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사내정치, 정말 필수일까?

조회수 2021. 1. 5.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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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됐지, 그런 게 왜 필요해?”

권팀장이 다니는 회사엔 사내 정치가 만연해 있다. 많은 팀장들이 일찌감치 사내정치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술자리가 확연히 줄었지만, 이전엔 특정 상사의 술자리에 따라다니는 팀장들이 꽤 있었다. 일명 ‘건물옥상 담배정치’도 만연해 있다. 회사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 피는 모습만 봐도, 누가 누구랑 친한지, 임원이 누구를 가깝게 생각하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권팀장은 회사에서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게 옳지 않다는 명확한 소신을 갖고 있다. 지금껏 누가 힘이 있다고 해서 특별히 잘 보이려 한 적도 없다. 팀원들에게도 “일 잘하는 게 최고야! 정치 같은 거 신경 쓸 거 없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사내정치의 힘인가? 아님 진짜 우리가 부족한 건가!”

일로 승부를 보자며 달려온 20년의 직장생활이었다. 올해 힘든 경기상황에도 불구하고, 권팀장의 팀 실적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팀원들 역시 권팀장 산하에서 열심을 다했다. 그런데 연말 인사를 앞두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권팀장 팀에서 승진이 확실시되는 김선임이 탈락하고, 옆 팀 최선임이 승진한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김선임의 실적은 최선임에 비해 누가 봐도 앞섰다. 들리는 소문엔, 김상무가 옆 팀 최선임을 밀었다고 한다.

권팀장은 자책감으로 마음이 괴롭다. “이게 다 내가 사내정치를 하지 않아서인가? 혼자 몸이 아닌데, 우리 팀을 적극적으로 윗선에 부각시키며 사내정치를 했어야 하나?” 그렇다고 성향에도 맞지않는 행동을 하자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당신은 이미 사내정치 한복판에 서 있다

조직 코칭을 하다 보면, 이렇게 말하는 팀장님들을 종종 만난다. “원칙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며 실력대로 승부를 보고 싶어요. 불필요한 정치상황에 참여하고 싶지도 않고, 휘말리고 싶지도 않아요!” 그렇게 말하는 팀장님들의 얼굴표정은 답답함으로 가득하다. 일하러 들어온 거지 정치하러 온 게 아닌데, 성과내기 바쁜 와중에 그 부분까지 신경써야 하는지 속상한 거다.

‘사내정치’ 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은 분명 있다. 근데 문제는, 팀장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팀장은 사내정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점이다. 정치학자 잭 고드윈은 <사무실의 정치학>이라는 책에서 말한다. '정치적 행동은 인간의 본능적 요소이며, 다른 인간을 보다 쉽게 통제하기 위해 권력이 개입되는 것’이라고. 조직은 특정목표를 위해 사람, 자원, 상황을 통제해야 하므로, 당연히 모든 조직엔 사내정치가 존재한다. '사내정치는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지 나랑은 상관없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은,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회사에서 이뤄지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다.

냉정히 살펴보면, 현실 속 회사에서 중도는 없다. 가만히 있어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는 사람들의 그룹’으로 이름 붙여져 편을 가르는 게 실제상황이다. 팀장이 물불 안 가리며 정치에 적극 나설 필요는 없지만, 조직 내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 힘이 집중되고 있는지 등은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대세를 읽고 적절히 따라는 가야, 팀장님과 팀이 일하기 편하고 한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팀장에게 조직정치는 선택이 라기 보단 필수에 가깝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사람들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이다.” 플라톤의 말이다.

■ 필자 함규정 C&A Expert 대표,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함규정 박사는 지난 10년간 196개 기업의 임원과 팀장들을 코칭해 온 임원전담코치이자 리더십∙기업소통 전문가입니다. <팀장클럽> '감정탐구생활'에서 감정코칭 연재글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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