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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로 시작한 웹소설, 잠재적인 시장 가치가 무려 5000억?!

조회수 2020. 11. 24. 1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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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들의 말이 옳아.

황가의 안정은 탄탄한 후계자들에게서 오는 법.
빨리 국서를 맞이하라는 말, 충분히 이해해.
그래서 우선 내 후궁들부터 들이기로 하였다.

시작은 한 다섯 정도?"

흑백 화면 속, 클로즈 업된 배우 서예지가 도도하고 단호한 말투로 말한다. 영화 예고편인지,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광고인지 헷갈릴 즘 ' 네이버 시리즈에서 인생 작을 만나다'라는 문구와 함께 '하렘의 남자들' 표지가 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이 나온다.

지난 10월 공개된 네이버웹툰의 웹소설 '하렘의 남자들' 광고다. 네이버웹소설을 서비스하는 네이버웹툰은 지난해부터 배우들이 웹소설 속 명장면을 연기하는 콘셉트의 '인생 작을 만나다' 광고 시리즈를 기획해 제작해왔다. 이제훈, 수애, 김윤석, 변요한, 서예지, 주지훈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광고를 기획한 마케팅 팀 담당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웹소설을 인터넷 소설이란 프레임 속에 넣고, 저급하다며 색안경 끼고 보시는 분이 많았다"라며 선입견을 깨고 웹소설의 본질을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모르게 몰입시키고 이후에 '사실은 이거 웹소설이다'라고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웹소설은 더 이상 저급한 콘텐츠로만 취급되지 않는다. 산업 측면에서 원천 지적재산권(IP · Intellectual Property) 확보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다른 장르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제작할 수 있어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파악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인기를 얻은 IP는 웹툰,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플랫폼들이 원천 IP 확보에 힘쓰는 이유다. 지난해 말, MBC는 웹소설 중 우수 IP를 발굴해 드라마로 제작하기 위해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최근 성공한 드라마 중 <김비서가 왜 그럴까?>,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은 모두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tvN 드라마로 제작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경우 그해 웹소설/웹툰 원작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최고 시청률인 8.7%를 기록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 2차 창작물 인기는 다시 원작의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JT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또한 방송 전에 웹툰의 누적 조회 수가 2억 4000만 회였는데, 방송 이후 3억 6000만 회로 늘어났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원작자 정경윤 작가는 한 토크쇼에서 "드라마 화제 이후 소설의 조회 수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시장성을 바탕으로 국내 웹소설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00억 원 대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5000억 원을 넘어섰다.

PC 통신 문학 → 인터넷 소설 → 웹소설

책 이외의 수단으로 볼 수 있는 웹소설이 인기를 끈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 90년대 PC 통신 하이텔에 연재돼 인기를 끈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 이영돈 작가의 '드래곤 라자'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두 작품은 책으로 출간돼 수백만 부 팔려나가며 더욱 널리 알려졌다. 또한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조상격으로, 퇴마록은 98년 영화로 제작됐고, 드래곤라자는 게임, 라디오 드라마, 만화 등으로 제작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 소설' 또는 '사이버 소설'이란 표현이 생겼다. '귀여니'는 인터넷 소설의 대표격이다.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이 인기를 끌며 2004년 기준, 출간된 책이 100만부 이상 팔려나갈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이모티콘 남발과 맞춤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많이 사용돼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귀여니 신드롬'이란 말이 생겨날 만큼 영향력이 컸다. 점차 인터넷 소설이 주목을 받으면서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 등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들어 성공하는 사례도 속속 생겨났다.

웹소설이란 표현이 생긴 건 2013년 네이버가 '네이버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스낵 콘텐츠로 웹소설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문피아 조아라 등 작은 플랫폼들이 경쟁하던 시장에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형 플레이어가 끼어들면서 시장이 급속히 커지기 시작했다.

모바일 최적화 방식으로
내용·길이·형식 다변화

웹소설은 일반 소설을 회차로 분절해 보여주는 게 아니다. 1020세대 그리고 모바일을 통한 이용자가 많은 만큼, 그게 맞는 소재와 새로운 형식 등으로 독자들에게 종이책과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5분이면 한 편 완독 가능, '스낵 컬처'로서 기능


웹소설은 웹툰처럼 5~10분 남짓의 짧은 시간 안에 한 편을 완독할 수 있다. 모바일 기반 뉴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갖추며 '스낵 컬처(snack culture)'로서 기능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단문과 빠른 장면 전환으로 흥미와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는 웹소설이 하나의 책으로 출판된 작품이 아니라 '연재물'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매회 독자의 궁금증이 최고조에 이르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끝내, 독자들이 다음 화를 읽도록 유도하고 있다. 작품 전체의 유기성보다는 매 회마다의 구체성과 흥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대화 위주의 문체 & 일러스트로 몰입감 UP


일반 소설에서 주로 서사 위주로 진행이 된다면, 웹소설은 상황을 설명하는 지문을 최소화하고 '대화' 위주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모바일 기반 환경에서 가독성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캐릭터 이미지나 말풍선, 일러스트와 배경음악 등 다양한 멀티 모드적 요소를 활용해 독자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문자 텍스트를 기본으로 하지만, 동시에 독자의 시각과 청각 등 다양한 감각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채팅형 소설 앱인 '채티'가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긴 글보다는 짧고 직관적인 채팅에 익숙한 10대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웹소설이 등장한 것이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처럼 인물들이 채팅방에서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채티는 2020년 5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 30만 명을 기록했다.


댓글을 통한 독자와의 상호작용

댓글과 조회 수를 살피는 것도 웹소설 제작 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한 편을 공개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기 때문에 독자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독자의 선호와 반응을 매 화마다 작품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1화에 100원 웹소설?
5000억 원석 시장 비결은

그렇다면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웹소설 플랫폼들은 1) 콘텐츠 유료화 2) 확보된 IP를 활용한 2차 창작물 제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웹소설 한 편당 100원

차별화 위한 플랫폼 경쟁 中


웹소설의 회차 당 가격은 100원 정도이다. 기본적으로 유료 모델을 취하고 있지만, 거기에 플랫폼들이 저마다의 차별화 전략을 가미한다. 카카오페이지의 경우 애니팡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착안해 '기다리면 무료', 일명 '기다무' 서비스를 웹소설에 도입했다. 다음 줄거리가 궁금해 못 참는 독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1일, 3일, 일주일 등 작품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다음 회차를 무료로 푼다. 기다리면 계속 무료로 볼 수 있지만 다음 줄거리가 궁금해 못 참는 독자들은 지갑을 열어 이용권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다리지 않는 시간을 파는 모델.

이에 경쟁사인 네이버시리즈도 '매일 10시 무료' 모델과 '타임 딜' 이벤트를 내세우며 카카오페이지에 전면으로 맞섰다. 매일 오전 10시, 1화씩 무료로 제공하며 다음 화가 궁금하면 유료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다. 타임 딜 이벤트를 통해 인기 작품을 약 일주일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타임 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플랫폼들의 전략이 통하는 것은 유료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지난해 15~34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6개월 내 콘텐츠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비율이 80%를 넘었다. 음원(64.6%), 동영상(37.6%), 메신저 이모티콘(35.1%) 등의 순이었는데, 10대의 경우 웹툰·웹소설의 유료 이용 비율이 32.4%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즉, 어릴 적부터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접한 MZ 세대는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로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낮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웹소설·웹툰에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인기작인 '전지적 독자 시점'의 경우 연재 한 달 만에 매출 16억 원을 달성하는 하기도 했다.


웹툰·드라마·영화 등

2차 창작물 제작 통해 원석 발굴


유료화만으론 부족한 거대 플랫폼들은 지식 재산권(IP) 확보에 힘쓰는 한편, 직접 2차 창작물 제작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 등 웹소설 플랫폼들은 주기적으로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한다. 네이버시리즈의 경우 상금 규모만 15억 수준이다.

웹소설을 통해 스토리와 캐릭터의 시장성이 확인되면 웹툰,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확장한다. 자사 플랫폼에서 유통될 수 있는 웹툰 제작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네이버는 지난 6월 '듣는 시네마'를 콘셉트로 인기 웹소설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다. 여기에도 인기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과 웹소설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자회사 스튜디오n을 설립했다. 지난해 방영된 <타인은 지옥이다>, <쌉니다 천리마 마트> 등은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스튜디오n이 외부 제작사와 함께 제작한 작품들이다. 지금까진 웹툰만 제작됐지만 웹소설까지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지 역시 지난해 웹소설 <진심이 닿다>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를 제작했다. 카카오M의 드라마 제작사인 메가몬스터와 콘텐츠지음이 공동 제작하고, 기획은 스튜디오드래곤이 담당했다. 카카오는 카카오M을 통해 여러 드라마 제작사와 매니지먼트 회사를 인수해왔다. 앞으로도 카카오페이지의 IP와 카카오M의 제작 역량을 더한 협업이 활발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KT 계열의 콘텐츠 전문 기업 스토리위즈는 사업전략 설명회를 열고 IP 시장 공략을 위해 100억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레TV, OTT 플랫폼 시즌(Seezn)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만큼 IP 확보,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콘텐츠 제작, 유통까지 한 번에 가져감으로써 시너지를 확대하고자 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대형사들이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면서 2차 콘텐츠 제작으로 시장성을 확보하고 저변을 넓히고 있다. 텍스트 기반의 웹소설부터 영상 콘텐츠인 드라마와 영화까지, 미디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IP 비즈니스의 무한한 확장성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 참고: 한국콘텐츠진흥원 'IP 비즈니스 기반의 웹소설 활성화 방안'(2019)

인터비즈 박은애 정예지 | 디자인 홍지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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