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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 '파리의 연인'의 남자 주인공 한기주 역으로 박신양보다 먼저 거론된 배우가 이정재였다고 한다. 당시 이정재도 관심을 갖고 기획안을 봤지만, 같은 시기에 곽경택 감독의 영화 '태풍' 출연을 논의 중이었다고. 이에 이정재는 한 작품에 모든 열정을 쏟고 싶다는 완벽주의적인 자세로 '파리의 연인'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재는 또 한번의 화제작 출연 제안을 받게 되는데. 바로표민수 PD의 '풀하우스'. 이미 송혜교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상태에서 표민수 PD는 이정재를 남자 주인공으로 점찍었고 이정재도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태풍’ 촬영 준비에 몰두하고 싶다며 ‘풀하우스’ 출연 제의를 최종 고사하고 만다. 결국 ‘풀하우스’의 남자 주인공은 비로 낙점되었고 비는 이 드라마를 통해 명실상부한 최고 스타가 되었다.

‘미사 폐인’이라는 신조어를 남길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킨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역시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캐스팅 0순위였던 이정재는 영화 촬영의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소지섭이 남자주인공을 꿰차게 된다. 이 작품을 계기로 소지섭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탑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

579만 관객을 그러모으며 박찬욱을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발돋움 시켜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이 영화의 이수혁 병장 역할 역시 이정재에게 제안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역할은 이병헌에게 돌아갔다. 당시 이병헌은 이 작품을 계기로 ‘영화는 안 된다’는 그동안의 스크린 징크스를 깨며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지나간 작품에 대해 늘 ‘내 복이 아니다’라고 생각해왔다는 이정재도 후회했다는 작품이 있다. 바로 영화 ‘범죄의 재구성’. 출연 제의 당시 사업을 하는 중이라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놓쳤다고 밝히며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후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과 만나게 됐고, 영화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고. 결국 한 번의 엇갈림 끝에 이정재는 최동훈 감독과 함께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도둑들’과 운명적인 만남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