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의 '가치 소비' 아시나요?

조회수 2021. 3. 19. 19:0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소비에도 신념과 가치가 반영되는 시대다.
소비에도 신념과 가치가 반영되는 시대다. ‘착한 소비’를 넘어 ‘가치 소비’로 번져 나가고 있는 MZ 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편승해봤다.

최근 클럽하우스의 ‘나는 소비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봤다’라는 제목이 붙은 방에서 참여자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꼭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겪은 해외 쇼핑, 경매, 한정판 줄서기, 중고제품 찾기 등의 경험을 나누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자신은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하기 위해 여러 사회적 기업을 비교하는 데에 엄청나게 시간을 써본 적이 있다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는 ‘나를 위한 (과)소비’에 진심인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똑같이 박수를 받았다.

지속가능 책임소비는 이제 디폴트 아닌가요?

지속가능 책임소비는 이제 디폴트 아닌가요?


얼마 전엔 ‘지속가능 책임소비’를 모토로 내세운 온라인 리빙 편집숍 ‘모레상점(morestore.co.kr)’에서 쇼핑을 하면서 두 시간을 훌쩍 쓴 적이 있다. 제품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익히다보니 장바구니가 두둑해진 것은 물론이고, 기존엔 알지 못했던 좋은 브랜드도 두둑이 알게 됐다. 친환경 제품,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제품, 공정 무역 제품, 나아가 채식주의와 동물복지를 아우르는 제품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지속가능성(Sustainable) 패션, 재활용(Upcycling) 패션, 윤리적(Ethical) 패션은 이미 신진 브랜드의 필수 요소처럼 여겨질 정도로 흔한 요소가 됐다. 이 기사에 나열하기 벅찰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착한 소비 아니고 가치 소비입니다

착한 소비 아니고 가치 소비입니다


변화는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2015년 <포브스>가 발표한 ‘밀레니얼의 소비 행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약 75%가 사회적 환원 구조를 갖춘 브랜드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흐름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반영되면서 2021년 현재 우리의 선택지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트렌드가 무르익으며 포착된 흥미로운 점도 하나 있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생산하고 구매하는 활동이 ‘착한 기업’, ‘착한 소비’라고 명명되던 때가 있었다. 현재는 제품을 꼼꼼히 따질 때 필수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로 이런 사회적 소비가 편입되면서 ‘착한 소비’를 ‘가치 소비’라고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선심을 쓰듯 사회적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합리적 소비에 금이 가지 않으면서 동시에 내 소비를 더 가치 있게 해줄 새로운 축이 생겼다는 뜻이다.

미닝 아웃의 즐거움을 알려드립니다

미닝 아웃의 즐거움을 알려드립니다


가치 소비를 즐기고 그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미닝 아웃(Meaning + Coming Out)’이라는 트렌드 용어도 생겼다. 제품의 품질, 기능, 가격을 따지듯 환경, 윤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하는 소비가 그 자체로 뽐낼만한 것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 역시 ‘미닝 아웃(정치적ㆍ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하고 싶은 소비가 있다. 제품을 만드는 소재나 방식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여타 브랜드와 달리, 기업의 인력 구조 자체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영향을 주는 브랜드 두 군데에서 최근 만족스러운 쇼핑을 했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장애인과 고령자가 함께 제품을 생산하는 ‘더사랑(thesarang.co.kr)’이라는 브랜드다. 이들이 모두 제품 제작에 참여해 분업화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또 그로서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구급키트나 문구키트와 같은 조립 세트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에 투입되는 인력의 구조를 알고 나니 ‘키트’라는 개념이 더 정확하게 와닿았고, 자연스레 지갑을 열었다. 두번째는 발달장애인이 디자이너로 참여하는 경쾌하고 산뜻한 디자인 스튜디오인 ‘키뮤 스튜디오(kimustudio.com)’다. 최근엔 의류 브랜드까지 런칭해 소비욕을 더 끓어오르게 만들고 있다. 기존의 소비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이런 브랜드를 찾아서 추가적으로 소비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 나의 작다면 작은 미닝아웃 소비다. 


어제는 좋아하는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다가 놀랐다. 사업의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인데, 기존 포장 제품을 모두 100% 생분해성수지 포장지로 바꾼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차근차근 발전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 역시 ‘좋아요’를 빠르게 눌러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Writer 손기은(프리랜서 에디터, 책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저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