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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핸드폰 없이' 보낸 24시간

조회수 2021. 2.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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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 나도 한번 해볼까? 강원도 홍천에 핸드폰도 안 터지고 TV도 없는 리조트가 있다고 해, 다녀왔다. 핸드폰 신호가 끊기자 비로소 많은 것이 가능해졌다.



‘전화가 안 터지는 리조트가 있다고?’ 


끝날 기미가 안보이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차로 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힐리언스 선마을이라고…내가 여길 왜 가려고 했었더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 나는 조금 지쳐 있었다. 매일같이 치이던 업무에서 자유로워지면 조금 더 편안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 속엔 여유 대신 불안함이 자라났다. 불안함을 없애고자 지인들을 찾아 나섰고 또 프리랜서로 일하며 들어오는 업무를 가리지 않고 하다보니 밤낮없이 핸드폰이 울려 종일 핸드폰을 끼고 살았다. 강원도 홍천 종자산 250m고지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 내가 이 곳에 마음이 동한 건 ‘핸드폰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는 설명 한 줄 이었다. 

디지털 디톡스는 강제로 해야 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강제로 해야 한다


‘웰에이징 힐링 리조트’를 표방하는 힐리언스 선마을. 힐리언스 선마을엔 이곳만의 작은 규칙이 존재한다. 일단 힐리언스 선마을에 ‘입촌’을 하게 되면 입구에서부터 '정말로' 핸드폰 신호가 끊긴다. 미리 알고 왔지만 전화도 인터넷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포였다. 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이 커다란 리조트에서 딱 한 곳, ‘가을동’ 2층에 자리한 비지니스 센터뿐이다. 내가 지금 객실 설명을 듣고 있는 웰컴 센터 역시 가을동에 위치해있다. 급할 땐 객실에서 빠져나와 전화를 쓸 수 있겠다 싶은 은밀한 생각을 품으려는 찰나, 반길 수 없는 정보가 귀에 들어왔다. “아, 그러니까 이 웰컴 센터에서 객실까지는 저 엄청난 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거죠?” 힐리언스 선마을의 숙소는 숲속동, 정원동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내가 예약한 숲속동의 경우 딱 봐도 웰컴 센터에서 15분은 걸어야 도착하는 곳. 그것도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서 말이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디지털 디톡스가 가능하겠지’. 힐리언스 선마을에서의 ‘진짜’ 디지털 디톡스가 시작됐다.

숨이 가빠지니 깊은 숨을 들이 마시게 되었다

숨이 가빠지니 깊은 숨을 들이 마시게 되었다


지금껏 경험해온 다른 리조트에선 몇 걸음 걷지 않고도 객실, 식당, 로비, 기타 편의 시설에 닿았는데, 힐리언스 선마을은 달랐다. 객실에 가기 위해 비탈길을 올라야 했고, 식사를 하거나 다른 부대 시설로 이동하기 위해선 또 그 길을 내려 와야 했다. ‘의도적 불편함’이라고 할까. 여기서는 평소 한 블럭도 걷지 않는 사람들이 산길을 오르고, 밥 한끼를 먹기 위해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걷는다. 심지어 요가나 리커버링 테라피 등의 운동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 자체가 운동이 된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포기한 대신, 몸을 움직이게 됐으며, 산길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느리게 걸었으며, 덕분에 빠르게 뛰는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 객실에 오르다 숨이 가빠져 잠시 멈춰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겨울의 찬 공기가 코 끝을 스쳤다. 핸드폰을 꺼내 들어 인증샷을 남기는 대신 그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다 보니 가슴에 시원한 공기가 차올랐다. 


가장 ‘자연스러운’ 객실에 들어서다

가장 ‘자연스러운’ 객실에 들어서다  


비로소 도착한 객실은 단정했다. 친환경 자재와 페인트를 사용해, 몸에 해롭지 않게 지은 단단한 객실. 숲속동은 선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객실로 선마을의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객실에는 TV도 눈을 부시게 하는 형광등도 없다. 은은한 간접 조명 속에 흐르는 건 고요함과 간혹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 뿐. 힐리언스 선마을은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해줬다. 자연 상태의 비탈을 부러 없애지 않았고, 건축 과정에서 나무 한 그루, 물 한 줄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또한 선마을의 냉난방은 지열과 태양열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선마을 주변 야산의 8개 트래킹 코스 역시 기계가 아닌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 자연 파괴를 줄였다. 숲속동에 딸린 작은 테라스의 흔들 의자에 앉으니, 삐죽삐죽한 잣나무가 끝도 없이 펼쳐진 풍경이 보였다. 가장 ‘자연스러운’ 건축물에서 마주한 자연이었다. 

내 몸에 ‘선한’ 음식

내 몸에 ‘선한’ 음식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다 식사 시간보다 조금 빨리 길을 나섰다. 선마을의 목적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나쁜 습관이나 식단을 제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니게 하는 것. 따라서 선마을의 식단 또한 몸에 선하고 이로운 것으로 구성돼있다. 신선한 식자재를 인공 조미료 없이 저염식으로 조리하고 튀김이나 부침 대신 찜이나 구이로 조리한 음식들로, 먹었을 때 부대낌 없이 소화가 수월하다(힐리언스 선마을은 <내 몸에 선하고 건강에 이롭다>라는 제목으로 건강한 레시피 99가지를 엮어 책으로 내기도 했다). 오랜만에 건강한 음식을 천천히 먹었다. 밥 먹을 때도 쉴 새 없이 핸드폰 문자에 답장하고 영상을 보던 습관에서 벗어난 시간이었다. 


핸드폰을 보지 않으니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것들

핸드폰을 보지 않으니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것들


핸드폰, 인터넷, TV가 없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선 바삐 움직여야 했다. 지도를 꺼내 들고 길을 나섰다. ‘선향동굴’은 동굴 특유의 어둡고 아늑한 분위기로 명상을 하기에 좋은 장소. 가만히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보고 있으니, 서울에선 좀처럼 가능하지 않았던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선향동굴을 나와 '숲속 유르트'에 들러 가벼운 스트레칭법을 알려주는 ‘리커버링 테라피’ 수업을 들은 후 밖을 나섰더니 어둑어둑한 숲의 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마을의 밤은 어둡다. 최소한의 조명만 남겨두고 소등을 하기 때문. 어두워지니 잠을 자는 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 그 날 밤 숙면을 취하며 깨달았다. 다음 날 일찍 눈을 떴다. 아침 일찍 가벼운 죽을 먹고 작은 책방 ‘춘하서가’에 들러 LP를 듣고 구비된 책을 읽다 보니 힐리언스 선마을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매일을 빼곡하게 채우던 전화 통화와 SNS, 인터넷 서핑이 없는 하루가 끝났다. 구석구석을 걷고 또 숙면을 취한 덕분에 몸이 조금 경쾌해졌고, 입에 도는 맛이 슴슴했다. 무엇보다 가벼워진 건 마음. 하루 정도 일에서, 바삐 나를 찾는 연락에서 멀어져도 괜찮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이 안도감으로 나는 도시에서의 하루를 또 버틸 힘을 찾은 거겠지. 또 힘에 부칠 땐 다시금 힐리언스 선마을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힐리언스 선마을 

주소: 강원도 홍천군 서면 종자산길 122 (중방대리 7)

www.healience.co.kr 

@healience_official_kr


Contributing Editor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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