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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오범죄가 급증하는데 '젓가락 버거 광고?'

백지희의 마케팅 글로컬리제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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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이후, 서구권에서 아시아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한시적인 문제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 저변에는 다른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문제의 근원으로 깔려 있다. 팬데믹 이전의 광고를 통해 특수상황이 아닌 보편적인 문화권의 고정관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2019년 4월에 글로벌 패스트 푸드 브랜드인 버거킹(Burger King)의 뉴질랜드에서 공개된 ‘베트남 스위트 칠리 텐더크리스프(Vietnamese Sweet Chilli Tendercrisp)’ 홍보 캠페인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공개된 해당 홍보 영상에서는 백인 모델인 남성과 여성이 긴 젓가락을 이용해 햄버거를 집어먹거나 서로에게 젓가락을 잡은 햄버거를 먹여주는 장면이 등장했다. 홍보 영상은 "세계적인 맛, 베트남 스위트 칠리 텐더크리스프와 함께 호찌민 현지의 당신의 입맛을 살려보세요"라는 문구로 포스팅됐다.

영상이 공개되자 뉴질랜드에서 거주하는 베트남인들뿐만 아니라 한국계 뉴질랜드인들의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을 일으킨 후 뉴질랜드를 넘어 전세계 소비자들이 '문화적 감수성이 뒤떨어져 있다',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한다' 등 글로벌 기업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버거킹 뉴질랜드 페이스북·트위터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버거킹 뉴질랜드는 즉시 캠페인을 내렸고, 대표인 제임스 우드브리지(James Woodbridge)는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공식 페이지에서 영상이 삭제되어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이용자들이 영상 캡쳐를 계속 올리며 버거킹 불매운동과 트위터상 소비자들의 #burgerkingGetOutOfVietnam 해시태그 캠페인이 이어졌고 결국 버거킹 뉴질랜드가 중요 마케팅 채널인 트위터 페이지를 삭제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이 사건은 뉴질랜드 안에서 조용히 해결 될 수도 있었으나 타 글로벌 브랜드들의 유사한 문제가 함께 거론되면서 더욱 이슈가 되었다. 또 하나의 예는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랑에서 분노로 바꿔버린 2018년 11월 돌체앤가바나(D&G)의 패션쇼를 홍보하는 Eating with Chopsticks (Qikuai chifan 起筷吃饭) 캠페인이다.

돌체앤가바나 인스타그램

돌체엔가바나 영상에는 중국인 모델이 긴 젓가락으로 피자와 파스타, 카놀리 등 이탈리아 음식을 먹고있다. 빨간 인테리어 공간에서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모델은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찌르기도 하고, 손으로 찢어 젓가락 사이에 넣고 뒤적거리며 서툰 모습을 연출하고 영상 속 남성은 중국어로 말하지만 이탈리아의 입장에서 여성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며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이 작은 막대기 모양의 식기로 우리의 위대한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으면…" 모델의 젓가락질을 비하하고 있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영상의 광고 타이틀은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을 사랑해요 (#DGLovesChina)'였다.

이 영상이 인터넷에 뜨자 "불쾌하다", "미친 거 아니냐", "감각이 떨어진다", "너무나 어리석고 문화적으로 무감각하다"는 비난 댓글이 1억 2000만 건 넘게 달렸다. 중국 공산당 산하조직인 공청단까지 나서 입장을 발표했고 장쯔이, 리빙빙 등 중국 탑스타들 또한 보이콧을 선언하였다. 알리바바, 티몰, 징동닷컴 등 중국의 주요 온라인상거래 업체도 D&G불매운동에 동참하여 막대한 비용을 들인 패션쇼는 취소되었고 면세점 등 오프라인매장들에서도 D&G 철수가 이어졌다.

결국 D&G의 창업자 둘은 직접 사과 성명을 발표했으나 중국 네티즌들은 이들이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미흡하게 대처하는 행동과 뒤늦은 사과에 더욱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현지화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는 버거킹과 폭넓은 나이, 인종, 체형 등의 광고모델을 통해 다양성을 표현하고자 했던 돌체엔가바나가 이러한 위기에 봉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돌체앤가바나, 인터비즈 재편집

글로벌 마케팅에서의 빅 이슈, 고정관념

버거킹과 돌체앤가바나의 관계자는 비슷한 변명으로 젓가락으로 서양음식을 먹는 행위는 아시아인이나 아시아의 문화를 비하하는 것이 아닌 동양과 서양에 대한 이미지 부각을 통해 특이하고 임팩트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기대했다고 한다.

고정관념이란, 실제로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색깔이 아닌 중립적 개념이다. 이 개념은 유명 미국 시사평론가인 월터 리프만이 1922년에 발간한 '여론(Public Opinion)'이란 저서에서 최초로 등장하였고, 심리학적 개념으로 성별, 인종, 연령, 민족이나 직업 등 특정 사회적 집단의 고정된 인상으로 정의되었다. 즉, 어떤 집단에 대한 과잉 일반화나 단순화된 신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고정관념이나 관성적 사고의 경향성을 비즈니스에 적절하게 활용하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 꽤 많다.

예를 들면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 중 가족에 대해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책임감, 가장으로서의 무게감 등을 광고에 적용하여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광고들이 있다. 동원참치에서 진행했던 광고 중 '아빠와 딸' 편에서는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고 온 딸이 먼저 퇴근하여 혼자 단촐한 식사를 하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동안 가족을 위해 고생하셨을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참치로 전한다. 신한은행 광고 중에서도 아버지의 은퇴를 주제로 온 가족이 그 안의 아버지의 노고를 인정하는 내용의 광고도 같은 맥락이다.

강렬하고 특이함 만의 추구, 누구를 위한 세레나데인가?

문화 간 마케팅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타겟이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마케팅 캠페인은 타겟의 문화적, 언어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표현에 담은 의미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버거킹이나 돌체가바나의 캠페인은 결국 문화적 감수성이 부족한 광고 컨셉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고정관념을 부각시키면서 코믹한 영상 이미지를 연출하려고 하다가, 아시아 문화권에서 중요한 상징물 중의 하나인 젓가락을 아시아인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불쾌감을 주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렇듯, 유명 명품 브랜드도 고정관념 논란으로 인해 회생이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데에 있어서 강렬하고 특이한 부분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원칙을 간과할 때가 있다. 상호 존중과 이해와 같은 원칙을 최우선 순위로 잡게 되면 세계 어디서든 소비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를 초월하여 ‘인간’으로서 바라보기

베네통 페이스북

이 글을 마무리하며, 베네통(United colors of Benetton)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반열에 들게 한 올리비에로 토스카니(Oliviero Toscani)의 고정관념 탈피 광고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어떤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진들을 보는 것이 다소 불편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광고들은 공개 당시에 큰 이슈가 되었으며 특별한 문구 한 줄 없지만 사회적 금기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는 창조적 비주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토스카니의 광고 작품은 문화간 경계선을 긋지 않으며 인간의 단일성을 강조한다. 요즘 들어 중요시되고 있는 진정성 있는 H2H(Human to Human)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향력 있는 브랜드일수록 메시지가 가지고 있는 힘을 더 무겁게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 백지희 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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