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동물의 숲과 e스포츠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조회수 2020. 12. 1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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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비대면 시대에 성장하는 대표적인 비즈니스다. 게임 분야 시장 조사 업체 센서 타워에 따르면 2020년 2월 전 세계 모바일 게임의 다운로드 건수는 40억 건을 돌파해 작년보다 40% 가까이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앱 다운로드 건수가 21.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게임의 놀라운 성장세를 알 수 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어떤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 기업이 게임 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DBR 310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게임 산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소개한다.

코로나 시대의 욕구를 반영한 게임
동물의 숲

출처: 닌텐도 온라인스토어
닌텐도 스위치의 '동물의 숲'에서 게이머는 나만의 섬을 꾸미고 본인과 친구의 섬에 모여 함께 플레이할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의 감염 위험으로 PC방이 주춤한 사이 콘솔게임이 전성기를 맞았다. 콘솔게임 열풍을 대변하는 닌텐도 스위치의 '동물의 숲'이 대표적이다. 동물의 숲은 대표적인 힐링 게임으로 불린다. 경쟁자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걱정하고,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아이템에 수십만 원씩 쏟아붓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동물의 숲에서는 그저 마을의 동물들과 대화하고 농사를 짓거나 쉬면 된다. 이처럼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던 이들이 게임 자체의 즐거움을 찾게 되면서 소소한 재미를 위한 노하우를 수십 년간 쌓아온 닌텐도의 콘솔이 각광받게 됐다.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는 시대가 왔다는 증거다.

동물의 숲은 '욕구의 게임'이라는 특징도 가진다. 이 게임은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과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내재된 욕구를 건드렸다. 동물의 숲에서 만든 콘텐츠는 온라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함께 플레이하는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자신을 밖에서 과시하기 어렵고 타인과도 관계 맺기 힘들다는 제약 속에서 동물의 숲은 이런 억눌린 욕망을 해결해 줬다.

그 결과 동물의 숲은 출시 후 3일 동안 일본에서만 188만 장이 판매됐고, 영국에서도 출시와 동시에 게임 인기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 한 달에는 무려 500만 개가 판매돼 콘솔게임 사상 월간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출시 당시 새벽부터 대기줄이 이어졌다. 응모 방식으로 온라인 판매에 나선 이마트 사이트는 구매권 당첨자 발표를 앞두고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날개 단 e스포츠 중계와 플랫폼

출처: 라이엇게임즈
라이엇게임즈가 서울시 종로구에 직접 건설한 한국의 롤 e스포츠 전용 경기장으로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월드 챔피언십 등이 열린다.

게임 승부를 관전하는 e스포츠도 코로나 여파로 전통적인 프로스포츠 경기가 멈춘 사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e스포츠는 오프라인 스포츠와 달리 굳이 대면해 경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본래 비대면 속성을 가진다. 네트워크 지연만 해결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점이 e스포츠만이 가진 특징이자 매력이다.

프로야구나 축구는 경기 후 시간이 경과한 뒤 팬이 녹화된 경기를 다시 찾아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e스포츠는 다르다. 관중들이 생중계만 보는 게 아니라 선수의 플레이 기술이나 명승부를 다시 보고 배우기 위해 동영상과 비디오 클립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프로스포츠는 시청자가 직접 플레이하는 경우가 드문데 비해 e스포츠는 본인이 직접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런 점에서 e스포츠는 일반 프로스포츠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훨씬 더 큰 확장 가능성을 가진다.

e스포츠 중계 열풍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액티베이트(Activate)에 의하면 글로벌 기업들은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올해 e스포츠에 약 2500억 원의 광고비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메이저리그(MLB)의 스트리밍 방송업체 밤테크(BAMTech)는 e스포츠 방송 송출권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3600억 원을 지불한다고 한다. 이런 게임 중계에 대한 열풍은 플랫폼 기업을 게임 스트리밍에 끌어들이고 있다.

비대면 시대 게임 비즈니스 전략

그렇다면 이 같은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의 변화는 비대면 시대 한국의 기업과 산업에 어떤 교훈을 주는가? 게임 산업의 특징을 알아보자.

첫째, 고객과 시장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제품의 진화다. 게임 플랫폼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마케팅 도구가 된 것도 결국 이들이 고객과의 쌍방향 소통의 매개이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게임 개발과 서비스의 전 과정에서 끊임없이 게임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다. 모든 산업에서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고객과의 소통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고객의 결핍과 욕구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생존하려면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조직과 제품의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유저와 게임 마스터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제품의 진화를 보여주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게임 산업은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해 가치를 창출하고 시장 지배력을 획득한다. 예를 들어,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1998년 첫 서비스 후 20여 년간 6800만 개의 캐릭터를 형성했다. 2019년 기준 누적 매출이 8조 원에 이를 정도로 회사는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리니지도 출시 당시에는 하나의 게임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초기 제품의 성공으로 확보한 유저를 기반으로 리니지는 리니지2, 리니지2M,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 리마스터, 리니지2M 등 다양한 시리즈 제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제품군을 구축했다.

셋째, 조직 구조와 조직문화다.​ 게임 산업은 유연한 조직 구조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특징으로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게임사들의 조직 구조와 문화는 제조업이나 금융업의 위계적 조직과 달리 자유롭고 수평적이다. 카카오그룹도 한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넷째,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열성과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저들은 자신의 게임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확장한다. 유저들은 정기적으로 또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게임에 접속해 레벨업을 위해 노력한다. 게임 산업은 바로 이런 유저의 자발성과 열성을 원천으로 자란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10호

필자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인터비즈 정서우 서정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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