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요즘 한식 활용법

조회수 2021. 2. 8. 19: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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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 칵테일에 대해 들어봤나? 김치 버터에 구운 스테이크는? 샐러드 소스에 참기름을 더하고, 간장 계란밥을 브런치로 소비하는, 외국인의 요즘 한식 활용법.


‘한식의 세계화’라는 말이 세계를 향한 애국 운동인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김치의 유익성을 홍보하고, 홍보 책자를 만들고, ‘퓨전 음식’이라는 설명 아래 서양식 플레이트에 한식 요리를 손톱만큼 담아내기도 했다. 10여 년 전의 이런 노력 덕인지, 여기저기에서 꽃피는 K-문화의 덕택인지, 그 명확한 시작점을 샅샅이 뒤져내긴 힘들지만, 최근엔 한식이 해외에서 가볍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한식 요리이다 굳이 표방할 필요도 없이, 평소 편하게 만드는 요리에 한식 아이템을 그저 툭 더하는 식으로 여기저기에서 번져 나가고 있다. 때로는 일식이나 중식과 마구 섞여 경계 없이 어우러지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요리법에 한식이 불쑥 끼어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간편한 가정식에 한식 재료가 두루 쓰인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 모두는 이론의 설파나 역사의 주인을 찾는 일과는 별개로 일어나고 있는, 그저 한식의 종주 국민으로서 관전하기 좋은 유쾌한 현상이다. 스팸 제품이 원산지와는 관계없지 ‘K-포크’라고도 불리는 세상에서 이제는 어디까지가 한식이고, 어디까지가 서양식인지 구분하는 노력이 조금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서양권에서 자주 발견되는 요즘 한식 활용법 아홉 가지를 들여다봤다.


1 쌈장에 찍어 먹는 크루디테

우리가 배가 부른 날의 술안주로, 혹은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의 애피타이저로 즐기던 ‘쌈장에 찍어 먹는 그 음식’이 서양 식탁에도 올랐다. 스틱 모양으로 자른 신선한 채소에 요거트, 마요네즈를 베이스로 하는 다양한 디핑 소스를 곁들이는 프렌치 요리인 크루디테(Crudite)에 쌈장 소스를 더하는 것이다. 된장에 고추장을 더하면 쌈장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 아시아 마켓에서 이 재료를 사와 집에서 쌈장을 만들기도 하고, 여기에 참기름과 마늘, 약간의 간장을 더해 질감과 씹는 맛을 조절하기도 한다.


2 김치 맥앤치즈

김치와 치즈의 조합은 우리가 닭갈비 먹을 때나 마주치는 줄 알았는데, 김치와 치즈는 서양권에서도 꽤 익숙한 조합이다. 새콤하고 선명한 김치의 맛이 톡하고 쏘는 맛이 강렬한 치즈와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운 치즈에 김치가 잘 어울린다는 점 역시 김치 맥앤치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만드는 법은 기존 맥앤치즈와 같다. 다만 아주 잘게 썬 김치를 볶아 씹히는 존재감을 없애고 김칫국물을 더해 색깔을 불그스레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3 다시팩 수프

국내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 다시팩이 해외의 부엌에서도 요긴하게 쓰인다. 일본의 다시팩과 한국의 다시팩 차이를 인식하고 멸치가 더 사용되는 한국 다시팩을 필요에 따라 구매하기도 한다. 다시팩으로 감칠맛을 빠르게 우려낸 뒤 채소를 듬뿍 넣어 부드럽고 담백한 야채수프를 만들기도 하고 리소토나 폴렌타를 만들 때 서양식 육수 대신 다시팩에서 우린 국물을 더해 감칠맛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서양요리에 사용할 새우나 오징어를 익힐 때 다시팩 육수에 넣고 데쳐 맛을 더할 때도 있다.


4 참기름 비네그레트 소스

참기름은 그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한식 재료 중 하나다. 워터크레스, 루꼴라 등과 같은 허브류를 갈아서 만드는 페스토에 참기름을 더해 독특한 향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요거트를 기반으로 하는 크루디테 디핑 소스에도 참기름을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샐러드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비네그레트(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유화 시켜 만드는 소스)의 기름으로 활용하면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소스가 완성된다.


5 불고기 양념 스테이크와 파채 사이드

불고기 양념을 바르고 고깃덩어리를 스테이크처럼 구워내면 떡갈비와 스테이크 중간 어디쯤에 있는 근사한 요리가 완성된다. 불고기 양념에 얇은 고기를 볶는 것보다는 불고기 양념에 스테이크를 마리네이드 하는 것이 서양권에서는 더 익숙한 요리법이다. 이 고깃덩어리를 썰어내면 일반 스테이크와 겉모양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파를 채썰어 사이드 샐러드처럼 접시를 장식하면 영락없는 불고기의 느낌이 완성된다.


6 김치 버터에 구운 스테이크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반 가염 버터에 각종 식재료를 더해 독특한 색과 향을 입히는 경우가 많은데, 김치와 김치 국물을 버터에 더해 김치 버터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김치 크로니클> 프로그램에도 등장하고 이후 서양 가정식 레시피의 제왕인 마샤 스튜어트의 요리쇼에서도 등장했다. 잘게 썬 김치와 김칫국물 약간을 버터와 함께 치대 김치버터를 만든 후, 참기름에 마리네이드한 스테이크를 잘 구운 후 이 버터를 올려 녹여내는 요리다.


7 김치 랠리쉬를 올린 핫도그

핫도그에 들어가는 피클로 만든 랠리쉬를 김치가 대체할 수도 있다. 잘게 다진 김치에 식초와 꿀을 넣어 새콤달콤함을 더하고 그대로 핫도그 빵 안에 넣어버리면 끝이다. 풀드포크 샌드위치처럼 고기가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에도 이 김치 랠리쉬가 새콤한 포인트로 활약한다.


8 계란밥 브런치

미국 미식 잡지 <Bon Appetit>의 한국계 에디터는 간장 계란밥을 최고로 간단한 한식 요리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비빔밥의 단순화 버전으로 계란밥을 추천하거나 계란밥 베이스에 날치알이나 김 가루를 올려 간단한 덮밥처럼 즐기길 권하기도 한다. 최소한의 요리만 하고 싶은 날 패스트푸드처럼 즐기기 좋고, 일요일 낮의 브런치 요리로도 손색없다는 평이다.


9 식혜 칵테일

식혜는 의외로 빠르게 글로벌화된 한식 중 하나다. 다만 우리가 즐기는 방식과는 결이 조금 다른 편이다. 식혜를 ‘Korean Sweet Rice Punch’라고 설명하는 것만 봐도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식혜 캔을 따고 온더락 잔이나 쿠프 잔에 따라 칵테일처럼 마시거나 손잡이가 달린 유리 자(Jar)에 넣고 디저트처럼 즐기는 경우가 많다.


Writer 손기은(프리랜스 에디터, 책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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