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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나는 상처받고 있는건 아닐까?"

최명화의 셀프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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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의 가파른 오르막을 달리던 30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언제나 '남'이었다. 오늘따라 저기압인 팀장님 생각이 한가득이었고, 평소처럼 써간 기획서에 한숨을 쏟아내는 선배 얼굴이 한쪽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사님께 보고할 시간을 잡지 못하고 퇴근한 게 마음에 걸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팀 캘린더 빈 시간을 찾아 헤매곤 했다. 요즘 부쩍 내가 제안하는 내용마다 딴지를 거는 동료가 꿈에 나타난 날도 있었다.

시선이 온통 남으로만 향하다 보니, 나에 대한 남들의 평가가 유일한 가치처럼 느껴졌다. 남들이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내 전체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일 잘 한다"는 한 마디에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즐거워 날뛰었고, 남들보다 빠른 승진이 내 가치를 절대적으로 증명한다 여겼다.

돌아보면,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변하는 상황과 주변의 변화가 중요했고 그 가운데 더 잘 해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 자신이 느끼는 어려움이나 상처따위에는 관심을 주지 못했다. 지치는 건 아닌지, 상처받고 있는 건 아닌지, 털어내고 해결해야 할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는 건 아닌지, 시간을 두고 스스로에게 이해시켜야 할 게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지 않았다. 선별적으로만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패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실패를 겪은 적도 있다. 큰 프로젝트를 놓쳐 아쉬움이 컸고, 그 크기만큼 상황에 대한 원망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불편했고, 응원해준 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그러나 견딜만했다.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냥 하는 얘기인가보다 하고 넘길 수 있었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실망감은 다음 기회에 대한 응원으로 재해석해 받아들였다.

스스로를 진짜 힘들게 했던 건, 나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준 실망감이 너무나 컸다. 그래서 미안했다. 이 기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 그걸 너무나 잘 알기에 미안했다. 얼마나 원했고, 얼마나 많은 걸 희생했는지 알고 있기에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기회를 날려버린 현재의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화해가 필요했다. 스스로에게 용서를 받아야 했다. 어중간히 덮고 가면, 또 무너지게 될 거라 믿었다. 이겨내기 위해,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분리하여 치유하기' 방법을 사용했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분리시키고 서로가 서로에게 사과하고, 설명하고, 용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의 불편함을 직면하고자 했다.

먼저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소리 내어 말을 걸기도 했고, 글로 전하기도 했다. 미안하다고. 그러나 사정이 있어 그렇게 됐다고. 과거의 나는 서서히 들으려 했다.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현재의 내가 말하는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내가 나를 용서해주기 시작함을 느꼈다.

이제 이해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
모든 걸 잃기만 한 건 아니야.
나는 너를 믿는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편안함이 느껴졌다. 마음 믿바닥에서부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현재의 내가 받아낸 마음은, 과거의 내가 보내는 응원이었다. 그렇게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스스로와 화해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자신과의 관계에 찌꺼기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잘못한 건 스스로 철저히 따져 물어,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 찌질한 감정이라도 충분히 인정해주고 들여다 보아야 한다.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에 대한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건강하고 단단한 나를 만들어, 내 스스로가 나에게 완전히 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들 말한다. 남에게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나에게 원해져야 한다. 남김없이, 그리고 숨김없이 나와 화해해야 한다. 스스로와 삐걱거리고 있는 당신을 원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웃고 있고, 위장하고, 남들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여도 스스로와의 관계가 나쁜 사람은 절대 남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정리 서정윤 ㅣ 디자인 김경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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