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는 왜 음원 플랫폼이 음악 아닌 팟캐스트를 탐낼까?

조회수 2021. 1. 17.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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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플랫폼 '플로(FLO)'는 최근 인기 팟캐스트와 뉴스레터 등 오디오 콘텐츠를 플랫폼에서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콘텐츠로 플랫폼을 확장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플로의 움직임은 글로벌 음원 플랫폼 강자들의 전략과도 유사하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아마존 뮤직 등은 아예 팟캐스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팟캐스트 콘텐츠를 강화해왔다.


플로, 팟캐스트로 콘텐츠의 범위를 넓히다

플로는 지난 4일 다양한 장르의 팟캐스트를 믹스 매치한 오디오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롭게 추가된 콘텐츠 면면을 보면 이번 전략이 MZ세대 이용자 확보에 초점을 맞췄음을 알 수 있다. 밀레니얼의 라이프에 대해 다루는 뉴미디어 '듣똑라'와 플로 오리지널 콘텐츠인 '케이팝으로 읽는 MZ 유니버스'를 제작하고,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비롯해 장항준 감독이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씨네마운틴' 콘텐츠도 플로에서 제공된다. 뉴스레터와 '듣는 책'에 대한 MZ세대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금융경제 뉴스레터 '어피티', 빵집 순례 콘텐츠 '빵슐랭 가이드' 등도 오디오 콘텐츠에 포함됐다. 오디오북 윌라의 오디오북도 매주 10권 서비스된다.

지난해 김희철 김이나 배순탁이 진행하는 음악토크쇼 '스튜디오 음악당'을 자체 제작한 데 이어, 외부와의 협업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출처: 플로(FLO) /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

미국 음원 플랫폼 시장의 Big 3
공격적인 M&A 선보여

국내 시장에서 플로 외에 멜론, 네이버(바이브) 등도 각각 '스테이션' 'NOW'를 통해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미국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음원 플랫폼들은 아예 팟캐스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확보는 물론, 제작 역량까지 키우고 있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아마존 뮤직은 최근 2년 간 팟캐스트 제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규모 M&A를 진행했다. 스포티파이는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팟캐스트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 가장 먼저 팟캐스트 제작 기업인 '김릿(Gimlet)'을 약 2억 3,000만 달러에 인수한 후 팟캐스트 제작 플랫폼인 '앵커(Anchor)'를 약 1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김릿은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다수의 인기 팟캐스트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제작 플랫폼을 제공하는 앵커는 한 가지 콘텐츠에 다양한 광고를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동일한 콘텐츠를 보더라도 사용자의 연령, 거주지, 사용 기기에 따라 다른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스포티파이는 김릿과 앵커를 통해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광고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플로 / 스포티파이 / 아마존 뮤직 / 애플 뮤직

애플 뮤직은 작년 9월 팟캐스트 스타트업인 '스카우트 FM'을 인수했다. 2017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스카우트 FM'은 팟캐스트 제작뿐만 아니라 큐레이션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사용자의 콘텐츠 시청 기록과 최근 검색어 등을 분석하여 관심 분야에 맞는 팟캐스트를 추천한다. 전문가들은 당시 약 100만 개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던 애플 뮤직이 추가적인 콘텐츠 확보와 큐레이션 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스카우트 FM'을 인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아마존 뮤직은 작년 12월 팟캐스트 제작 기업인 '원더리'를 인수했다. 2016년 설립된 원더리는 범죄 사건을 오디오 드라마로 재구성한 '더티 존' 등 인기 팟캐스트 콘텐츠를 50종 이상 보유하고 있다. 미국 팟캐스트 시장 내 6위로 월 이용자 수가 2,000만 명에 달한다. 정확한 인수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애플과 소니뮤직이 사전에 제시한 인수액을 고려했을 때 약 3억 달러(한화 3,260억) 수준으로 예측되며 이는 팟캐스트 시장에서 최대 금액의 인수합병에 해당한다. 당시 아마존 뮤직은 경쟁사 대비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작년 기준, 아마존 뮤직이 보유한 팟캐스트의 수는 약 7만개인 반면 스포티파이는 150만개를, 애플 뮤직은 100만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 뮤직이 단기간에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더리'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음원 플랫폼이
팟캐스트에 주목하는 이유

주된 목적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다. 음원 외에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팟캐스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플랫폼에 이용자들을 묶어두고자 함이다. 실제로 사용자 니즈에 맞는 팟캐스트는 플랫폼 선호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티파이의 최고 경영자 '다니엘 엑'은 팟캐스트 이용자들의 플랫폼 체류 시간과 음원 소비량이 일반 이용자 대비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전체 콘텐츠에서 팟캐스트의 비중을 20% 이상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음원 플랫폼들의 기존 전략이 한계에 직면한 만큼 팟캐스트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전까지 음원 플랫폼의 주요 경쟁력은 '앱 편의성'과 '음원의 다양성'이었다. 앱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한 음원 추천 기능을 도입했고, 음원의 다양성을 목표로 특정 뮤지션과 독점 유통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천 서비스는 음원 플랫폼의 보편적인 기능이 되었고, 자체 제작 방식은 경쟁사가 진입하기 쉬우며 로열티를 높이는 방식으로 경쟁할 경우 치킨 게임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음원 플랫폼이 팟캐스트를 자체 제작할 경우, 해당 콘텐츠를 광고 채널로 활용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 미국 음원 플랫폼 시장의 Big 3 기업이 공격적으로 팟캐스트 제작 기업을 인수하는 이유이다. 사실상 음원 플랫폼은 스트리밍만으로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스트리밍 횟수에 따라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음원 플랫폼 시장의 1위 기업인 스포티파이만 봐도, 1년 동안 지불하는 스트리밍 저작권료가 연 매출의 75%에 달하며 2019년까지 한 번도 영업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반면에 자체 제작한 팟캐스트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팟캐스터(크리에이터)와 공유할 뿐 저작권료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광고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팟캐스트는 주요 청취자들이 많은 기업의 타겟층인 MZ 세대이고 홍보 효과가 높다는 점에서 광고 채널로서 주목받아 왔다. 데이터 분석 기업 닐슨은 팟캐스트 광고를 통한 고객 유입량은 다른 광고 수단의 평균 유입량 대비 10% 높으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광고 인지 효과 또한 4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미국 인터넷 광고협회에 따르면 팟캐스트에서의 광고 매출액은 2019년 6억 7,87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약 8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인공지능 스피커와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도입 이후,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 조사 전문 기관 '에디슨 리서치'에 따르면 인공지능 스피커를 구매한 소비자 중 60% 이상이 음악을 듣기 위해 구입했고 인공지능 스피커를 구매한 후 평소보다 음악을 더 많이 듣는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음원 플랫폼도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 뮤직은 아마존의 PB 상품인 '에코' 스피커와의 연동 기능을 제공하며, 애플 뮤직 또한 작년 11월 애플이 '홈팟 미니'를 출시한 후 스피커와의 연동 기능을 추가했다.

AI 스피커 사용자가 늘면서 음악 외에 서비스할 수 있는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에 네이버 오디오 클립과 네이버 오디오 북을 연동하여 라디오와 도서 등 지식 콘텐츠를 들을 수 있게 지원한다. 콘텐츠 확대는 AI 스피커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음원 플랫폼들이 대부분 AI스피커 사업도 함께 하고 있어 이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기술 미디어 웹사이트 'CNET'은 아마존 뮤직의 원더리 인수에 대해 "에코 스피커의 주 용도가 오디오 콘텐츠의 이용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는 팟캐스트 콘텐츠를 제작함과 동시에, 에코 스피커의 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재 음원 플랫폼 시장에서 팟캐스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콘텐츠이며 추가적인 수익 창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16년에 애플 뮤직이 국내에 진출한 후 최근 스포티파이 또한 국내에 서비스를 런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음원 플랫폼 시장의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지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팟캐스트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 이한규 박은애 ㅣ 디자인 홍지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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