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하면 정말 AI가 내 직업을 뺏어갈까?

조회수 2020. 12. 1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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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은행. 요즘은 예전만큼 찾기가 쉽지 않다. 은행 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7702개에 달했던 우리나라 은행 점포의 수가 그동안 축소, 통폐합 과정을 겪으며 2019년 6708개로 줄어들었다. 금년 상반기에도 점포 117개가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웨어의 활용은 서비스 산업 내 수많은 인력을 대체하며 일자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달로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직무가 생겨나며 오히려 2030년까지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기술은 일자리를 대체할까, 아니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낼까. 어떤 직업이 대체되고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일자리 대체'에 관한 논쟁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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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적 진화는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과 같은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 또는 여타 산업과의 융·복합화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왔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고객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블록체인은 안전하고 신뢰 가능한 방식의 서비스 제공을 가능케 한다. VR, AR 또는 홀로그램 등 실감 기술의 경우 평면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현장감이나 실재감을 부가했다. 이러한 기술은 온라인의 한계인 '감성적 요소'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DBR) | 디자인 인터비즈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 보험과 기술이 만난 인슈어테크(Insurtech), 부동산과 기술이 합쳐진 프롭테크(Proptech) 등 산업 전반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며 새롭게 변모했다. 월마트의 jetblack, 알리바바의 위조 상품 및 공급망 관리, 에듀 블록의 학습 이력 관리 등도 마찬가지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트리바고 등은 그동안 축적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더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센서와 인공지능 등을 적용해 아마존 고,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DDR(Dual Data Revolution) 등의 무인 매장을 오픈했다. 더불어 VR/AR과 홀로그램 등 실감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 제공도 모색하고 있다.

출처: 아마존 고(amazon go)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 하면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수요는 더욱 증가했다. 인터넷 쇼핑이나 홈트레이닝, 음식 주문 배달과 같은 비대면 소비가 급증했다. 무인 계산대가 확대되고, BOPIS(Buy Online, Pick up In-Store)나 BOSS(Buy Online, Ship-to-Store) 같은 개념까지 생겨났다. 의료 영역에서도 감염 우려 등의 문제로 원격 의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화 상담 및 처방, 대리 처방 등 진단 및 의약품 수량도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술이 인력 대체 VS 새로운 일자리 창출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산업 규모나 고용이나 근로 형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로봇,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컴퓨터화, 자동화 등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는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한다. 육체노동은 물론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기사 작성이나 투자 분석 등의 업무에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부터 회계, 인사, 영업, 마케팅 등 사무직 분야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적용해왔다. 근로자들이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데이터 조회와 정리 등 단순 업무에 '지능형 RPA'를 도입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허마셴셩(盒马鲜生) 로봇 레스토랑, 징둥닷컴의 'X 미래 레스토랑(X未来餐厅)'에서는 로봇이 서빙을 하고 있으며, 미국 샐러드 레스토랑 '스파이스'는 조리와 서빙 모두를 로봇이 수행한다. 이외에도 아마존 물류창고의 키바, 의료에 활용되는 IBM의 왓슨, 중국 신화통신에서 공개한 AI 앵커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출처: 신화통신
중국 신화통신 AI 앵커

이러한 환경 변화로 우리 주변의 일자리들은 새롭게 생겨나기도, 완전히 사라지기도 한다. 맥킨지는 직업과 직무의 관점을 나눠서 미국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전망했다. 대략 60%의 직업에서 최소 30%의 직무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반복적이고 물리적인 작업을 하는 사무실 지원, 음식 서비스, 고객 서비스 및 판매와 같은 업종에서는 2030년까지 일자리의 40% 정도가 자동화로 인해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도 한다. 미국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매년 발표하는 미국 내 최고 직업을 보면 그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프런트엔드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데브옵스 엔지니어 등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신생 직업이 생겨났다. 또 언어재활사, 작업치료사, 헬스케어 컨설턴트와 같이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이 '최고의 직업'으로 꼽혔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DBR) | 디자인 인터비즈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직업 수가 6075개로, 2012년 이후 690개가 늘어났다. 신생 직업인 드론 조종사, 빅데이터 전문가인 과학자나 시각화 전문가, 인공지능 엔지니어 또는 블록체인 개발자, 디지털 문화재 복원 전문가 등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연관된다.

일자리가 감소하더라도 또 다른 일자리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기술 자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새로운 직무를 창출할 수 있다. 가령 은행 지점의 통폐합이나 영화관의 무인 발권기 설치 등으로 카운터 직원의 업무가 줄어들 수 있지만, 고객을 도울 수 있는 직무나 새로운 시스템을 관리하는 직무가 생기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량의 도입에는 센서 개발자, 알고리즘 개발자, 정밀 지도 관리자 등의 직업이 필요하다.

일자리 대체?
"새로운 직무 전환이 빨라지는 것"

어떤 기술이 특정 일자리를 완전히 소멸시킬까? 반대로 어떤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까? 이는 기술과 해당 직무(activity, task) 간 관계에 좌우된다. 만약 기술과 직무의 관계가 완전 대체가 아닌 일부만을 대체할 경우 보완관계에 있는 업무에서는 그 생산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2017)에서는 직무의 숙련도 및 정형화 정도를 기준으로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파악했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DBR) | 디자인 인터비즈

단순 조립과 같이 저숙련, 정형화된 업무는 로봇이나 자동화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형화 한 일이지만 고숙련을 요구하는 회계 사무, 영상 의학 분석과 관련된 직업의 경우 인공지능 활용이 늘어나면서 대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숙련·비정형 업무에 해당하는 연구개발이나 의사와 같은 직업에서는 기술적 진화로 인한 대체 가능성이 낮지만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다.

사회적 수요나 기술적 진화에 따라 일자리는 완전히 소멸하기도 하고 새롭게 생겨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직업'이라기보다 직업을 구성하는 '직무'라고 보는 것이 맞다. Bessen(2019)은 'Learning by Doing'에서 일자리와 인적 역량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의 일자리는 과거와 달리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그 변화 속도가 빠르다. 변화가 빠르다는 것이 기술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직무로의 전환이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일자리의 변화 흐름에 맞춰 기업과 근로자는 모두 신속하게 대비해야 한다. 새로 나타나는 직업과 직무에 필요한 교육 시스템이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재설계, 그리고 근로자를 위한 전환 교육 및 안전망 등 직업/직무 및 채용의 변화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검토,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09호

필자 박정수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본부장

인터비즈 정예지 윤현종 정리 | 디자인 홍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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