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는 왜 계속 최고일까?

조회수 2021. 4. 2. 1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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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llustrator 88
아이유의 놀라운 13년

아이유는 좀 특이하다. 대중적이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노래를 만든다. 차트 순위를 석권하면서도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가 단단하다. 이 절묘한 균형은 무엇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까? 그의 5번째 정규 앨범을 통해 아이유가 이뤄낸 이 독특한 성취의 근원을 들여다봤다.


아이유의 놀라운 13년

2008년 열다섯의 나이에 데뷔 후, 아이유는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렸다. 매해 새 노래를 부르고 새 모습을 선보였다. 얼마나 많은 흔적이 남았는지, 그 발자국이 만든 커다란 지도 안에는 그가 ‘국민 여동생’에 등극하던 순간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복잡한 논란들도, 많은 이들을 남몰래 울고 웃게 만들었던 노래 한 소절도 있었다. 많은 이가 그를 사랑했다. 팬클럽 ‘유애나’나 대중의 사랑뿐만이 아니었다. 김창완, 양희은, 서태지, 윤상 같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남은 이름들은 물론 빅뱅의 지드래곤이나 BTS의 슈가, 밴드 혁오의 오혁 같은 젊은 이름들도 마찬가지였다. 싱글, 앨범, 리메이크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아이유의 덩치가 커졌다. 끝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 그의 곁으로 사람이, 음악이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출처: EDAM 엔터테인먼트
스스로에 대한 아이유의 냉철한 인식

스스로에 대한 아이유의 냉철한 인식  


그렇게 조금쯤 붕 뜬 기분을 즐겨도 좋을 자리에서, 아이유는 늘 자신이 발 디딘 지금을 바라봤다. 지금의 나, 진짜 나.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대적할만한 상대가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더 그랬다. ‘좋은 날’과 삼단고음으로 정점을 찍고 ‘너랑 나’, ‘분홍신’을 연이어 터뜨리며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그는, 자신의 나이 스물셋을 앞세운 <CHAT-SHIRE>(2015)로 급격한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화살의 방향이 모조리 내 쪽으로 옮겨졌다. ‘어느 쪽이게, 맞춰봐?’라는 아찔한 질문으로 시작한 이 걸음은 크고 작은 부딪힘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손잡이를 꽉 쥔 채 쉬운 게 좋아지는 스물다섯의 ‘이 지금’을 노래한 ‘팔레트’, 무력과 무기력이 없는 환상의 오렌지 섬을 꿈꾸는 스물여덟의 ‘에잇’을 지나 아이유가 마침내 당도한 건 ‘아무 의문 없는 나이’ 스물아홉, 그리고 앨범 <LILAC>이다.

출처: EDAM 엔터테인먼트
아이유라는 이름 아래, 다채로운 스펙트럼

아이유라는 이름 아래, 다채로운 스펙트럼


별다를 건 없다. 아이유는 언제나 그랬듯 아이유라는 이름의 커다란 놀이터 안에서 자신의 지금을 함께 그려갈 이들과 손을 잡고, 호흡을 맞췄다. 그 터가 얼마나 넓은지는 참여진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아이유의 목소리를 끌어낸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나얼에서 타고난 개성을 굽히지 않고 마음껏 펼쳐낸 악동뮤지션 이찬혁, R&B 신의 촉망 받는 프로듀서 SUMIN과 싱어 딘은 물론 팝타임이나 라이언 전처럼 케이팝을 주름잡고 있는 유명 작곡가까지 입장표를 뽑아 들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팝이라는 이름 아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장르의 스펙트럼이 <LILAC> 안에 녹아 담겼다.


출처: EDAM 엔터테인먼트
아이유와 대중의 익숙한 호흡

아이유와 대중의 익숙한 호흡


기묘한 체험은 지금부터다. 아이유라는 이름이 큼지막한 적힌 선물상자를 보며 어떤 특별함을 찾아야 할까 잠시 헤매는 사이, 듣는 이의 몸이 먼저 박자를 타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할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이건, 익숙함이다. 지난 세월 아이유의 노래 한 곡쯤 머리에, 가슴에, 삶에 담아본 이라면 자연스레 반응할 수밖에 없는 리듬과 멜로디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절로 움직이게 한다. 아이유의 20대를 밀고 당겨 지금에 이르게 한 힘이, 그의 음악을 듣고 산 사람들의 지금도 움직이게 만든다. 매 경기 살벌하게 목숨을 거는 승부욕을(‘Coin’), 최악의 구간을 맴도는 지겨운 연애의 권태를(‘돌림노래’) 너와 나의 이야기처럼 가깝게 받아들이게 한다. 대중과 가깝게 호흡하며 꾸준히 사랑 받는 음악을 만들어 온 사람의 노래가 가진 에너지란 이런 것인가 새삼 느낀다.


출처: EDAM 엔터테인먼트
20대에 대한 아이유식 마무리

20대에 대한 아이유식 마무리 


앨범을 마무리하는 곡 ‘에필로그’는 이 모든 생각의 파편을 한 번에 모아 정리한다. 몽롱한 기타 연주와 코러스를 뚫고 아이유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 이 다음으로 가요’라며 흔들흔들 취한 듯 노래한다. 이 단단한 자기 확신에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줄 날 오겠지요 / 들어줄 거지요?’라는 다정하고 느슨한 약속이 이어진다. 아이유, 아니 이지은은 이 노래를 직접 설명하며 ‘스물세 살의 아이유도, 스물다섯의 아이유도, 작년의 아이유도 아닌 지금의 저는 이제 아무 의문 없이 이 다음으로 갑니다’라고 썼다. 젊고 재능 있고 아름다운, 누구나 말 한마디 얹기 참 쉬운 시절을 지나 보낸 이가 자신의 20대에 남기는 마지막 인사가 이렇게나 상쾌하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앨범은 시원한 안녕을 건넨 뒤 이 지금의 다음으로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긴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그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들의 걸음도 지금에서 다음으로 넘어간다. 조금의 미련도 없는 후련한 얼굴로.



Writer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Illustrator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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