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내가 다른 이유

조회수 2020. 11. 23.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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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캐(부캐릭터) 열풍과 함께 '멀티 페르소나'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는다. 멀티 페르소나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시시각각 상황에 맞는 자아를 표출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직장에서와 직장 밖에서의 정체성이 다르고, 오프라인상에서와 SNS 상에서의 정체성이 다른 것이 대표적인 멀티 페르소나의 특징이다. 조직에서도 본캐(본캐릭터)와 부캐가 분리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멀티 페르소나 혹은 부캐 현상은 왜 트렌드가 됐는가? 그리고 리더들은 멀티 페르소나를 보이는 구성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회사와 집에서의 '나'가 다른 이유

첫째, 개인적 시간이 확대되고 있다.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만 보내던 시절에는 다양한 정체성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회사에서의 얼굴이 하루 종일 내가 사용하는 거의 유일한 얼굴이기 때문이다. 주말조차 출근을 하거나 업무 관련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고, 남은 얼마의 시간은 피로를 풀기 위해 늘어져 있는 것이 전부인 시절, 상황에 따른 다양한 페르소나는 그다지 필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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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고 재택근무와 같은 업무 환경의 변화는 개인에게 근무 외 시간의 확대를 경험하게 했다. 직장에서는 비록 매사에 서툰 신입사원이지만 퇴근 후에는 러닝크루를 이끄는 리더 일수 있다. 회사에서는 항상 웃는 낯으로 고객을 대하며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영업직이지만 주말엔 혼자 등산하는 고독한 등반가일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정체성은 조직에서 회사원으로서만 타인과 기능할 때보다 훨씬 다양하고 동시적으로 내 안에서 발현된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둘째, 개인 간의 유대감이 느슨해지고 있다. 한 직장에서 동일한 사람들과 근무하던 시절에 비해 종신고용이 드물어지고 있는 요즘, 한 직장에서 동일한 사람과 같이 근무하는 시간과 햇수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전체 인격의 모습을 다 보여줄 필요나 가능성이 줄어든 것이다. 적당히 어울릴 정도로만, 혹은 조직에서 바라는 정도로만 가공해 나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나의 사적 생활로 들어가거나 혹은 다른 부서, 다른 회사로 옮겨 새롭게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과거 자녀들까지 서로 교류하며 너나없이 지냈던 시절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나와 관련된 정보를 제한적으로 오픈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가면 대 가면으로서의 만남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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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누구에게는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이 제일의 과제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안정적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잘 운영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 생각한다. 회사에서의 시간만큼이나 회사 밖에서의 시간이 자신에게 중요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개인적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예로 아이돌 팬클럽 활동이 있다. 팬들은 자신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는 것은 덕질할 시간과 돈을 확보하기 위한 부캐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자신은 하루 종일 아이돌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쓰고 싶지만 본캐의 생활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원으로서의 부캐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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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조직에서의 몰입이 개인의 모든 것을 담보해 주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 조직 밖에서도 독자 생존이 가능하도록 개인의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지고 있다. 개인이 조직의 그늘을 벗어나서도 살아남기 위해, 조직이 부과하는 페르소나 외에도 다양한 부캐를 시도해보고 연마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해지고 있다. 스태프 부서지만 코딩을 공부해 개발 영역을 아우르는 직원이 되려 하거나 안정적인 공기업이지만 그간의 개인적 연구 결과를 모아 책으로 출간해 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한다. 안전지대(Safety zone)을 벗어나 성장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지금 시대에 필수적이 돼 가다 보니 본캐와 부캐, 멀티 페르소나는 어떤 면에서 시대적 요구가 돼 가고 있다.

한 얼굴 리더들을 위한 제언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리 불편하지 않은 변화다.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기들과 함께 자라온, 이른바 MZ 세대에게 상황마다 다른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랜 기간 회사원 정체성만을 강요받으며 조직 내에서 성장한 회사의 리더들이다. 리더십의 관점에서 이런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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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구성원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조직에서 70%의 에너지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를 다른 페르소나에 쓰고 있는 구성원이라면 이미 그 정도의 배분이 최적이라고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면의 그 이유'가 변화할 때 페르소나 사용의 비율과 방법이 자연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현재 왜 조직형 페르소나에 70%의 에너지만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찾고 이해하는 것이 리더로서 더 필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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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성원들이 어떻게 조직에서 의미 있는 일과 그를 통한 몰입과 보상을 경험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100%의 몰입을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헌신을 보상받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 판단 때문이다. 내가 고생해도 그 성과는 팀장이 가져가고, 올해 성과가 좋아도 고과는 이미 승진 예정자가 받을 것을 알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필요 이상의 노력을 조직에 기울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리더 개인이 구성원들에게 원하는 만큼의 승진이나 보상을 충분히 줄 수는 없다. 구성원들이 내적으로 동기부여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보상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둘째, 회사형 페르소나 외의 페르소나를 개발하자. 리더들에게 더 중요한 건 자신들 또한 멀티 페르소나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일 속에 삶이 다 들어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일과 삶의 무게추를 조금 더 개인적 삶으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원하는 모습을 자신의 주된 페르소나로 받아들이고 평생을 그 페르소나에만 자신을 맞춰 생활하다 보면 퇴직 후 페르소나가 벗겨지면서 당혹감을 느끼는 리더들이 많다. 현직에 있을 때 회사형 페르소나 외의 자신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는 것이 회사 이후의 삶을 대비하는 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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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동안에도 회사형 페르소나와 자신 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페르소나에 자신이 매몰돼 버리면 업무에 대한 평가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업무의 부침에 따라 개인적 자존감과 스트레스가 같이 요동칠 수 있다. 그러나 일 외에도 개인적 정체감이 든든히 있는 사람은 비록 업무적인 면에서 여러 사건을 겪는다고 해도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나 안정감을 쉽게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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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자신의 다층적인 면을 발현하자. 상황에 따라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춘 리더십이 더 훌륭하다. 승진을 한 후에도 여전히 '실무자의 페르소나'만을 사용하는 리더들을 볼 수 있다. 현업은 아래로 위임하고 더 큰 단위의 일을 계획하고 관리해야 함에도 과거 익숙했던 방식대로 실무자로서만 업무를 처리하려 한다. 이럴 경우 상황에 맞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개발해야 한다. 즉, 실무자가 아닌 '전략가, 코치, 관리자로서의 페르소나'의 개발이 더 나은 리더십을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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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팀장이 된 후에 '친근한 동료라는 페르소나' 외에도 결정하고 책임지는, 그래서 때로는 쓴소리도 해야 하는 '결정권자의 페르소나'가 필요하다. 특히 성격이 유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섬세히 인지하는 리더들은 구성원들에게 냉정한 말을 해야 함에도 그들이 받을 상처나 영향을 고려하느라 엄하게 질책하지 못하기도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때로는 그런 시도가 자신도 모르는 새로운 모습들을 밖으로 이끌어 자신의 성향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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