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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매장서 첫 발 이후 15년 만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이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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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북풍이 아닌 태양이었다.'

호주에 본사를 둔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의 브랜드명은 그 유명한 이솝우화를 모티브 삼았다. 혹자는 유독 이솝에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몰리는 것도 우화 속 태양을 연상케 할 만큼 우직하게 브랜드 정체성을 쌓아올린 덕분이라고 말한다. 공격적인 광고나, 화려한 패키징, 다양한 신제품 출시 등 단기적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마케팅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품질 개선과 지속가능한 경영에 초점을 두고 소비자의 마음을 천천히 녹아내리게 했다.

2004년 호주 맬버른의 한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비탈길 위에서 첫발을 뗀 이솝은 그렇게 서서히 고객군을 넗혀가며 이젠 20여개 국에 지점을 둔 다국적 브랜드로 거듭났다. 그간 이솝이 써내려온 우화같은 이솝이야기를 정리해봤다.


❏ 이솝우화처럼 강렬한 브랜드 꿈꿔

이솝의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

출처The Talks

1980년대 중반 호주 멜버른에서 '아마데일 헤어 살롱'이란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던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는 고민에 빠졌다. 화학 물질이 잔뜩 들어간 데다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는 헤어 제품을 고객에게 사용하는 게 불만족스러워서다.

그는 화학에 대한 사전 지식은 없었지만 직접 건강한 헤어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미국 LA에서 겨우 전문가를 찾아낸 파피티스는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방부제를 덜 쓰고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헤어제품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다. 1987년 모발 염색제에 에센셜 오일을 첨가해 만든 첫 제품. 이솝의 시작이었다.

평소 이솝우화를 좋아하던 파피티스는 브랜드 이름도 '이솝'이라고 지었다. 짧지만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전하는 이솝우화처럼 단순하지만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다.


출처이솝

이런 철학은 이솝 특유의 패키징에도 녹아 냈다. 약병을 연상시키는 갈색병과 간결하게 이름, 성분 등 글씨만 적어놓은 띠는 이솝만의 특징으로 꼽힌다. 갈색병은 자외선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방부제를 최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고려했다. 30여년 동안 큰 변화없이 유지된 이런 패키지는 이솝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킨 강력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로 자리잡는다.

1996년도를 기점으로 이솝의 제품군은 샴푸 등 헤어 제품을 넘어 핸드, 바디, 스킨 케어까지 확장한다. 사실 가격대는 저렴하지 않다. 75ml 핸드크림이 3만 원대이고, 500ml 샴푸가 6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친환경 원료로만 헤어제품을 만든 창업자 파피티스의 경영 철학은 이후에도 지속된다. 이솝은 지금도 철저히 안전이 보장된 제품을 만든다. 까다로운 기준때문에 이솝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보통 3~4년을 투자한다. 심지어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든 수분크림을 완벽하게 제품화하는 데 10년을 쏟아붓기도 했다.

신제품이 쏟아지는 화장품 시장에서 이런 이솝의 원칙은 다소 고집스럽게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에 집중하겠다는 이런 철학이 바로 이솝의 진정성을 부각하는 원동력이 됐다. 게다가 무자비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재활용 소재로 포장 용기를 만드는 등 소신을 지켜가는 이솝의 행보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 지역 정체성을 녹여낸 디자인 철학


15년 전 마을 어귀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비탈길에서 이솝은 첫 가게를 열었다. 그때부터 하나씩 늘어나는 이솝의 매장은 각각이 고유의 특성을 지닌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 하나 없이 소비자들에게 이솝을 알린 마케팅의 핵심이기도 하다.

순서대로 이솝 부산 센텀시티 몰 매장, 서울 사운즈 한남 매장, IFC 서울 매장

출처이솝

전 세계에 200개가 넘는 매장중 똑같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모든 매장은 다 달라야 한다'는 방침 아래 매장마다 그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다. 이솝이 호주를 벗어나 처음으로 대만에서 가게를 열 때에도 현지의 건축가와 협업했다. 새로운 매장을 준비할 때 이미 그 장소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방점을 찍는다. 그 지역의 거리에 어울리는 한 구성원으로 조화롭게 가치를 더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이솝의 매장들은 각 도시의 특성을 살려 마치 갤러리와 같은 공간 브랜딩을 구사한다. 국내의 이솝 매장들도 모두 제각각. 부산 센텀시티 몰 매장은 해변을 떠오르게 하는 샌드 스톤, 옅은 색감의 목재를 활용했다. 서울 사운즈 한남 매장은 한국의 전통 가마를 연상시키는 아치형 벽면 공간에 제품을 전시했다.

IFC 서울 매장은 한국 전통 건축 양식에서 가장 이상적인 배치로 여겨지는 배산임수를 녹여냈다. 긴 일체형 카운터는 흐르는 강물을 추상화했고, 벽체 전면의 제품들은 산을 연상시킨다.

출처Taxonomy of design

❏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


이제 소비자들은 '가성비'만 따지지 않는다. 가격대는 있더라도 만족을 줄 수 있는 '가심비' 소비가 화두다. 단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통해 나의 취향, 성향, 나아가 가치관을 녹여낸다.

이솝은 고객들에게 제품만으로 백옥같이 하얘지고, 주름이 다리미처럼 펴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권한다. 이솝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단순히 미(美)적인 측면을 넘어 건강한 삶의 가치를 전하는 것이다.



출처이솝

이제 이솝은 완전한 호주 브랜드는 아니다. 2013년 브라질 대표 화장품 기업 나투라앤코(Natura&Co.)가 이솝의 지분 65%를 약 6800만 호주 달러(약 583억 원)에 인수하면서다.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한 이후에도 이솝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이솝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50.6% 매출이 늘었다. 2019년에도 순수입이 지난해 대비 22.5% 증가했다.

2020년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간 브랜딩을 마케팅의 주요 창구로 활용하던 이솝이 주춤하진 않았을까? 실제 이솝은 몇몇 매장을 폐쇄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2020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기존 철학에 디지털 판매를 발빠르게 적용한 덕분이다. 화장품 업계를 휩쓴 엄동설한의 한파에도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솝의 다음 행보는 어떨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제작 인터비즈 조지윤 김재형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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