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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어디까지 먹어봤니?

조회수 2021. 3. 30. 1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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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umulus.shop
샌드위치는 가장 간편한 형태로 즐기는 미식 경험이다. 샌드위치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이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샌드위치를 즐긴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놓친 끼니를 샌드위치를 크게 한입 베어 물며 채우기도 하고, 퇴근하는 길에 샌드위치를 포장해 집에서 와인 한 잔과 저녁을 해결하기도 한다. 배달 음식을 주문해야할 땐 ‘샌드위치’를 검색해 근처에 괜찮은 집이 있나 늘 검색하는 게 먼저다. 이전엔 샐러드보단 조금 더 맛있게 채소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샌드위치를 골랐다면, 요즘은 어쩐지 마음이 달라졌다. 언제부턴가 고심 끝에 맛집을 고르듯 샌드위치를 즐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없이 바쁘지만 근사한 미식을 즐기는 현대인으로서의 자각은 지키고 싶을 때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출처: @mustard_sandwich_
열심히 매일의 밥상을 챙기다보니 시대의 흐름과 기운이 샌드위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 ‘테이크아웃’은 요리의 필수 요소가 됐고, 샌드위치는 그야말로 팬데믹에 딱 맞는 식사다. 내 무릎 위에 티슈만큼의 여유 공간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샌드위치 하나를 해결할 수 있다. 식당을 찾고 QR 코드를 찍고 거리를 두지 않아도 혼자서 안전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에도 코로나19 이후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을 기본으로 하는 델리숍이 많아졌으며 자연스럽게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곳도 늘었다. 서울 안에서의 샌드위치 선택지가 다양해졌고, 선택지의 수준도 훌쩍 올라갔다.

글로벌 트렌드 지표도 샌드위치를 주목한다. 2021년 푸드 트렌드 예측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여유로워진 아침 식사’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많아지다보니, 그리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아침 식사도 주스 한 잔에서 따뜻한 샌드위치로 업그레이드됐다. 달걀이 두툼하게 들어간 다양한 샌드위치가 아침 식탁을 조용히 점령했고, 2021년에는 매운 맛과 단맛이 동시에 들어간 ‘맵단’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스파이시 치킨 등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유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출처: @everythingbagel_korea
샌드위치는 가장 간편한 형태로 즐기는 미식 경험이다.

핵심이 되는 단백질 재료, 맛의 균형을 더하는 채소, 스터핑과 어우러지는 특별한 토핑, 스며들면서 맛을 살리는 소스, 질감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빵, 이 모든 것이 한 입에 들어오고 한 큐에 느껴지는 요리다. 국경을 넘나드는 독특한 맛의 조합이나 전혀 새로운 맛의 조합이 가능해 실험과 도전의 대상이 될 때도 있으며, 반대로 두가지 혹은 세가지의 단출한 재료 구성으로도 식재료 조합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샌드위치를 맛볼 때마다 샌드위치 하나를 잘 쌓는 일은 미식 코스 하나를 잘 구성하는 일만큼이나 복잡하고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출처: @salthousekorea
샌드위치를 통해 미식을 경험하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곳 중 요즘 가장 즐기는 곳을 소개한다.

성수동에 있는 큐뮬러스(@cumulus.shop)는 봄을 맞아 새롭게 개편된 샌드위치 메뉴만 봐도 평범한 샌드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귀를 유자 간장에 마리네이드하고 여기에 홀스레디쉬 바질 마요와 울외장아찌를 넣은 샌드위치, 그린빈, 로스트비프, 브리치즈, 개복숭아, 잣이 모두 들어간 샌드위치 등은 어쩐지 천천히 먹어야할 것 같은 꽉 찬 맛을 자랑한다. 낮 영업만 하지만 내추럴 와인을 갖추고 있는 이유도 알 것 같다. 금호동에 새로 생긴 머스터드 샌드위치(@mustard_sandwich_)에서도 맛이 궁금해지는 샌드위치 메뉴가 그득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매뉴얼화된 레시피로 만든, 그래서 이름이 딱 떨어지는 샌드위치는 없다. 버섯과 모짜렐라 치즈에 잼까지 더해진 샌드위치, 아보카도와 게살을 넣고 레몬즙으로 재료의 맛을 나풀나풀 살려낸 샌드위치를 한 접시 비우고 나면 정찬을 즐긴 듯 마음이 풍족해진다. 

출처: @cadette.seoul
샌드위치가 선사하는 매력에 한번 빠지고 나니 매일 다채롭게 샌드위치가 떠오른다.

빡빡하고 옹골찬 맛을 선사하는 에브리띵베이글(@everythingbagel_korea)의 베이글 샌드위치, 클래식한 것이 가장 트렌디한 것이라는 증명하는 소금집(@salthousekorea)의 샤퀴테리 샌드위치, 스크램블드 에그가 가득 들어가 보는 것만으로도 엄지가 올라가는 카데뜨(@cadette.seoul)의 샌드위치도 식욕을 자극하는 곳이다. 비건 샌드위치를 선보이겠다는 패션브랜드의 야심이 궁금해지는 ‘더 현대’의 아르켓 샌드위치(@arketofficial)도 위시리스트에 올려두었다. 어떤 날은 에그슬럿이나 이삭토스트처럼, 샌드위치 범주의 모서리에 걸쳐 있는 메뉴들도 강렬하게 당긴다. 영국의 세련된 쇼핑 스팟인 콜 드롭 야드(Coal Drops Yard)의 샌드위치숍 보데가 리타(Bodega Rita)의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의 샌드위치 트렌드는 영국의 빵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수반된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 말이 생각나 오늘은 빵 향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에르제 성수(@herge.shop)의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찜해두었다. 샌드위치가 주는 미식의 즐거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Writer 손기은(프리랜서 에디터, 책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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