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끊기 15일 차, 에디터에게 일어난 일
장점 1 뱃살이 확실하게 줄었다
밥을 많이 먹으면 볼록하게 올라오는 복부 때문에 원피스 입기가 꺼려졌는데, 보름만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구석에 밀려났던 예쁜 원피스들을 새로 꺼내 행거에 걸었다. 벨트도 넉넉해졌다. 고단백 식사를 하니 근육이 강화되어 쉽게 살이 붙지 않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붙는다. 접히는 부분이 사라지니 스트레칭이나 요가 동작도 쉬워진 기분이다.
단점 1 우울해졌다
예쁜 옷을 다시 입게되는 기쁨도 잠시. 쉽게 우울감에 빠지기 시작한다. 짜증도 쉽게 난다. 집중력이 흐트러져 오타도 잦다. 오타가 많으니 지적을 받고, 신경질적인 성격이 되어 '성질머리가 고약해졌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내 마음같지 않아 속상했고, 우울했다. 그리고 그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장점 2 피부가 맑아졌다
피부 톤이 바뀌었다. 확실히 거뭇하던 눈 밑 다크서클이 환해지고, 늦은 밤에도 방금 세안을 마친 것처럼 안색이 밝다. 수분 크림을 발랐을 뿐인데 마치 톤 업 기능이 있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듯 화사해진 것. 트러블도 확연히 줄어 잡티 걱정으로부터 해방되었다. 피부 관리실에서 30만원짜리 코스로 케어 받은 것 보다 효과적이다.
단점 2 변비가 생겼다
평생 모르고 살던 변비가 생겼다. 피부가 맑아져 화장실을 못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몸 속이 리셋되는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 뿐이다. 유산균을 아무리 먹어도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지 않았고, 무의미하게 변기 위에서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괴로운 일이다.
탄수화물 끊기 보름 차, 이제 이 체험은 오늘부로 끝이다. 먹지 않던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될 경우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긴다는 치명적인 의학 정보를 얻었다. 비정상적인 지방 사용 현상이라는 '케토시스'가 발생하고, 세로토닌 분비 감소로 우울해지는 것도 큰 문제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다. 탄수화물 음식에 대한 욕구가 체험 전보다 훨씬 심해져 폭식이 염려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통밀, 현미, 잡곡, 호밀 등 건강한 탄수화물을 하루 100g 섭취하기로 했다. 그 전에 케이크는 한조각만 먼저 먹어야겠다. 달콤한 크림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눈물이 터질 것만 같다.
Contributing Editor 황예인
Illustrator 알렉세이 모로조프(게티이미지뱅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