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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어떤 셔츠 입을까? 시계는? 구두는? 선택 피로 없애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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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래 글은 브랜드 컨설팅 기업 ‘케세라세라’가 한 국내 대기업의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를 어떻게 브랜딩 했는지 그 과정을 써내려간 기록입니다. 이미 수많은 경쟁자가 뛰어든 시장에서 고객에게 각인돼야 할 이 제품, 어떤 브랜딩 과정을 거쳤을까요.


Resight 03. Characteristic : 기본만 하는 게 필요할 때가 있다, 'APRIL X STONE BASIC'

‘기본’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만들다

'기본템'이라는 말이 있다. 셔츠나 구두, 시계, 블라우스 등 몸에 걸치는 옷이나 액세서리 등 잡화 사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그 중에서도 고민할 여유나 마땅히 어울리게 갖추어 입을 것이 없을 때 찾게 되는 것들을 가리켜 으레 그렇게 부른다.

기본템은 어떻게든 돋보여야 하는 다른 제품과는 달리 지나치게 튀면 안 된다는 특성이 있다. 기본템의 의의는 기본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본템에 복잡한 기능이나 역할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템들은 눈에 띄는 개성이 없어야 비로소 쓸모가 있고, 시간이 촉박해서 뭐라도 급하게 잡아야 할 때, 선택이 도통 쉽지 않을 때 '구원투수'처럼 등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중간한 품질이어서도 안 된다.

이 기본템들은 우리를 소위 말하는 선택장애와 결정피로 현상에서 도와준다.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맞닥뜨렸을 때 생각보다 큰 피로감을 느낀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각각의 선택지를 검토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따금씩 소비자들은 이성적인 분석을 포기하고 직감에 선택을 맡기기도 한다.

이렇게 몇 가지 신뢰 가능한 단서만을 가지고 구매를 결정하는 행위를 ‘휴리스틱 구매’라고 한다. 휴리스틱 구매는 숫자나 연산 같은 과학적, 수치적 조건보다 경험이나 직관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으로, 시간도 정보도 충분하지 않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는 보증이 없을 때 신속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설명만 봐서는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쉽게 말하면 적당히 상품을 감에 맡기고 '찍는' 셈이다.

고민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누군가를 위한 브랜드

한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9년 기준 약 95%에 달한다. 일부 기기의 특성이었던 일체형 배터리 모델은 점차 보편화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어폰을 연결하는 단자도 사라지는 추세가 됐다. 보조 배터리, 블루투스 이어폰 등 휴대가 용이한 주변기기 수요는 스마트폰의 사이즈가 콤팩트 해지면서 반대로 폭증하고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확장 속도도 놀라운 수준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SK네트웍스는 새로운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를 기획하고 있었다. 이미 APRIL X STONE이라는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본적인 것만 가지고’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싶다고 했다. 원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늠할 수 없어 묻는 우리에게 SK네트웍스는 짤막한 설명으로 이해를 도왔다.

뭘 살지 고민하는 행위 자체가
생각보다 되게 피곤하거든요

이미 시장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경쟁자들이 있었다. 리서치 단계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길거리 가판대와 대형 서점, 문구점은 물론 보세의류 매장에도 경쟁자가 산재 한다는 걸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그 많은 제품들은 경쟁자이지만,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선택지들 중 하나일 뿐이기도 했다.

SK네트웍스는 리스크 앞에서 판단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가리키며 중간 제품 포지셔닝을 말했다.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크게 거슬릴 만큼 모자라지도 않아서 부담 없이 손을 뻗을 수 있는 것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런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특별히 그 브랜드의 매니페스토나 가치에 깊이 공감해서가 아니라, 선택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에 ‘그냥’ 찾게 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번에 만들게 될 것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다. 이 부분은 브랜드의 이름이 정해지지도 않았던 킥오프 미팅에서부터 꾸준히 강조된 점이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그렇다고 사는 사람들에게 ‘싼 게 비지떡이다.’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잘 알 수 없을 때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게 해주는 것. 편하고, 군더더기 없고, 어디든 적당하지만 실속 있는 이미지는 이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가 되었다.

더 말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SK네트웍스가 매우 분명한 브랜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브랜드 에센스를 끌어내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브랜드의 이름을 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종 확정한 제품 디자인은 무척 심플했다. 마치 숟가락으로 떠낸 아이스크림처럼 귀퉁이가 동글동글하게 마감되어 있었고, 제품을 한데 모아두면 앙증맞으면서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제품을 처음 본 우리도, SK네트웍스도 가능하면 제품의 감각적인 형태를 최대한 살린 네이밍을 사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긴 토론을 거쳐 양쪽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선택하는 스트레스와 고민을 덜어준다는 특성을 살리겠다면 아무리 제품의 외형을 뽐내고 싶어도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소기의 목적대로 생각하는 것이 옳았다.

몇 가지의 시안들이 끊임없이 탈락하는 가운데서 끝까지 살아남은 브랜드의 이름은 ‘APRIL X STONE BASIC’이었다. 디자인이나 색상을 비교하고 고민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모두 제거하고 기본만 남겼다는 콘셉트이므로, 기존에 있던 브랜드를 이용하여 기본에 충실한 점을 어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몇 달만에 비로소 이름을 갖게 된 브랜드는 “Basic is Enough.”라는 간결한 슬로건과 함께 정식 프로젝트 이름이 됐다. 슬로건에도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미사여구를 과감히 생략하고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잘 떠오르지 않는 장점 여러 개보다 명확하게 인지된 장점 하나가 구매 결정에 더 큰 확신을 준다. 모험에 지친 소비자들을 위한 브랜드라면 여러 개의 장점을 나열하기보다는 가장 핵심이 되는 메시지 하나를 사용하는 편이 더 진정성 있을 것이다. 긴 수사를 굳이 더하지 않더라도 브랜드의 메시지는 제품이 가장 잘 설명해줄 것이다.

디자인 개괄

제품 디자인에서도 흰색과 검정색 이상의 색상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브랜드 이미지에도 많은 색상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내부에서 목업 이미지를 보고 간단히 브레인스토밍을 한 후 디자이너들이 각자 떠올린 키 컬러와 비주얼을 정리했고, 그 가운데 공통적인 이미지를 꼽아 디테일한 디자인 개발에 착수했다. 디자이너 모두 ‘기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흰색과 검은색을 메인 컬러로 선택했다.

로고도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로직에 따라 특별한 모양이나 '에지(edge)' 없이 디자인 했다. APRIL X STONE이라는 기존 브랜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두 브랜드 사이에 뚜렷한 지향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APRIL X STONE BASIC은 기존 브랜드가 준수하는 ‘품질보증’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었다. 로고는 두 브랜드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브랜드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게 만들어졌다.

APRIL X STONE BASIC이 가진 콘셉트에 대해서는 SK네트웍스와 우리 모두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제품은 조형적으로 균형 있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기능과 성능은 SK가 보증했다. 그러나 가장 어필하고 싶은 내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격 대비 우수한 기능이 가장 큰 경쟁력인데 현실적으로 기능을 눈에 보이게 할 방법이 없었다.

생산자는 APRIL X STONE BASIC의 제품이 타사의 제품과 어떻게 다른지 하나부터 열까지 들 수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좀 더 명확한 구분방법이 필요했다. 깔끔하고 반듯한 디자인은 이 제품이 주로 선보일 온라인 마켓에서는 눈에 띄기 어렵다. 빠른 스크롤과 스캐닝 속도 사이에서 한 순간이라도 시선을 잡으려면 기본적인 것만 부각시켜서는 한계가 있었다.

더할 수 없다면, 가진 것을 다르게
모난 데가 없어요.

그게 제일 큰 특징인데,
기본에 충실한 게 경쟁력이란 걸
어떻게 보여주냐는 거죠.

이제 각종 쇼핑몰에서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 설 APRIL X STONE BASIC을 위해 확연한 주목을 끌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요소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흑과 백이 주를 이루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서도 그러데이션, 타일화 등 이미지를 저해할 수 있는 변형은 최소화했다. “무난하고”, “기본적인” 것이 아이덴티티이고 개성인 제품에 장식적인 요소를 섣불리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해답은 제품의 모양에서 찾았다. 가장자리를 둥글게 커팅한 듯한 배너 프레임은 제품의 형태를 연출하면서 기존의 APRIL X STONE 콘텐츠와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제품의 형태를 해치지 않는 방식을 따로 찾기보다는 브랜드 이름에서 어필하지 못했던 감각적인 외형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적용하기로 했다.

하이라이트에 쓰일 두 가지 색상은 주황색과 밝은 초록색이었다. 주황색은 이미 제품의 포인트 컬러로 사용되었으며, 초록불은 여러 군데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대표적인 색상이다. 지나도 좋은 상태, 원활한 컨디션, 접속 중, 완전히 충전된 상태 모두를 가리킬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색상이기에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었다. 강한 밝기와 높은 채도를 사용한 초록색은 중요한 곳에 삽입하여 시선의 집중도를 높인다.

이렇게 적용된 요소들은 같은 SNS 피드 안에서도 클릭해서 이미지를 확대할 필요 없이, 무엇이 APRIL X STONE BASIC의 콘텐츠인지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온라인 배너에서도 제품 특유의 생김새가 다소 직설적인 방식으로 노출되고 있다. 장식과 수사를 많이 사용할 수 없다면 가진 것만으로 연출을 달리 해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스트레스 디톡스, 구매절차의 미니멀리즘

우리를 피로하게 만드는 선택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맞닥뜨리게 된다. 점심시간 무엇을 먹을지 정할 때도, 빼곡하게 적힌 카페 메뉴판 앞에서도 발생한다.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무엇이 가장 큰 만족도를 줄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만족할 만한 대안이 생기면 우선 판단을 멈춘다.

스마트폰은 버튼을 최소화하고 배터리도 일체형으로 만들어 감추는 등 가능한한 더 미니멀해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물리적 미니멀리즘은 주변기기의 맥시멀리즘을 수반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제품 사이에서 합리적인 검토를 반복해야 한다. APRIL X STONE BASIC은 이렇게 갈수록 불어나는 선택지 속에서 심리적, 물리적 미니멀리즘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수많은 선택지들 사이에서 지친 소비자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지점, APRIL X STONE BASIC은 바로 이 미니멀한 고민을 지향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아이덴티티라면 남들보다 여유 있는 그 여백을 어필하면 된다. 당신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든, 어떤 스타일을 사는 사람이든 이것은 보이는 만큼 주어진 기능을 다할 것이며, 결코 당신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미표기 이미지 : 케세라세라 제공

필자 케세라세라 주식회사 PR 담당자 신나라
nr_shin@queserser.co.kr

인터비즈 윤현종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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