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격 급등락 당분간 지속" 주식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회수 2021. 1. 3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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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19는 분명 전례 없는 위기지만,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에서 지난 20년간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온 매크로 이코노미스트 조영무 박사가 '제로 이코노미'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제로 이코노미란 무슨 뜻인지, 과연 앞으로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요즘 시장에 유동성이 높다고들 말한다. 경기에 좋은 신호인지 궁금하다. 

A.

요즘 집값도 많이 올랐고 주가도 오르고 투자를 하는 분들은 기분 좋은 분위기다. 실물경제라고 하는 경기들을 보면 그렇다. 그럼 주가가 오르면 좋은 걸까? 내 주변을 돌아보면 장사하는 분들이나 사업하는 분들은 어려운 분도 많고, 취업이 잘 되지 않는 분도 많다. 자산이 올라가고 있지만 내 집이 없거나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분도 많다. 상대적 박탈감, 조바심을 느끼는 분들도 많을 거다. 투자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느낌이 든다. 

Q.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난도 교수님이 쓴 <2021 트렌드 코리아>를 보면 코로나19가 바꾼 건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말씀에 동의하시는지 궁금하다. 아니면 코로나19가 방향까지 바꿨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다.

A.

큰 틀에서 보면 동의한다. 제가 <제로 이코노미>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지표들이 0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한 명이 낳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출산률이 0.8까지 떨어졌다. 남자와 여자 2인이 만나 아이를 한 명 낳으면 합계출산률이 1이다. 그럼 다음 세대의 숫자가 반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다.

출산률이 0을 향해 다가가고 있고, 금리도 0을 향해 가고 있다. 정책금리는 0.5, 예금을 맡길 때 받는 금리도 1이 안 되고 있다. 물가상승률도 0%대다. 여러 숫자들이 0을 향해 달려가는 이런 현상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폭이 가팔라졌다.

물론 코로나19가 방향까지 바꿨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다. 아마 코로나19가 없었으면 계속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은 코로나19가 방향성을 바꾼 것 같다. 우리를 둘러싼 지표를 보면 코로나19는 경제 지표들이 0으로 수렴하는 속도를 더 가파르게 만드는 촉매가 됐다. 



Q.

흥미롭다. 미국 대통령이 달라지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는지 궁금하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는 말도 있다. 

A.

더 앞의 이야기인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단순히 선거 전략을 잘 짰거나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랜시간 쌓인 미국인들의 불만이 표산되는 측면이 있었다. 바이든이 당선됐으니 이제 미국 국민들의 불만이 해소된 것이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자국우선주의, 우리나라에 대한 압박은 계속 있을 것 같다. 대신 트럼프의 경우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했다. 바이든은 다를 수 있다.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분명히 트럼프와 달라지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Q.

그런데 빚을 진다는 건 돈을 빌려준 사람도 있다는 뜻 아닌가. 전 세계적으로 전부 빚이 늘고 있다고만 하지 나중에 부유해질 거라고 말하는 곳은 없다. 

A.

지난해부터 대다수의 국가가 하고 있는 게 버티기 경제 전략이다. 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망하게 할 수 없고 실업자도 많이 만들면 안 되니 일단 돈을 많이 빌려주고 망하지 않게, 버티게 하는 거다. 이때의 관건은 그 나라 금융기관이 얼마나 튼튼한지 여부다. 정부가 빚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요즘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질 것 같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럴 것 같지는 않다. IMF 금융위기처럼 펑하고 터져서 금융기관이 망하거나 유동성 위기에 처하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예전보다 금융기관이 많이 튼튼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금융기관이 빚을 아예 탕감해주기 전에 갚기는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주 오랫동안 누군가가 경제를 지긋이 누르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저는 국가부채 측면에서 조금 더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빚을 많이 내고 있는 나라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들의 공통점은 유럽, 일본과 같은 선진국이다. 그 나라 돈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국제통화나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빚을 많이 져도 웬만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돈을 찍어내면 되니까. 우리나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언뜻 비슷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대접은 여전히 그 나라들과 다르고, 우리는 여전히 수출을 잘 하고 외환을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 



Q.

책에서 소득 양극화 시대를 지적하셨다. 재택이 가능한 사람과 불가능한 사람, 일하러 나가야 하는 사람과 나가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 코로나19로 소득이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는 소득 양극화 고착의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지 궁금하다. 

A.

아직 고착화를 말하기에는 이르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고착화 되겠지만 방향이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도 보면 교육수준이 높고 일자리 질이 높은 사람들은 별로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소득이 늘었다. 이럴 때일수록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관리, 법률과 소송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평균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일을 많이 하는 업종은 주로 대면 접촉 서비스업이었다. 이쪽에서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다. 지표로만 봐도 소득 하위 20%는 일자리가 줄고 있는데 상위 20%는 근로소득이 늘고 있다. 고용시장 측면에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더 드라마틱한 건 자산이다. 돈이 있는 분들은 원래 본인 집에 살 가능성이 높다. 주택 가격이 많이 올랐고 주가는 사상치를 경신하고 있다. 내가 자산을 가지고, 불리고 있었던 분들은 득을 많이 봤다. 자산이 많지 않았더라도 돈을 빌릴 수 있었던 분들도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다. 돈이 없는데 대출도 안 되는 분들은 지금 소외돼 있는 상황이다.

요즘 주식시장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등떠밀리듯 고위험 고수익 투자로 몰리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내 자산이 쪼그라들고 뒤처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고위험과 고수익은 항상 쌍으로 붙어다닌다. 고수익 투자처라고 한다면 고위험이 있다. 앞으로는 제로 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돈이 은행에만 있으면 쪼그라든다. 고위험 고수익으로 떠밀려가는 세상이라고 한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이제는 투자를 안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Q.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부채 폭증인 것 같다. 부채가 과거에 비해 어느정도로 증가했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A.

경험해보지 못한 부채 증가 속도다. 부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지난해만큼 우리나라 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적이 없다. 예년의 증가속도의 3배 정도였다. 예상했던 지표들이 요새 뉴스에 계속 나오고 있는데, 조만간 뉴스에서 가계부채가 1000조원, 기업부채가 1000조원을 넘었다는 얘기를 보게될 것이다. 지난해 한 해동안 국가 부채가 100조원이 넘었고 올해는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채 증가 속도는 사실 저도 못 봤고 통계상으로도 이전에 그랬던 적이 없다.

코로나19가 끝난 뒤 남는 게 뭘까. 빚이 남을 거다. 빚은 어디 가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다. 빚을 탕감해주거나 아니면 오랜시간 버티는 것이다. 빚 때문에 굉장히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던 국가가 바로 옆에 있는 일본이다. 대차대조표 불안이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빚을 갚는 과정에서 가계는 소비를 못하고, 기업도 고용을 늘리지 못하고 투자도 하지 못한다. 그럼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경기가 살아야 할 때 살아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Q.

그런데 제로 이코노미를 얘기하시며 제로 출산률, 제로 물가상승률, 제로 금리를 예로 드셨다. 제로 물가상승률은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거니까 일반 사람들에게는 좋아 보인다. 이게 어떻게 경제에 문제가 되는지 궁금하다.

A.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못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생필품이나 먹거리 가격은 오르지 않았나. 그것은 흔히 체감물가라고 부르는 것이다. 체감물가는 내가 자주 가거나 꼭 사야하는 생필품, 먹거리, 휘발유 가격 등을 말한다. 제가 말씀드리는 물가는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물가다. 수백개 품목에 대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조사하는 것이다. 이 상승률이 0%라는 건, 내가 체감하는 물가는 많이 올랐지만 다른 많은 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전체적으로 오르지 않았음을 뜻한다.

물가가 안 오르면 똑같은 소득으로 살 수 있는 게 많으니 좋은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만드는 기업이나 가계는 결국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건 소득이 오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용을 늘리거나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는 것이다. 내 임금이 왜 오르지 않지? 일자리를 왜 이렇게 구하기 어렵지? 이 모든 게 제로 물가와 연관돼 있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소비자 측면에서는 좋지만 임금과 소득을 생각해보면 큰 리스크일 수 있다. 


Q.

물가를 상승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시장에 돈을 많이 푸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지금 돈을 많이 풀었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는 말인가?

A.

그렇다. 그런데 어떤 물건의 가격은 올라가고 있다. 가령, 집값이 있다. 물가 상승률은 0%대로 앞으로도 낮을 가능성이 있는데 자산 가격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을 '자산 인플레'라고 부른다.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기 위해 돈을 많이 풀었다. 그 돈이 기업에게 가거나 가계에 가서 투자도 늘리고 소비도 늘려 전반적인 서비스의 가격이 높아지는 경제 선순환을 불러일으킨 게 아니고 자산시장쪽으로 가서 주가가 오르거나 집값이 오르는 현상으로 작용하고 있다. 


Q.

그럼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A.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이 풀렸던 돈을 거둬들이려면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실물경제가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게 실물경제가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 돈을 거둬들이기 어렵다. 코로나19 충격은 길게 갈 가능성이 있고 그 이후 경제성장률이 잘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처럼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쏠리는 쪽에 아주 급격하게 돈이 올라갔다가, 기대가 바뀌거나 다른 자산이 좋아보이면 다시 급격하게 빠지는 자산 가격의 급등락 현상이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Q.

마지막으로 '제로 이코노미' 시대를 헤쳐가야 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만약 코로나19가 이렇게 장기화될 거라는 걸 지난해 초에 알았더라면, 이렇게 오래 버티지 않으셨을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앞날을 내다보는 건 지금 역시 중요하다. 백신, 백신의 효과, 앞으로 경기 흐름과 관련해 변수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 앞날을 내다보려는 노력은 아주 중요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상황을 너무 낙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황이 기대하는 것처럼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꼭 하셨으면 좋겠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현금, 자본, 사업을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과 동시에 중요한 것은 앞으로 생길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인터비즈 서정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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