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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현실.. 차디찬 '짤짤이 순례길'

[앵커브리핑] 절박하고도 서글펐던 '500원의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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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태어나 땅속으로 돌아다니는 우리의 외로운 조상"

김광규 시인의 '쪽방 할머니' 중 한 구절입니다.

혹독한 추위였습니다. 공기마저 얼려버린 날씨 탓이었을까요. 주말 내내 지난주 전해드린 리포트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뉴스룸의 밀착카메라가 담아낸 곤궁한 노년의 현실. 노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차가운 길바닥과 지하철 안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500원.. 라면 한 봉지 값도 안 되는 이 작은 동전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종교단체가 나눠주는 500원을 얻기 위해 길을 나선 노인들. 그들은 이 길을 이른바 '짤짤이 순례길'이라고 자조적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손을 꼽아 가며 기나긴 줄을 서고 앞다투어 돈을 받으려다 시비가 붙기도 합니다.

(망설여지지 않으셨어요? 여기 나오시는 게.)

"안 망설여졌어. 다급하니까. 한 푼이라도 모아서.. 밥 못 먹으니까 하다못해 두부 한 모라도 사서"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혹은 밀린 전기료와 수도세. 손주의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노년의 자존심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절박하고도 서글펐던 500원짜리 삶의 풍경들.

백세인생. 노인 천 명 중 16명은 백세인생을 살게 됐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나라경제를 위해 노인우대 기준을 높이자는 논의마저 나오고 있는 세상이지요.

그러나 누군가에게 '나이 듦'은, 은빛의 연륜. 존엄과 따사로움이 아니라 목숨을 부지해야 할 차가운 현실이었습니다.

한국 노년층의 상대빈곤율은 49.6%

전체 노인의 절반이라고 하니 단지 이것은 몇몇의 이야기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2년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어떻게 하든 찾아뵙고 청소나 반찬이라도 해드리고 싶습니다"

한 시청자가 제작진에게 보내온 이메일입니다.

이번에도 또다시 국가가 아닌 개인이..
시민들 스스로가 가슴 아픈 이 현실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일까요?

앞서 소개한 김광규 시인의 작품의 앞부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난에 찌들어 눈빛도 바랬고 온 얼굴 가득 주름살 오글쪼글 지하철 공짜로 타는 것 말고는 늙어서 받은 것 아무것도 없네"

내일(26일)부턴 좀 풀린다지만 오늘 밤공기는 여전히 살을 엡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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