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포르투갈에서 한 달 살기

조회수 2018. 7. 31. 15:2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한 번쯤 낯선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국적이지만 낯설지만은 않은. 마치 포르투갈 같은 곳에서.

출처: ALLETS

포르투갈을 여행한다는 것


흔히 포르투갈을 유럽 여행의 종착지라 부른다. 런던, 프라하, 파리, 로마 등을 둘러본 뒤, 맨 마지막에 슬쩍 끼워 넣는 도시 정도로. 아마도 이베리아반도의 끝자락이라는 위치 때문일 게다. 가는 길도 험난하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직항 편이 없기 때문에 경유는 기본. 대개 암스테르담과 파리를 경유하는데, 리스본까지 15시간 정도가 걸린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리스본이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유럽의 수도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거리는 멀지만 시기에 따라 항공권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점. 3~4월이 유럽 여행의 비수기라고는 하나 주요 도시인 런던, 파리, 프라하 등은 여전히 80~90만 원대다. 나는 3월 중순 출발하는 리스본행 왕복 티켓을 70만 6천 원에 끊었다. 내가 예매한 KLM항공은 대한항공, 에어프랑스와 코드 셰어가 가능해 비행 스케줄만 잘 맞추면 단돈 70만 원으로 대한항공 왕복도 가능하다.


1,2,3 리스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란 트램.

출처: ALLETS

포르투갈을 설명하는 3가지 키워드


“그런데 왜 하필 포르투갈이야? ” 떠나기 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대답은 늘 같았다. “여자 혼자 다녀도 안전하고, 날씨 따뜻하고, 물가가 싸니까!” 이건 진짜다. 여행하는 내내 줄곧 혼자 다녔지만 무섭거나 두려움을 느껴본 적 없다. 물론 운이 좋은 편이기도 했다. 우연히 만난 어떤 언니는 캐리어를 통째로 도둑맞았다고 했으니까. 적당한 경계심만 잃지 않는다면 혼자서도 잘 다닐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포르투갈은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을 만큼 따뜻하다. 단, 봄에는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가볍게 두를 수 있는 머플러와 두꺼운 외투 한 벌쯤은 필수다. 게다가 1~3월은 우기라 우산도 꼭 챙겨야 한다. 4월 초까지도 비가 자주 내리는 편이니 아예 여름에 떠나는 일정도 좋다. 좀 많이 덥긴 하겠지만 대서양이 에워싸고 있어 바캉스를 즐기기에 더없이 완벽한 곳이므로.


1, 2. 3월에도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3. 바닷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나자레의 해변.

출처: ALLETS

와인 한 병에 1300원이라고?


무엇보다 포르투갈로 여행지를 정한 결정적 이유는 ‘저렴한 물가’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0.6유로(약 800원), 포르투갈 최고의 명물인 에그 타르트는 비싸야 1유로(약 1300원)다. 특히 와인 가격이 사랑스럽다. 대형 마트에 가면 작은 와인 한 병을 0.99유로(약 1300원)에 살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글라스 와인을 주문해도 2유로(약 2600원) 남짓. 이쯤 되면 ‘와인이 물보다 싸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와인 맛을 잘 몰라 엄두가 안 난다면 일단 ‘포트 와인’을 마셔보길.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포트 와인은 굉장히 달고 맛있기로 유명한데, 그 독특한 풍미 덕분에 한 번 맛보면 헤어나기 힘들다(정확히 내가 그랬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인 포르투에 가면 포트 와인을 종류별로 시음할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가 많으니 참여해보면 좋다.


1, 2. 포르투갈의 대표 디저트인 에그 타르트.

3, 4. 식사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달콤한 와인 한잔.

출처: ALLETS

포르투갈 한 달 살기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포르투갈에 대한 여행 정보는 많지 않다. 여행하다 만난 한국인 대부분이 같은 가이드북을 가지고 다녔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것 말고는 딱히 살 만한 게 없어서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포르투갈의 매력이 아닐까? 알려진 정보도 별로 없고, 오는 사람은 더 없는 유럽의 도시. 이보다 더 매력적인 조건이 또 어디 있을까.

나는 이 낯선 나라에서 기어이 한 달을 머물렀다. 어디 한 군데 마음에 안 드는 도시가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안 도시가 특히 좋았다. 포르투갈은 땅덩어리가 작아 어디서든 차를 타고 30분만 가면 드넓은 대서양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유럽 도시에선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기회다. 바닷바람 솔솔 부는 해변에 앉아 맥주 한잔 들이켜면 ‘그래, 이게 여행이지’ 싶어진다. 같은 해변이라도 지역에 따라 풍경과 분위기가 다르니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 2. 조용한 해변 마을 나자레의 일상적인 풍경.

3, 4. 포르투 해변에서 아무 생각 안 하고 맥주 마시기.

출처: ALLETS

현지인처럼 여행하는 방법


도시로 발길을 돌리면 또 다른 재미, ‘골목길 탐험’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높은 언덕 위에 주황색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리스본, 역사의 흔적이 묻어난 포르투의 골목길은 익히 유명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청춘들의 도시인 코임브라의 가파른 골목길부터 전체 인구가 200명에 불과한 몬산투의 투박한 돌길까지. 낯선 소도시의 골목골목마다 낭만이 새어 나오고 여유가 흘러넘친다. 카메라 셔터를 아무리 눌러대도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담기지 않으니 두 눈에 꾸욱 눌러 담을 수밖에.

이런 독특한 분위기는 작은 돌을 하나하나 손수 이어 붙인 돌길에서부터 시작된다. 울퉁불퉁한 돌길은 걷기에도, 캐리어를 끌기에도 영 불편하지만 중세부터 이어져온 삶의 흔적이다. 포르투갈은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황금빛 포문을 연 국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본토에서는 단 한 번의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문화 유적도, 심지어 골목길의 돌길마저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돌길을 고수하는 것은 이곳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나름의 자부심이라고.


1. 투박한 돌길이 인상적인 몬산투의 골목길.

2. 빈티지한 매력이 흐르는 리스본 알파마 지구의 골목길.

3. 포르투갈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그래피티.

4. 가로등 불빛마저 사랑스러운 포르투의 밤.

출처: ALLETS

리스본 & 포르투의 숨겨진 성지


포르투갈 하면 흔히 떠올리는 도시, 리스본과 포르투. 골목길 탐험을 마치고 광장으로 나가면 으레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버스킹 덕분이다. 리스본과 포르투는 버스킹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기타 하나 들쳐 메고 흥에 취해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를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JTBC <비긴 어게인>에서 자우림이 노래한 바로 그 도시다.

리스본에 간다면 ‘노싸 세뇨라 두 몬테 전망대’(Miradouro da Nossa Senhora do Monte)와 ‘소피아 데 멜로 전망대’(Miradouro Sophia de Mello)만큼은 꼭 가보자. 한국인들에게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볕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버스킹 공연이 이어지는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해가 질 즈음, 리스본 전경을 바라보며 버스킹을 듣다 보면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싶어진다.

포르투에선 단연 히베이루 광장이 최고지만 건너편인 ‘노바 드 가이아’ 지역의 광장도 훌륭하다. 여기서도 기타를 손에 쥔 버스커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어 한적하다. 게다가 이곳은 히베이라의 멋들어진 정취를 배경 삼아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적어도 두 번은 가보길 추천한다.


1. 밤늦도록 이어지는 버스킹 공연.

2. 노바 드 가이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버스킹 공연.

3.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연주하는 길거리 미니 음악회.

4. 소피아 데 멜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스본 전경.

5. 인생샷 남기기에 딱 좋은 노바 드 가이아의 핫 스폿.

출처: ALLETS

더 많은 포르투갈 여행기가 궁금하다면? 위의 사진을 클릭!

출처: ALLETS
출처: ALLETS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