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메모장'에 주목한다? 롬 리서치가 바꾼 이것

조회수 2021. 2. 14.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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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메모 툴'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시장이다.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끊임없이 찾고 적용하는 만큼 메모 툴에 대한 니즈가 높기 때문이다. 생산성 도구인 메모 툴은 자료를 조사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유용하다. 최근에는 원격 근무가 보편화됨에 따라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메모 툴의 사용률이 급증했다. 에버노트와 노션의 성공 이후 등장한 많은 서비스 중 '롬 리서치(Roam Research)' 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다.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적어도 알아서 정리해 주는 '연결식 메모'를 구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창업자 코너 화이트 설리반은 "과거 그리고 미래의 자신과 지식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것"이 롬 리서치의 목표라고 밝혔다.


팬덤 생기고, 가입자 급증에
서버 다운 해프닝까지

2019년 '코너 화이트 설리반(Conor White-Sullivan)'과 '조슈아 브라운(Joshua Brown)'이 공동 창업한 롬 리서치는 작년 9월 시드 라운드 투자에서 9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책정된 기업 가치는 약 2억 달러로 전문가들이 예측한 수준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롬 리서치는 런칭 1년 만에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디자이너, 연구원을 타깃으로 연간 10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트위터와 레딧 등 SNS에서는 해시태그 # roamcult를 활용한 커뮤니티까지 등장했다. roam(롬)과 cult(추종)의 합성어인 # roamcult를 활용해 사용자들은 자신이 정리한 자료나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롬 리서치는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2020 클라우드 라이징 스타(Cloud Rising Star)'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출처: 롬 리서치(Roam Research)

메모 툴 시장의 새로운 루키 롬 리서치, 하지만 그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2017년 프로토 타입을 공개했을 당시, 일 사용자가 한 명뿐이었다.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는 콘테스트에서도 5차례나 탈락의 고비를 마셔야만 했다. 당시에는 경쟁사와 명확한 기능적 차이가 없었던 탓이다. 이후 2년간의 보완 과정을 통해 2019년 런칭에 성공했다. 유료 요금제만으로 2020년 기준 약 6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작년 5월에는 크리에이터들의 리뷰 영상 이후, 가입자가 급증하며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레드오션인 메모 툴 시장
롬 리서치는 왜 주목받을까?

대부분 메모 툴은 상위 페이지 안에 내용을 정리하는 '하위 계층식 메모' 방식을 활용한다. 코너 화이트 설리반과 조슈아 브라운은 이 방식이 인간의 사고방식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내용 간의 상하 관계를 고려할 정도로 인간의 사고방식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 두 사람은 메모를 할 때 처음부터 구체적인 폴더명과 저장 위치를 정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점이 페인 포인트(Pain Point)라고 보고 '연결식 메모' 방식을 고안했다.

롬 리서치에선 메모 내용(블록)을 작성하면서 원하는 단어에 괄호'[[ ]]'를 치면 단어별로 페이지(단어별 폴더)를 형성할 수 있다. 별도의 하위 폴더를 만들어 저장할 필요가 없다. 쌍방향 링크 기반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같은 내용들이 서로 다른 페이지 혹은 폴더에 분산돼 있어도 자동으로 연결된다.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메모해도 내용 간 연결성 및 특정 내용의 위치를 파악하기 쉽다.

정리하지 않아도…관련 내용들을 한 페이지에

롬 리서치의 핵심 기능은 [[ ]]에서 시작된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 A에 [[ ]]를 입력한 후 A를 적을 때마다 [[ ]]를 추가할 경우, A가 포함된 내용들이 서로 연결된다. A에 생성된 페이지를 클릭하면 연결된 내용들을 일자별로 확인할 수 있다. [[ ]] 없이 A가 적힌 내용들은 Unlinked Reference에 별도로 표시된다. 중요한 단어에 [[ ]]만 입력해 놓으면 해당 단어와 관련된 내용들이 한 페이지 안에 정리되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메모하지 않아도 특정 단어에 대해 이전에 적었던 내용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출처: 롬 리서치(Roam Research)
출처: 롬 리서치(Roam Research)

얼마나 꾸준히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마인드 맵'

롬 리서치는 시각 자료인 'Graph Overview'를 제공한다. 특정 단어에 연결된 블록 혹은 페이지 간의 네트워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이다. Graph Overview는 롬 리서치가 그려주는 '마인드 맵'이라고 불린다. 블록 간의 연결성이 많을수록 촘촘하게 표현되며 사용자가 원하는 블록을 클릭하면 해당 네트워크만이 강조 표시된다. 특정 주제에 대해 과거의 내가 언제,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루고 있는 주제를 충분히 고민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작가와 연구원들 사이에서 활용도가 높다. 촘촘해진 Graph Overvuew를 볼 때 만족감을 느끼는 일부 사용자들은 해당 기능을 '생각하게 만드는 도구'에 비유하기도 했다.

출처: 롬 리서치(Roam Research)
Graph Overview 예시

일일이 찾아볼 필요 없이…이전 메모 확인도 간편하게

메모 툴을 사용하다 보면 이전에 적었던 내용들을 참고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를 반영해 롬 리서치는 '사이드 바' 기능을 도입했다. 원하는 블록을 클릭하면 연결된 네트워크가 우측 화면에 표시된다. 특정 Graph Overview도 사이드 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페이지 안에서 듀얼 페이지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개발자들 사이에서 활용도가 높다. 실제로 많은 개발자들은 새로운 코드를 구성할 때 사이드 바를 활용해 이전에 조사한 코드를 참고한다고 밝혔다.

출처: 롬 리서치(Roam Research)
사이드 바 예시

이처럼 롬 리서치는 내용 간 상·하위 개념이 아닌, 상호 연결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는 메모 툴이다. 사용자가 자유롭게 작성해도 블록들의 연결을 통해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롬 리서치의 또 다른 별명이 위키백과를 본 딴 '개인 위키(wiki)'인 것도 이 때문이다. 코너 화이트 설리반은 "과거 그리고 미래의 자신과 지식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것"이 롬 리서치의 목표라고 밝혔다.

롬은 제가 필요로 하는지도 몰랐던 기능을 제공합니다. 롬은 머릿속의 혼란을 줄일 수 있어 좋아요.

샘 데이비스(Sam Davis) - 스탠포드대 연구원

고객 이탈 방지하려면
요금제와 앱의 한계를 극복해야

급성장한 롬 리서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현재 무료 요금제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롬 리서치의 요금제로는 월 15달러의 '프로페셔널' 옵션과, 500 달러 요금으로 5년 동안 사용 가능한 '빌리버' 옵션이 있다. 한 달 무료 체험도 가능하지만 별도의 무료 요금제를 지원하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옵션의 폭이 제한적이다. 에버노트는 월 업로드 용량이 60MB로 제한된 무료 요금제가 있으며, 노션은 업로드 제한을 없앤 퍼스널 무료 요금제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

PC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두 번째 문제다. 메모 툴은 어떤 기기에서든 실시간 확인과 수정이 가능해야 하는 만큼 모바일 앱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전문가들은 무료 요금제가 없는 상황에서, 고객 이탈을 줄이려면 모바일 앱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롬 리서치는 올해 투자 금액을 활용해 개발 인재를 확보한 후 모바일 앱 기획에 집중할 예정이다.

출처: 에버노트(Evernote)

롬 리서치는 경쟁사들과 다른 '연결식 메모' 기능을 제공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실리콘밸리의 구성원들을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시장성은 입증된 셈이다. 노션 또한 깔끔한 UI와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실리콘밸리의 디자이너들에게 주목받으며 성공했다. 효율적인 업무 방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메모 툴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노션은 팬데믹 이후 한국 가입자 수가 60% 이상 증가했다. 최근 미국에서도 사모펀드 투자사를 중심으로,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는 추세다. 롬 리서치가 메모 툴의 루키를 넘어 대표 주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작 이한규 박은애 ㅣ 디자인 김경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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