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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보다 더 무서운 '그린라이트'가 켜졌다

조회수 2021. 4. 5. 17: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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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환경 시대 기업들의 생존법

필환경의 시대이다.

최근 '탄소중립' 행렬에 동참한 기업들의 명단을 살펴봐도 이런 시대상이 읽힌다. 그간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여러 산업군에서도 이젠 "환경"을 외치는 기업이 속출한다. '굴뚝 경제'로 표현되던 기존 파괴적 성장 방식을 고집하다간 더이상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그린 라이트를 켰다. 그런 변화를 시도한 기업 모두가 극적이고 처절할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독 드라마틱한 곳들이 있다. 21세기형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를 쫓아가봤다.

출처: 인터비즈

과대포장 오명벗은 울월스

출처: change.org

개별 포장된 고구마 하나, 비닐로 하나하나 쌓인 사과. 호주의 대형 유통업체 울월스(Woolworths)는 과대포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심지어 이미 껍질이 있는 바나나, 메론 등도 비닐로 포장한다. 울월스는 "플라스틱으로 농산물을 포장하면 유통기한이 길어진다"며 "오히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으로 포장하는 게 매대에 농산물을 하나하나 올려두는 것보다 쉽고 시간도 덜 걸린다고 했다.

출처: Woolworths

하지만 울월스는 지난해 2월부터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한다. 농산물을 담는 플라스틱 봉투는 재활용 판지로 바꿨다. 부득이하게 비닐 포장을 사용할 경우에는 자체 재활용 안내 라벨을 붙여 고객들에게 재활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매장 내 플라스틱 포장지 수거함을 배치해 이를 재활용해 매장 운영에 필요한 트롤리, 벤치 등 물품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이다.

플라스틱을 대폭 줄인 것은 물론 체제 자체를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한다. 전 매장 전구를 LED로 교체하고, 울월스 그룹 120여개 매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2025년까지 100%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한다. 게다가 남은 식품은 식량지원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사료용으로 농가에 판매한다. 그 덕분에 2020년 4월 기준 1년간 3만 3157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였고 2000만분의 식사를 기부했다.

나무야 부탁해..혼농임업·올페이퍼 챌린지

출처: 네스프레소
(왼쪽)혼농임업을 하는 네스프레소의 커피 밭 (오른쪽)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천연 퇴비를 만들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에서 자연보호의 주역으로 선회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는 2022년까지 모든 커피의 탄소 중립화를 선언했다. 국제 지리환경분야 학술지 지오(GEO)에 따르면 모든 생산·소비 과정을 고려할 때, 커피의 한 해 탄소배출량은 1억 4천만 톤(t)이다.

네스프레소는 커피 생산에서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을 중화하기 위해 농업(커피 재배)과 임업(나무심기)을 결합한 혼농임업을 실천한다. 나무는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면서 산소를 배출해내기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커피를 고온으로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도 전기 사용량이 많아 탄소배출량이 크다는 점에 주목한다. 공장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과 로스터 기계에서 발생하는 열을 모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출처: 동아닷컴

국내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마켓컬리도 모든 배송용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2019년부터 시행하는 중이다. 스티로폼 박스, 비니 지퍼백·완충재, 박스 테이프까지도 모두 종이로 바꿔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다. 시행 1년만인 작년 10월 기준 국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의 0.8%에 달하는 4831톤의 플라스틱 절감효과를 거뒀다. 스티로폼, 비닐 사용량도 각각 4000톤, 831톤을 줄였다.

일각에선 반대급부로 종이 사용량이 늘어나는 걸 걱정하거나 다회용 포장 상자를 사용하는 게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90% 재생지를 사용하고 나머지 10%도 FSC인증(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이 시행되는 숲에서 생산된 자연친화적 제품에만 부여)을 받은 펄프를 사용한다. 다회용 포장용기 역시 안감이 찢어지기 쉽고, 육류와 생선 등은 자국이 남고 냄새가 배여 식품 배송업체에서 오래 사용하기는 어렵다.

자연보호를 기치로 태어난 기업

(왼쪽) 루프 (오른쪽) 올버즈 인스타그램

이제는 아예 태생부터 환경 보호를 기업가치로 설정하고 출범한 기업들도 있다. 미국의 친환경 재활용 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은 2019년 이커머스 플랫폼 루프(Loop)를 설립했다. 소비자가 루프를 통해 하겐다즈, 트로피카나 등 인기 브랜드의 제품을 주문하면 루프가 다회용 용기에 포장해 배송한다. 예컨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스테인리스 용기에, P&G 샴푸는 알루미늄 병에 담는다. 소비자가 제품을 다 쓰고 루프에 용기 회수를 신청하면 직원들이 용기를 회수해 소독한 뒤 다시 기업에 보내는 방식으로 일회용 용기 사용을 대폭 줄인다.

친환경 신발 스타트업 올버즈(Allbirds)는 양털, 나무 등 천연 소재로 신발을 만든다. 2016년 출시한 운동화 울 러너(Wool Runner)의 밑창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밀로 만들어진다. 심지어 운동화 끈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녹여 만들었다. 제조 공정도 친환경적이다. 일반 신발을 만들 때보다 95% 적은 양의 물로도 생산할 수 있고 활용한 물은 여러 번 재활용한다. 올버즈는 버락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헐리우드 배우) 등이 즐겨 신으며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끄는 중이다.

202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은 14.9도로 산업혁명 이전보다 1.2도 오른 수준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역대 가장 더운 3개년 중 한 해였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120여개 국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화석연료 사용량에 따른 '탄소세' 도입 등을 추진하는 중이다. 각국 정부의 흐름에 발맞춰 기업들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힘쏟는다. 지구가 계속해서 울려대는 경고음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으로 옮겨가야 할 시점이다.

제작 조지윤 김재형 ㅣ 디자인 조은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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