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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선 골머리라는데..트레이드드레스 논란

조회수 2021. 3. 30.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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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vs 삼성 이은 빼빼로 vs 포키, 결론은?

빼빼로가 포키를 베꼈다는 오명이 벗겨졌다.


미국 연방법원은 빼빼로가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침해했다는 일본 제과업체 에자키 글리코의 소송을 기각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색상, 모양 등 제품의 고유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다. 즉, 법원은 포키 디자인이 상표권을 주장할 만큼 특징적이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장장 6년 간의 소송은 빼빼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베끼기'와 '벤치마킹' 사이에서 고민하는 목소리는 산업계 곳곳에서 들려온다. 모호한 선상에서 이어지고 있는 트레이드 드레스 논쟁의 현황을 짚어본다.

출처: 인터비즈

빼빼로는 베끼지 않았다

초콜릿이 묻은 길다란 막대과자. 빼빼로와 포키의 디자인은 꼭 닮아있다. 포키를 만든 글리코사는 빼빼로가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미국의 연방상표법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머그컵 손잡이, 화장품의 제품 용기 등을 지적재산권의 하나로 규정해 법적으로 보호한다. 제품의 색깔, 모양과 같은 디자인 요소로만 제품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을 때 인정된다. 트레이드 드레스를 인정받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코카콜라 병이 있다.

그런데 만약 디자인이 기능적이라면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을 수 없다. 특정 디자인이 제품의 생산 비용을 줄이거나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줄 때 기능성이 인정된다. 이를 보호하려면 특허로 등록해야 한다. 글리코사는 막대과자 모양 제조법은 특허냈지만 디자인 자체는 트레이드 드레스에만 등록했다. 즉, 포키의 디자인이 기능적이란 게 입증되면 법에 저촉없이 얼마든지 모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이 롯데제과의 손을 들어준 이유다.

출처: 글리코 유튜브

구체적으로 보면 포키는 초콜릿이 묻지 않은 부분을 손잡이처럼 활용해 편하게 과자를 먹게 하는 디자인이다. 글리코는 광고에서 포키가 간편하게 잡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법원은 이런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포키가 편리하다는 기능성을 보여준 근거라고 판단했다.

덕분에 롯데제과는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 위기를 넘기고, 미국 내 빼빼로 판매를 이어갈 수 있게 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을 예정이다. 단, 미국 국제상표협회 대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연방대법원의 기능성 분석 기준과는 다르기 때문에 글리코사가 조만간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신청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간의 주목을 끈 애플과 삼성

국내에서 트레이드 드레스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2011년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이 기점이다. 당시 애플은 삼성의 스마트폰 외관과 아이콘 배열이 아이폰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갤럭시폰의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태 ▶앞면에 직사각형 모양의 화면 ▶화면 윗부분에 좌우로 긴 스피커 구멍 ▶직사각형 모양을 둘러싼 테두리(Bezel) 등 때문에 소비자들이 아이폰과 갤럭시폰을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처: 특허청 디자인맵

하지만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해당 요소는 편리하고 기능적이기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며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를 무효화했다. 법원은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는 모방을 통해 이뤄지는 경쟁의 기본적 권리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애플-삼성의 트레이드 드레스 논란은 산업계 전반에서 믿어온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곱씹어 보게 하는 시발점과도 같은 사례였다.

국내 트레이드 드레스 논쟁 현황

국내에는 트레이드 드레스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법령이 없다. 상표법, 부정경제방지법으로 제품의 독특한 형태나 색채를 보호하기는 하나 생소할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그렇지만 삼성, 롯데제과와 같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트레이드 드레스와 관련한 소송에 휘말리며 국내에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식음료 업계에서는 유사 트레이드 드레스 논쟁이 자주 불거진다. 특정 제품이 인기를 끌면 해당 제품 포장의 글꼴이나 색상까지 유사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경우가 잦아서다. 국내 한 제조업체가 만든 '뻥이야'는 서울식품공업의 '뻥이요'를 베껴 지난해 상표권 침해 판정을 받았다. 2014년 삼양식품은 팔도가 출시한 '불낙볶음면'이 '불닭볶음면'과 유사하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도 마찬가지다. 원조인 오리온이 상표등록을 하지 않아 '초코파이'라는 단어가 보통명사가 돼서 롯데제과, 크라운제과, 노브랜드 등 많은 회사가 유사 제품을 만들었다. 한 입 베어문 단면과 빨간 포장까지 따라하기도 했다. CJ 제일제당의 '비비고'와 동원 F&B '양반'도 제품 포장이 비슷하다. 포장에 들어간 사진과 색상도 유사해서 A인줄 알고 샀는데 B였다는 소비자들의 증언도 파다하다.

과거엔 선도기업의 제품 디자인을 베끼는 게 관행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양상이 달라졌다. 국내에도 트레이드 드레스 관련 법을 도입해 브랜드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애플-삼성의 경우처럼 스마트폰의 네모난 모양 등까지 트레이드 드레스라고 주장하면 산업계 전반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제품 디자인이 브랜드 고객층을 형성하는 주 요소로 떠오르면서 트레이드 드레스 국내 도입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제작 조지윤 ㅣ 디자인 조은현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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