 2020. 9. 23. 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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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 생산과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
목장에서 나고 자란 자매
목장 지키느라 평생 가족 여행 못 가
힐링할 수 있는 공간 만들고 싶어

경기도 여주 터미널에서 승용차로 20분 정도 가면 학교 운동장 만한 들판이 하나 펼쳐진다. 무릎 높이 흰 울타리가 둘러진 '은아 목장'. 한가로이 풀 뜯는 아기 양과 흰 조랑말이 이국적이다.

은아 목장의 양과 조랑말 / jobsN

목장 후계자가 된 여자 타잔들

은아목장은 김상덕(67)·조옥향(64) 부부가 1983년 만들었다. 아내 조씨가 어린 시절 본 목장을 잊지 못해 남편 김씨를 졸랐다.

목장을 세운 후 큰딸 지은(31), 작은딸 지아(30)씨가 태어났다. 이후 자매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은'과 '아'를 합쳐 목장 이름을 지었다.


어릴 때 엄마가 입힌 예쁜 원피스가 저녁이면 새까만 옷으로 변했어요. 개구리 잡고, 밤 줍고, 맨발로 나무 타고 놀았어요. 여자 타잔이었죠. 그렇게 새까매져 돌아오면, 엄마는 대나무 통에 우유물을 받아 목욕을 시켰줬어요. 우유 살균 통을 씻고 남은 물이요.

철부지 자매가 자라 목장의 꿈을 잇고 있다. 낙농 후계 자매. 지은·지아 씨를 만났다.

은아 목장 조옥향 대표와 두 딸 / jobsN

체험 프로그램 1만명 다녀가

은아 목장은 시작은 젖소 3마리였다. 지금은 소 65마리, 양 5마리, 돼지 10마리, 거위 4마리, 닭 10마리로 성장했다.

주된 수입원은 원유(갓 짠 소 젖). 대부분 연세유업에 보낸다. 남은 원유는 유제품을 만들고, 젖소 젖짜기·유제품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쓴다. 소규모 농장에서 복합형 목장으로 성장한 것.

요구르트, 잼, 리코타 치즈, 쿠키 등을 만드는 데 인기가 많아요.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인데도 방부제, 보존료, 색소, 탈지분유 등 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아 좋아들 하세요.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작년 한 해에만 1만명 넘게 다녀갔다. 이렇게 작년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원유·유제품과 체험프로그램 매출이 절반씩이다.

은아목장이 복합형 목장으로 성장한 것은 자매 덕이다. 원유 공급만 생각하던 부모를 설득해, 유제품 생산과 체험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큰딸 지은 씨와 작은딸 지아 씨 / jobsN

프랑스 요리·일본 낙농 배워온 자매

큰딸 지은씨는 어려서 목장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웹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대학도 디자인과로 갔다. 그러다 제과제빵에 흥미가 생겼고,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로 제과제빵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있는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분교에서 제과제빵을 공부했다. 

디자인을 그만둘 때 아쉽지 않았냐고 물었다.

목장을 경영하는 것도 하나의 디자인이에요. 생활 디자인이죠.

지은씨는 현재 수제 치즈·요구르트·쿠키 제조를 맡고 있다.


작은딸 지아씨는 일찍 농장을 이어 받겠다고 결심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젖을 짰다. 고등학교는 농고로 진학했고 일본 낙농학원대학원 유학까지 다녀왔다. 은아목장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낙농체험 프로그램이 그의 작품이다. 유제품 제조 관리도 맡고 있다.

어릴 때 주변에서 '힘든 목장 일 하는데, 아들이 없어 어떡하냐'고 말하면 '제가 할 거예요'라고 답했어요.
은아목장 가족이 사는 집 / jobsN

새벽 5시 일어나 저녁 8시까지 일해요

자매의 하루는 새벽 5시 시작한다. 일어나 소젖을 짜고, 사료 주고, 치즈 만들면 아침 7시. 이후 집으로 돌아와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체험 프로그램을 마치고 원유 살균 작업까지 끝내면 오후 4시. 주문받은 제품을 포장해 배송하면 5시다. 저녁 7~8시에 다시 소 젖을 짜고 사료를 주면 하루가 끝난다.

주말이 따로 없다. 365일 이런 일상을 반복한다. 가족여행은 언감생심. 

여행을 가도 한 명은 남아서 목장을 지켜야 해요. 대신 가축을 봐줄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정성껏 보살필 수는 없잖아요

농장의 가장 큰 적은 천재지변이다. 사스, 구제역 등이 발생하면 원유 생산량이 감소한다. 태풍이 불면 목장 방문객의 수가 확 준다. 그래서 매출이 일정하지 않다.


자매는 생산품목 다변화로 매출 안정화를 꾀할 계획이다. 올해 처음 밀을 심었다. 앞으로 품목이 다양해지면, 목장 안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 유럽의 목장들처럼 휴가를 보내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하는 게 꿈이다. 

은아 목장의 양/jobsN

딸들에게 이어질 자매의 꿈

자매 모두 결혼했고, 주말 부부다. 자매의 남편들은 따로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만 목장으로 온다.

자매의 아이들은 목장에서 자란다. 지은 씨가 딸 하나, 지아 씨가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사교육 걱정 안하느냐'고 물었다. 

공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모두 공부만 하면, 누가 소를 키우고 우유를 만드나요? 계속 아름다운 공간에서 자유롭게 자라면 좋겠어요.
새로 심은 밀/jobsN

가끔 속상할 때도 있다. 

애들과 주말에 외출을 못 하는 점이 가장 힘들어요. 키즈카페에 가보고 싶다는 아이 소원을 아직 못들어 줬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동물과 함께 하면서 이타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어 감사해요. 목장을 잘 가꿔서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어요. 우리가 함께 가꿔 온 목장을요.

jobsN 강지수 인턴기자

jobarajob@naver.com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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