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경쟁 속 살아남은 스타트업, 그의 비결은?
최근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내세운 신생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는 분야는 외환 송금 서비스업이다. 센트비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국내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소액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센트비의 개인 간 누적 송금액은 약 9000억 원에 달한다. 2020년 2월부터는 '센트비즈'라는 B2B 송금 서비스도 시작해 송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설립 4년 만에 현지 대형 은행, 글로벌 송금 업체, 현지 핀테크 업체 등 40여 개 파트너사를 확보했으며 50개국에 송금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국 시중은행을 포함해 국내 금융 서비스 업체 중 유일하게 글로벌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 외환 송금업 라이선스(Cross-border Money Transfer Service License)도 획득했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해외로의 송금 서비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해외로의 송금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센트비는 해외 송금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겪었던 불편함과 높은 비용을 해결하고자 핀테크에 기반해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구상해냈다. 그들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고 발전해 나갔는지 DBR 308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핀테크 기업의 성공 요소
Key Success Facor
핀테크 산업은 학계에서도 향후 가장 예측 불가능한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 스스로 극복해야 할 인터넷 및 IT 환경 문제에 직면해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 지원, 시장 활성화, 규제 완화 등 일반 환경 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정보 보호나 소비자 신뢰 구축 등 긴 시간이 요구되는 투자와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핀테크 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워 성장해 나가는 것은 절대 쉽지가 않다.
그러나 학자들은 핀테크 산업이 특수하다고 해서 그들의 경쟁 우위 창출 방식까지 독특한 방식이어야 한다는 전략적 오류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핀테크 산업에도 전통적인 오프라인 산업에서의 경쟁 우위 요소나 성공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독특한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된 콘텐츠, 충성 고객 확보, 높은 고객 전환 비용, 타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만 전통 산업과 달리, 소비자 효용성과 가치를 시간•장소의 제한 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핀테크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핀테크 기업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나 가치를 구체화한 사업 목표와 핵심 역량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한 기본 원칙임에도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은 '기술 혁신'에 집착하며 이를 간과한다.
둘째, 빅데이터 기반 정보를 활용해 개별 고객에게 맞춤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쟁에서 비용 우위 뿐만 아니라 차별화 우위를 마련할 수 있다. 목표 고객, 가치 전달 방식, 수익 창출 방식이 가치사슬 상에 확연히 나타나도록 포지셔닝해야 하며 많은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실제 사례를 살펴봐도 고객과의 상호작용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핀테크 기업의 성패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았다. 맞춤형 서비스, 낮은 수수료, 다양한 채널을 통한 고객 접근, 고객 중심의 연계 서비스 등을 제공한 곳이 성과가 좋았다. 이들 기업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소비 패턴과 고객 행동을 면밀히 분석, 고객이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핀테크 기업이라고 할 지라도 성공 법칙은 전통 기업이 해온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마찬가지로 핀테크 기업 역시 제품/서비스, 가격/수수료, 고객 유치/판매 채널 등 전통적인 마케팅 믹스를 조합해 실현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핵심이었다.
셋째, 소비자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금융 산업에서 중요한 건 '고객 신뢰'다. 핀테크 분야 전문가인 로버트 머튼 MIT 석좌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미래 금융 산업에서 핀테크의 비중과 역할은 신뢰와 검증 가능한 투명성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산업 생태계의 핵심인 정부 기관, 기존 국내외 금융기관, 기술 개발 업체와도 확고한 관계를 형성해 산업 생태계의 핵심에 위치하고자 하는 노력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센트비'의 성공 요인
센트비의 성장 과정은 앞서 제시한 핀테크 기업의 성공 요소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정확히 파악했다.
설립자인 최성욱 대표는 회사 설립 이전부터 금융공학 뿐 아니라 경영 자문, 마케팅 및 자금 중개 분야를 두루 거치며 핀테크 산업에서 요구되는 경영 전반의 전문 지식을 체득했고 선제적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환거래 전문가 영입, 국가 간 전송이 자유로운 가상 화폐 도입, 해외 송금 거래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풀링 방식 도입, 전략팀의 탁월한 기획 및 실행력, 고객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기능 강화 등 핀테크 송금 서비스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 구축해 나갔다. 이는 사업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원동력이 됐다.
둘째. 금융 서비스의 사각지대였던 해외 이주 노동자 송금 시장이라는 틈새를 찾아 집중 공략했다.
센트비는 해외 송금 규제가 완화되는 시기에 맞춰 금융 서비스의 사각지대였던 '해외 이주노동자 송금'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렸다. 향후 '외국인 노동자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사업목표로 확대해 임팩트 투자 철학과 부합하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까지 설계했다. 해외 송금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들에게 인증•송금 신청•입금 3단계로 송금 절차를 간단히 하고 주말 이용도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 역시 기존의 모델과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사업 목적과 타깃 시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스타트업으로서 갖게 되는 자원적인 한계를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었다. 비용적인 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동시에 차별화도 가능케 한 사례인 것이다.
셋째. 서비스 센터 개설, 굵직한 투자자, 주요 협력업체와의 연계 성사로 산업 생태계 내 우위적 입지 확보
센트비는 핀테크 산업의 핵심인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거점 서비스센터 개설뿐 아니라 발 빠른 해외 시장 확대, 굵직한 투자자, 주요 협력업체와의 연계를 성사시킴으로써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에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벤처스 투자 유치, 삼성페이 및 6000여 개 해외 현지 은행 및 전당포 체인과의 업무 협약, 동남아시아 주요 로컬 업체들과 연계해 순차적으로 진행한 송금 서비스 등이 그 사례다. 해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안산시, 김해시에 외국인 전용 CS 센터를 개설하며 소비자 신뢰 확보에 힘썼다.
핀테크 경쟁 속 살아 남으려면
'소비자' 사로잡아야
센트비는 스타트업임에도 시장과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대응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기존 핀테크 기업이 치중하고 있는 기술 혁신에만 집착하지 않았으며, 최적의 틈새시장을 찾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적절한 마케팅 믹스를 수립해 자원을 집중한 것 역시 빠른 성장의 비결이다.
아직 센트비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사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센트비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등록 업체만 25군데가 넘는다. 대형 시중은행까지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값비싼 비용만 치르고 사업 기회를 놓쳐버리지 않기 위해서 센트비는 시장과 소비자 분석, 마케팅 믹스, 임팩트 투자 철학을 수정해나가며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핀테크의 성패는 '소비자'를 놓치지 않는 데 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08호
필자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정리 정예지 박은애
디자인 홍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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