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원천은 경청과 마지막에 말하는 것에 있다

조회수 2021. 2. 25.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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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뉴노멀의 시대를 맞이해 우리는 더욱더 디지털 변환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기술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보틱스, 알고리즘 그리고 온갖 흥미진진한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우리는 새로운 것과 혁신에 대해 목마르고, 끊임없이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라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데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을 되뇌어야 한다. 너무 신기술과 혁신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는 기존에 들어온 것, 배워온 것은 더 이상 쓸모가 없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기본에 충실하자,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s)’을 여기서 역설해 보려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상식이다. 코비드19로 인해 세계가 큰 변화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에도, 또한 세계가 이러다가 무너질 것만 같아도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낸 기업들은 타격을 받기는커녕 도리어 더 성장하고 큰 수익을 내고 있기도 하다. 사물의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기 마련이다. 올드 노멀이 지고 뉴 노멀이 뜨면서 그것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느 조직이든 이런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려면 리더십이 너무도 중요하다. 세계 마케팅의 구루 필립 코틀러는 리더십은 탑다운 리더십 즉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만이 아니라 바텀업(bottom-up) 리더십 즉, 현장에서 일하는 일선의 직원들의 의견을 조직 경영에 반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영학 공부를 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리더십의 기본은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경영학 서적이 쌓인 서점에서 리더십에 관한 책을 골라보라. '제왕적 리더십이 무조건 옳기 때문에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당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는 부하직원들을 나중에 반드시 도려내라'는 식으로 리더십을 가르치는 책은 거의 없다.

전략, 권력, 그리고 사람을 매혹하는 방법 등에 관한 저서를 쓰며 이름을 알린 미국의 작가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 그는 저서 ‘48가지 파워의 법칙(The 48 Laws of Power)’에서 제왕적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당신의 보스보다 더 빛나서는 안 된다.’ 이는 당신의 보스보다 더 튀면 당신의 보스는 당신을 경계하기 시작하고 결국 당신을 조직에서 쫓아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이라는 것은 그것이 공공분야든 개인 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권력의 암투와 사내 정치 혹은 조직 내 정치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고 그 조직의 운명마저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것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한 명 혹은 소수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없다는 믿음이다. 익명의 무수한 이들의 희생이 있기에 뭐든 이뤄지게 마련이라는 오만이다. 대다수가 침묵하고 자신의 의견을 죽이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예스맨이 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조직이 좋은 조직일까? 리더 혹은 그 조직을 이끄는 이들이 신의 경지에 도달하여 모든 결정을 완벽하게 하고 모든 변수를 다 고려할 수 있다. 정말 그렇다면, 소위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신이 보스인 이유는 당신이 더 뛰어나고 더 잘났기 때문이고 저들이 당신의 아랫사람인 이유는 당신보다 열등하고 못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착각이다.

경청하는 리더는 모두에게 휘둘리는 리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가 불통이 되는 흔한 원인으로는 경청하는 것이 자신의 권위를 잃고 그들의 의견에 속박되어야 한다는 착각 때문이다. 하지만 경청은 다양한 관점을 듣고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한 리더십은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어느 한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절대 다른 사람들의 말을 안 듣는다. 부하 직원들의 말을 들어주는 순간, 그리고 그것이 옳아서 이를 따르게 되면 그 의견을 낸 직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 옳은 의견을 제시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뿐더러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의견을 제시하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

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극소수의 직원들과만 어울린다. 그들과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정한 후 미팅이라는 방식을 통해 마치 모두가 함께 의사결정을 한 것처럼 시늉한다. 이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공동의 책임으로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그와 어울리지 않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기관장의 독단적인 결정은 잘못되는 경우가 많았다. 산으로 가야 할 조직은 바다로 가곤 했다.

그런 리더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먼저 의사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직원이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기가 힘들게 만든다. 경청의 기본은 그래서 "리더는 맨 마지막에 의견을 내야 한다"라는 말과도 같다.

출처: 동아일보

넬슨 만델라에게 리더십을 누구로부터 배웠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아버지로부터 배웠다고 주저 없이 말하곤 했다. 그의 아버지는 부족의 장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다 함께 모여 미팅을 할 때 넬슨 만델라의 아버지가 늘 하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는 모두가 원을 그리며 앉는 것. 둘째는 넬슨 만델라의 아버지는 희의 내내 듣기만 하고 맨 마지막에 말을 한다는 것이다.

원을 그리며 앉는 것은 말하는 이의 자리나 직위 혹은 권력으로부터 옳고 그름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직생활을 해본 이들이라면 이런 씁쓸한 경험을 해봤으리라. 좋은 의견을 가지고 와도 낮은 직급 탓에 제대로 검토조차 받지 못하고 윗 사람의 엇나간 결정을 따라야 했던 경험 말이다. 넬슨 만델라의 아버지는 그런 불상사를 막고자 했을 것이다.

마지막 발언자가 되고자 했던 것은 침묵을 막기 위함이었다. 먼저 말하면, 빅보스가 이미 결정을 내려 선언한 격이 될 수 있다. 그게 잘못된 결정이라고 해도, 아랫사람으로서는 이에 맞설 용기를 내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점을 미리 고찰한 넬슨 만델라의 아버지는 결코 자신의 의견을 처음부터 가볍게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눌러버리지 않게 말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가서 유명 기업이 만든 제품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그 회사에 인재란 인재들은 다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형편없는 제품이 내놓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똑똑한 이들이 들어가 있는 기업에서 이렇게 바보 같은 수준의 제품을 출시했을까. 어쩌면 그 기업은 이미 관료주의가 강하게 뿌리내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속한 곳의 리더는 어떤가.

필자 백세현 (주)피그말리온 | davidbaek@pygmalionglobal.com
제작 인터비즈 김재형 조지윤 |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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