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왜 '무신사'에서 옷 사고 '아크 앤 북'에서 책 읽을까?

조회수 2020. 11. 23.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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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취향의 MZ세대는 지난 10년간 굵직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냈다.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는 신발 '덕후'가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연 매출 1조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동대문 의류를 모아 판매하는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도 회원 수 2000만명을 넘어섰으며 4년만에 누적거래액 1조 8000억원을 달성했다. 스타일쉐어와 29CM, W컨셉도 고속 성장한 온라인 편집숍들이다.

무신사에는 26만개 이상의 상품이 올라와 있다. 지그재그에 입점한 쇼핑몰도 3600곳이 넘는다. 이런 온라인 편집숍은 취향을 입력하면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기본으로 마련해 놓았다. 여러 쇼핑몰에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곳에서 다양한 상품을 살펴볼 수 있는 MZ세대의 온라인 백화점인 셈이다. 순위를 매기고 취향에 맞게 큐레이션한 시스템이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개성을 더 중시하는 MZ세대와 잘 맞아 떨어졌다.

지그재그의 데이터 클러스터는 사용자 행동 패턴에 맞춰 실시간으로 형태가 달라진다. 지그재그는 이를 '다이나믹 클러스터'라고 부른다. 과거 지그재그는 10대, 20대, 30대 등 연령별로 클러스터를 분류하고 이 안에 러블리, 오피스룩 등 스타일 콘셉트를 구성해 사용자를 매칭했다. 그랬더니 천편일률적인 바이어스(Bias)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취향을 더 존중하기 위해 보완하고 개편한 것이 '다이나믹 클러스터'다. 사용자가 상품을 클릭하고 즐겨찾기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접속할 때마다 달라지는 화면과 상품 우선순위를 노출하도록 했다. 클러스터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한다.

무신사는 미디어와 쇼핑을 결합했다. 길거리 패션을 어떻게 스타일링 하는지, 한정판 제품의 스토리는 무엇인지,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쇼핑으로 연결시켰다. 소비자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해주고 강화해주며 그런 취향을 표현할 상품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오프라인에서 큐레이팅 서점이 등장한 것도 재밌는 현상이다. 인문, 실용, 외국서적과 같은 전통적인 분류와 진열이 아닌 책방 주인 취향에 맞는 큐레이팅이 사람을 모으고 있다. 책을 겉표지 색깔로 분류해 놓는 곳도 있다. 옐로우 존, 블루 존과 같은 방식이다. 크기에 따라 나누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책과 음반, 옷, 음식 등이 한데 어우러져 종합 복합 큐레이팅 스페이스가 되기도 한다.

최근 힙해진 을지로에는 '아크 앤 북(ARC N BOOK)'이 랜드마크처럼 자리잡고 있다. 아크 앤 북은 특정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영국과 관련된 책을 영국 출신 가수들의 음반, 영국산 도자기와 함께 전시해놓기도 하고 유럽 브런치를 파는 음식점 앞에 배치해놓기도 한다. 최근 아크 앤 북은 반디앤루니스를 제치고 매장수 3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아크 앤 북을 운영하는 OTD의 손창현 대표는 아크앤북의 성공 원인을 '스몰 브랜드의 힘'으로 정의했다. 스몰브랜드의 개성으로 MZ세대의 취향을 섬세히 조준할 수 있었던 것이 큐레이팅 복합 공간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MZ세대는 이제 편집숍에서 무엇이든 살 준비가 됐다. 그리고 기존 대기업은 무신사와 29CM 등을 찾아가 협업을 제안한다. 하이트진로의 한정판 참이슬백팩 굿즈는 무신사에서 단독 판매해 5분만에 400개가 완판됐다. 스파오 한정판 펭수 티셔츠도 500벌 추첨 판매에 1만명이나 몰렸다. 농심 너구리와 패션 브랜드 TBJ가 협업한 '집콕셋뚜' 후드티는 판매를 시작하고 2분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힘은 제대로 된 큐레이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더 많이 이동할 것이다.

인터비즈 서정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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