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티셔츠가 한 장에 4억원이라고?

조회수 2020. 12. 3.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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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싼 작가’의 ‘가장 비싼 티셔츠’?

지난 5월,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페인트가 잔뜩 묻은 티셔츠 사진이 올라왔다. 함께 적힌 내용으로는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댓글로 남긴 7명에게 각각 이 티셔츠를 선물하겠다’는 것. 해당 게시글은 곧바로 2만 개 이상의 ‘좋아요’, 6000개 이상의 댓글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화제가 된 이 게시글의 주인공은 바로 영국의 현대미술가이자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 데미안 허스트. 실제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빼곡하게 박고 박제된 동물을 작품 소재로 사용하는 바람에 논란을 몰고 다니기도 했지만, 사실 데미안 허스트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재정의하는 예술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로나로 단 절된 삶 속 희망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허스트가 상품으로 내건 티셔츠 역시 그가 평소 작업할 때 입었던 작업복이었고, 해당 인스타그램 이벤트는 “희망이란 내가 당첨될 것이라 믿으며 이 댓글을 남기는 것”, “내 우울증 약을 훔쳐간 사람이 지금쯤 행복하길 바라” 등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남긴 7명에게 티셔츠가 돌아가며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런데 최근, 그 중 한 장의 티셔츠가 유명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올라왔다. 액자에 보관된 티셔츠의 경매가는 무려 25만 파운드, 한화로 약 3억 7000만 원. 아무리 유명 작가가 입었던 옷이라 해도 고작 티셔츠 한 장이 억대 가격을 호가하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지만, 해당 티셔츠에 대해 티셔츠 주인이 설명한 내용을 살펴보면 관점이 조금 달라진다. “변기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탄생한 뒤샹의 <샘>과 같은 레디메이드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즉, 그는 허스트의 티셔츠를 ‘고작 티셔츠’가 아니라 앞으로 더욱 가치가 높아질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으로 바라본 것이다.

전례 없는 사례?
가능성의 확장!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최근 20년간 기록을 살펴본다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한 글로벌 미술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피카소 ∙ 모네 등 클래식 명화가 강세였던 시장의 판도가 컨템포러리 아트로 급전환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컨템포러리 아트는 성장률 2100%를 기록했는데, 이는 20년 전 컨템포러리 아트의 총 거래액이 1억 달러(한화 약 1100억)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률이다. 여기에서 데미안 허스트는 총 작품 거래액 1920만 달러(한화 약 213억)를 기록하며 TOP 100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중 7위에 올랐다. 티셔츠 주인 역시 이 점을 가치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주관한 이벤트에 이어 팬이 부친 경매까지, 데미안 허스트의 이번 ‘티셔츠 사건’은 우리에게 미술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을 시사한다. 첫째, 이제 미술시장은 새로운 창작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컨템포러리 아트를 높게 인정한다는 점. 둘째,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와 대중이 작품에 대한 인사이트를 함께 형성하는 이 전례 없는 시대일수록 현대미술의 가능성도 함께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즈니스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술작품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에서도 새로운 의미 부여와 관계 형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곰표 패딩’, ‘참이슬 백팩’ 등의 콜라보레이션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기존 제품에서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제품과 소비자 사이의 관계 역시 CRM에서 시작해 자발적인 팬덤 형성으로까지 발전하는 중이다. 급변하는 세상, 앞으로 비즈니스가 또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것인지 생각해 볼 때다.

필자: ㈜테사 브랜드 마케팅팀 에디터, 전하영
인터비즈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테사 TESSA (www.tessa.art)는 미술시장 전문 분석자료를 기반으로 블루칩 작가의 미술품을 엄선, 그 소유권을 소액으로 분할하여 안정적인 미술품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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