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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의 인생을 바꾼 의외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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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더듬는 한 남자가 있다.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해서 요금에 대해 문의를 하려고 하지만 콜센터 직원은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그는 머릿속으로 하려는 말을 여러 번 연습한 뒤 전화를 걸지만 막상 말을 시작하려고 하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첫 마디를 계속 더듬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일상의 웬만한 소통은 수화로 해결한다. 잘 아는 사람만 만난다. 일상은 제한돼 있고 단순하다. 그러던 그에겐 인터넷 채팅을 통해 호감을 갖게 된 여성이 생겼다. 둘은 6개월 동안 채팅을 하며 친해졌다. 키보드로 소통을 할 때 그는 말이 잘 통하는 친절한 사람이다.

 

이 여성은 그가 사는 도시에 올 일이 생겼다며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갑자기 두려워진다. 그래서 답을 보내지 않았다. 만남은 불발된다. 연락은 뜸해졌다. 그는 좌절한다. 말더듬 때문에 자신감이 없는 자신을 자책한다. 하지만 여성은 다시 연락해 온다. 그는 이번에는 머릿속으로 그녀를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할지 수천 번 리허설을 하며 약속 날을 기다리고 그 말을 되뇌며 약속 장소에 나간다.

 

길 건너편에 서 있는 그녀. 마침내 길만 건너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그때 지나가던 누군가가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그녀는 수화로 답을 한다. 그녀는 언어 장애인이었던 거다. 그의 얼굴 표정이 밝아진다.

 

2016년 단편 영화 부문 아카데미상을 받은 ‘말더듬이(Stutterer)’의 내용이다. 13분짜리 짧은 영화지만 말을 더듬는 이들의 아픔을 잘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상에서 말을 더듬는 사람은 약 7000만 명.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말을 더듬는 사람의 3분의 2가 집안에 말을 더듬거나 더듬었던 사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을 더듬는 사람은 불안하거나 겁이 많거나 또는 멍청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말을 더듬는 건 그 사람이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 바이든은 그런 말더듬이였다.

1965년 델라웨어대 졸업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외신 참고)

그가 카톨릭 학교를 다니던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수업 시간에 돌아가며 한 문장씩 읽었다. 머리가 좋았던 바이든은 미리 자신이 어떤 문장을 읽게 될지 계산한 뒤 그 문장을 외웠다. 외우면 읽는 것보다는 덜 더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말하진 못했다. 항상 약간씩 더듬었다.

 

아이들은 그를 놀려댔다. 그가 문장을 읽을 때마다 크게 한숨을 쉬거나 웃었다. 그가 더듬는 그대로 그를 따라 하는 아이도 있었다. 바이든은 밤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좌절했다. 그러던 하루. 문장 속의 단어를 더듬은 바이든에게 선생님은 짓궂게 말했다.

 

“브-브-브-바-바이든, 그 단어가 뭐지?”

 

바이든은 바로 책을 덮고 일어나서 교실을 나와서 집으로 와버렸다. 바이든의 어머니는 바이든과 함께 학교로 돌아가 선생님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선생님이 다시 한번 자기 아들을 놀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아이들이 놀리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시절이다.

출처AFP

바이든은 말더듬 증세를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누군가가 말더듬은 안면 근육 경련 때문에 생긴다고 했다. 바이든은 밤마다 손전등을 들고 거울을 보면서 예이츠와 에머슨의 시를 운율을 살려 암송했다.

 

고대 그리스의 웅변가 데모스테네스에 대해 배운 뒤에는 그를 따라 했다. 입속에 자갈을 넣고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웅변 연습을 했던 그를. 바이든은 입에 자갈을 넣고 집 밖에서 벽을 보고 큰 소리로 책을 읽었다. 한 번도 더듬지 않고 한 페이지를 다 읽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바이든은 말더듬 증세를 이기고 학교에서 회장으로 선출된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해서 인기도 많았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뒤엔 직업 정치인이 된다.

 

이제 대통령이 된 바이든의 말더듬 증세는 완전히 사라졌을까. 바이든은 그렇다고 말한다. 정치인에게 말더듬 증세는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으니까. 하지만 바이든은 지금도 피곤하면 가끔 말을 더듬는다고 인정한다.

1972년 델라웨어주에서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 이후 6선 성공 (외신 참고)

사실 말을 더듬는 사람이 이를 숨기기 위해서 말할 때마다 쓰는 정신적 육체적인 에너지는 엄청나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바이든은 자신이 부통령 시절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오바마’라는 말 대신 ‘내 보스’라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바이든이 오바마의 이름을 잊어버렸다며 난리가 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련한 바이든은 말을 더듬을 것 같으면 단어를 바꿔서 말을 한다. 오바마 대신 보스라는 단어를 쓴 건 말더듬을 피하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바이든은 가끔 명확하지 않게 말을 할 때가 있는데 이도 말더듬을 피하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그가 말실수가 잦고 나이가 많아서 치매 증세가 있다는 의심도 여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출처AP

바이든은 “말더듬 증세가 자신에겐 축복이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말을 더듬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는 공감능력을 갖게 된 덕분이다. 이는 교통사고로 전 부인과 딸을, 병으로 아들을 잃은 그의 경험과 합쳐져서 그를 남의 고통과 어려움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바이든은 또 말더듬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 말을 하기 전에 항상 할 말을 준비하고 생각하는 버릇을 갖게 됐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어떤 말을 할까’를 언제나 생각했다. 그렇게 매사를 준비한 덕분에 바이든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력 갖게 됐다.

 

바이든은 자신이 말더듬을 극복했다는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치매 증상에 대한 의심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 그가 좀 더 젊었을 때에는 말더듬과 같은 장애가 숨겨야 하는 결점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현재는 말더듬이 극복해야 할 불운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깊은 배려를 가능하게 해준 혹독한 기회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남을 이기고 앞서가는 능력보다 타인의 고통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 참고

- What Joe Biden Can’t Bring Himself to Say

필자 김선우
- 전 동아일보 기자
-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에서 작은 농장 운영 중
- <40세에 은퇴하다> 작가
- 이메일 구독 서비스 '노멀 피플' 운영 (blog.naver.com/wildwildthing)

인터비즈 정서우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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