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은 직원의 멘탈도 챙긴다?..원격 심리치료의 시대

조회수 2021. 2. 1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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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 복지는 어때?

복지 혜택은 회사 선택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6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직 사유 1위로 '복리 후생 및 근무환경'이 꼽혔다. 2010년 4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직원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기업들도 복지 혜택을 강화해나가는 추세다. 특히 생산성과 직결되는 정신건강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사를 사업장에 배치하거나 외부 마음 수련 워크숍 등을 지원한다.

해외에선 'B2B 원격 정신건강 케어(Remote Mental Health Care)'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직장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솔루션으로 인정받아 관련 기업들에 투자가 이어졌다.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실시간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런던의 스타트업 '스필(Spill)'은 올해 1월 200만 파운드(약 30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외에도 힐링 콘텐츠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비스의 폭을 넓힌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B2B 원격 심리치료

2018년 런던에서 창업한 스필은 업무 협업 툴인 슬랙을 활용해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 B2B 서비스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사 직원과 상담사(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를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스필에게 고객사로 등록된 기업 직원들에게 초대 이메일을 발송한다. 직원들은 이메일에 첨부된 링크를 통해 스필 채널에 가입 가능하다. 접속하면 치료사들의 상담 분야와 이력을 확인한 뒤 원하는 사람에게 상담 요청을 할 수 있다.

슬랙 채널을 활용한 이유는 고객사 직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스필의 고객사 중 대부분은 기존에도 업무 협업 툴로서 슬랙을 활용해왔다. 고객사 직원들은 슬랙의 영상 통화 및 채팅 기능을 활용해 심리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영상 통화는 말과 표정으로 감정 상태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 선호도가 가장 높다. 실시간 상담이 어려울 경우, 심리 치료사를 태그해 질문을 남기고 원하는 날짜에 답변을 받을 수도 있다.

출처: 스필(Spill)

스필 공식 상담사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다. BACP(영국 상담 및 심리치료 협회) 등 전문 기관에 등록되어 있어야 함은 물론 최소 200시간의 임상 경험과 3년의 전문 학위가 요구된다. 2020년 기준, 전체 지원자 중 약 5%만이 통과했을 정도다. 현재 약 30명의 심리 치료사가 활동하고 있고, 이들 네트워크는 스필의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런칭 2년 만에 스필은 Typeform, Bulb, Depop 등 소규모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100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2019년 런던의 최정상급 투자사인 '패션 캐피탈(Passion Capital)'로부터 65만 파운드의 시드 투자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원격 심리치료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시장 특성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담감을 낮춰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스필에 투자한 아다 벤처스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영국 시민 중 65% 이상이 심리 치료를 원하지만, 실제 진료를 받는 비중은 현저히 낮았다. '정신과'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에 더해, 인프라 부족으로 상담을 받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런던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 미국 정신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 중 56.4%가 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상담 수요는 더 늘어난 상황이다. 원격진료 스타트업 'Ginger'는 미국 직장인 중 69%가 팬데믹 이후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중 63%는 직원의 정신 건강을 위해 다양한 복지가 제공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도 B2B 원격 정신건강 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20년 1~3분기 해당 시장에 대한 미국 내 벤처 캐피탈의 투자 규모는 13억 7,000만 달러로 2019년 연간 투자액인 1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실리콘밸리의 은행 관계자는 "시장의 성장세로 보아 향후 기업 공개(IPO)와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원격 심리치료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담감과 낮은 접근성을 해결한다. 스필의 사용자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제도로 인식해 부담감이 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비스의 효과도 입증됐다. 스필에서 6회 상담을 받은 사용자들 중 84% 이상이 불안감 점수가 낮아졌다. 스필 상담 서비스에 대한 평균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3점으로 고객사 직원 중 38% 이상이 사용 후 지속적인 상담을 원한다고 답했다.

힐링 콘텐츠·데이터 솔루션으로 확대

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의사)를 상담사에 포함시키고, 콘텐츠 제공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 주요 전략이다.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 치료사 등 다수의 상담사를 보유한 '진저(Ginger)'는 평균 60초 이내의 매칭 서비스를 자랑한다. 24시간 상담 서비스가 가능해 새벽 시간대에 접속하는 사용자의 비중이 75%로 관련 스타트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별도의 Care Team을 운영하며 고객별 커스터마이징 솔루션을 제공한다. 1:1 상담과는 달리 심리 치료사와 정신과 전문의가 함께 다각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상담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고객사 직원이 원하는 기간에 맞춰 단계별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진저의 또 다른 서비스는 '힐링 콘텐츠'다. 정신 건강에 관련된 오디오 콘텐츠가 고객사 직원들에게 제공된다. 분량은 최대 5분을 넘지 않는다. 이용 가능한 콘텐츠의 수만 100가지가 넘으며 '번아웃 예방법'을 주제로 강연을 듣듯이 이용하거나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 걸음걸이'를 들으며 직접 따라 해 볼 수 있다. 세포라와 핀터레스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진저의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출처: 진저(Ginger)

런던의 스타트업 '언마인드(Unmind)'는 대화형 콘텐츠와 상담 데이터 분석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언마인드의 콘텐츠는 다른 힐링 콘텐츠와 달리 심리 안정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특징이다. 새벽 시간과 같이 상담사와의 매칭이 불가능한 시간대를 위한 서비스로 수면 향상, 스트레스 완화, 불안 관리 등 콘텐츠 주제가 세분화돼 있다. 예를 들어 불면증이 심할 때 수면 향상 콘텐츠를 재생하면 수면을 유도하는 질문들을 들을 수 있다. 오디오 콘텐츠의 특성을 살려, 질문마다 일정 간격을 두어 몰입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일자별 교육과정에 따라 이용하거나 원하는 콘텐츠만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출처: 언마인드(Unmind)
또한 언마인드는 고객사 직원과 고객사를 위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사 직원에게는 이전 상담 내용과 청취한 콘텐츠 등을 분석해 주차별 심리 그래프를 보여준다. 차분함, 행복감, 우울함 등 감정 요소별 지수를 보며 구체적인 자신의 심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고객사에게는 팀원들의 이용 내역을 바탕으로 수면 정도, 외로움, 흥미로움 등 직원들의 전체적인 심리 상태를 표현한 실시간 대시보드를 제공한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팀원별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으며 평균치만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고객사는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팀원들과 가장 많이 소통한 상담사와 함께 직원 복지 개선 방안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직원에게만 집중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고객사에게도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고객사가 데이터 솔루션에 만족해 언마인드의 서비스를 재구매한다고 답했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시장

국내에서는 셀프케어용 콘텐츠와 시스템을 구현하는 스타트업을 위주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명상 콘텐츠 스타트업 '마보'는 현대자동차, SK 텔레콤, LG 유플러스 등을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마보에 따르면 복지 차원에서 단체 이용권 구매 문의가 증가함에 따라 2020년 1월~10월 기업들의 명상 프로그램 도입이 전년 대비 400% 이상 늘었다.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동향도 보인다. 모바일 기반의 정신 건강 솔루션을 개발하는 '블루시그넘'은 2020년 12월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 스타트업은 검증된 심리 치료 기법을 활용한 셀프케어를 목표로 베타 버전을 테스트 중이며, 2021년 상반기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한 미국·런던에 비해 국내 B2B 원격 정신 건강 케어 시장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전문가들은 원격 진료의 허용 여부, 병원 접근성 등 시장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셀프케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제작 이한규 박은애 ㅣ 디자인 조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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