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대기업 직원이 '이것(?)'으로 변신한 이유

조회수 2020. 11. 4.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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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와머니의 CM송 캐릭터가 콩팥처럼 보인다’는 농담이 있을 만큼, 대부업에 대한 인식은 어두운 편이다. 영화, 드라마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도 대부업체들은 항상 조폭, 범죄와 엮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부업의 어두운 면만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은 사람도 있다. 신인근 대표(33)가 그 주인공이다. 신 대표는 대우인터내셔널(現 포스코인터내셔널)를 그만두고 *전자어음을 담보로 한 **P2P 금융 서비스 기업을 창업했다. 이후 사업 확장의 한계를 느끼고 핵심 멤버들과 함께 별도 법인인 ㈜플로우파트너스대부를 설립했다.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던 그가 갑작스레 대부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플로우파트너스대부는 창업한 지 1년이 채 안되어 총 누적 중개 실적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시작과 동시에 BEP(Break Even Point, 손익분기점)를 달성하며 순항 중이다. 또한 플로우파트너스대부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모회사 ㈜276홀딩스는 ***매출채권 유동화 플랫폼 기획을 기반으로 지난 22일 마그나인베스트먼트로부터 3억 5천만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 핵심용어 정리 ※

* 전자어음 : 발행하는 사람이 미래의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무조건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것을 '어음(약속어음)'이라고 한다. 전자어음은 실물 어음과 달리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되는 어음이다.

** P2P(Peer to Peer) 서비스 :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 금융시장으로 확대된 P2P 플랫폼은 대출자와 투자자 개개인을 온라인에서 직접 연결해주는 중개역할을 한다.

*** 매출채권 : 기업이 상품을 매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으로, 외상매출금과 받을어음을 포함한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 제품을 외상으로 판매했으나 아직 받지 못한 돈이다. 돈(외상대금)을 받을 권리를 말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주커버그가 핀테크 스타트업을 차려도 대부업 등록을 해야 한다.

출처: 조현우 기자
신인근 플로우파트너스대부 대표(33)

Q.

잘 다니던 대기업을 갑자기 그만두고 P2P 금융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종합상사 업무를 경험하면서 유동화되지 못해 잠자고 있는 현금성 채권의 양이 엄청나게 방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현금이 채권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렇게 되면 당장 대금 지급이 필요한 신규 사업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케이스들을 무수히 봐오면서 '돈맥경화' 해소가 사업 운영에 가장 핵심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보다 넓은 차원에서 산업을 바라봤을 때도 지금까지 잠자고 있던 자산들을 유동화 시킨다면 자금난의 해소, 새로운 사업 기회, 고용의 창출 등 많은 사회와 기업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어 도전하기로 했다. 

Q.

P2P 금융 스타트업을 빠른 시일 내에 성장시켰다. 그럼에도 다시 독립해서 플로우파트너스대부를 창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다행히도 많은 기회와 도움을 얻어 기업 자산을 다루는 국내 P2P 서비스 중 1위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회사의 구조가 P2P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넓은 범위의 기업 금융 서비스로 확대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기업들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현금을 받아 융통해야 하는데 P2P 기반의 서비스로는 금액적, 시간적인 한계를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금융 당국에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라는 P2P 관련 제도를 신설했는데, 이런 제도의 내용도 우리가 추진하려는 기업 금융 서비스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고민 끝에 기존 사업을 엑시트하고 얻어낸 학습 효과를 통해 2차 도약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스타트업에서의 시행착오를 경험삼아 2차 때는 훨씬 원만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 P2P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법으로, 2020년 8월 신규 제정됐다. 이로 인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들은 자기자본 규모, 고위험 상품 판매 금지, 정보 제공 의무 등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P2P 서비스를 이용하는 투자자들 또한 투자한도의 제재를 받는다.

Q.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업종에 대한 인식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

A.

국내 금융업법 상 은행 또는 저축은행이 아닌 다른 사업자가 금융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부업 등록을 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주커버그가 핀테크 스타트업을 차려도 대부업 등록을 해야 한다(웃음). 자산운용사와 같은 형태도 있지만 자본금 요건 등의 장벽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스타트업들이 핀테크라는 이름의 신기술을 시장에 적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외형은 대부업의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시중의 내로라하는 P2P 서비스들 또한 예외없이 법인 사업자와 별개의 대부업 사업자를 소유하고 있다. P2P가 먼저 저변을 넓혀 그나마 'P2P 연계 대부업'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가지게 됐지만 결국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대부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는 않지만, 편리하면서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결국에는 실질적인 혜택에 더 많은 고객들이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우리를 보다 친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청년대부'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디자이너 출신의 내부 임원이 직접 우리의 모습을 형상화 한 캐릭터를 제작하여 온라인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머릿속에 그려지는 ‘사채꾼’의 이미지가 아닌 참신한 신금융의 모습으로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출처: 플로우파트너스대부 제공

30분 만에 심사 끝나고 즉시 입금, 부도율은 '0%'

법정 최고금리는 점점 낮아지고 자금 조달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2002년 연 66%였던 최고금리는, 현재(2020년 기준) 24%까지 인하됐다. 최근 정부는 최고금리를 24%에서 20% 안팎까지 내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전통적인 대부업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로우파트너스대부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적인 대부업체의 모습과 어떻게 다를까. 플로우파트너스대부는 개개인에게 대출하는 일반적인 대부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타 기업에서 하청을 받을 때, 현금 대신 전자어음을 받는 경우가 있다. 2017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중 전자어음 이용 현황'에 따르면 연간 전자어음 발행액은 519조 7,160억 원이다.

전자어음은 일정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현금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전자어음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당장 신사업에 투자할 기회가 생겨도 현금이 없으니 기회가 사라진다. 플로우파트너스는 이에 대한 솔루션(전자어음 할인)을 제공한다. 

Q.

'전자어음 할인'이라는 개념은 일반인들에게 꽤나 생소하다.

A.

하청이 받을 외상대금을 우리가 먼저 현금으로 주고 나중에 우리가 원청에게 돌려받는 금융서비스다. 기업이 결제대금을 당장 현금으로 지급하지 못할 때 여러가지 약속증서를 발행하고 나중에 현금을 주는데, 전자어음은 이 약속 증서 가운데 하나다. 세부적으로는 누가, 얼마를, 몇일까지 주겠다는 내용이 작성되어 있다. 온라인 전자문서로 금융결제원에 등록된다.


이렇게 현금 대신 전자어음을 받은 협력사가 즉시 현금을 필요로 할 때 돈이 있는 사람(또는 기업)에게 자기가 받은 전자어음을 넘겨주고 일부 수수료를 제한 현금을 즉시 지급받는 방식이 전자어음 할인이다. 할인을 해 준 사람(기업)은 어음에 기록된 대금 상환일에 발행사로부터 직접 액면 금액 전체를 지급받는다. 

Q.

자금이 풍부하고, 낮은 금리로 받을수록 좋은 조건에 내줄 수 있지 않나.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하나

A.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금언을 금융 사업에도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 보유가 핵심이다. 금융권과 비금융권을 망라해서 최적의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파트너들을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발굴하고 있다. 자금 지원 파트너들에게는 우리의 인력 구성과 중개 실적(부도율 포함), 기업 분석에 대한 노하우 등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제공한다. 보다 좋은 조건으로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연간 1천억원 대 중개 규모, 부도율 0% 등 내실있는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Q.

지금까지는 부도율이 0%지만, 기업(발행사)이 부도나면 플로우파트너스의 신뢰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심사를 할 때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은

A.

가장 최근 시점에 살아있는 정보들을 보다 폭넓고, 빠르게 수집해서 반영하고자 한다. 신용평가사의 자료들은 1년을 기준으로 갱신되지만, 기업의 생명은 그보다 짧은 기간 안에 명운이 갈리는 일도 다반사다. 이 사이에 발생하는 일들을 알지 못하면 보유한 채권이 부도를 맞기 쉽다.


정보의 유입도 자금 조달과 마찬가지로 한가지 창구에만 의존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유한 네트워크들은 자금 유통과 함께 정보의 유통 창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다양한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대형 평가사들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세부적인 정보들까지 수집하고 있다. 법인 대표자 개인의 최근 재무 현황(부동산 자산 등)이 어떤지, 대표자의 연령대와 기업 자금난 해소과정의 인과관계 등 우리만의 기준을 다양하게 선별하여 구체적인 등급 분류 체계로 정립했다.  

출처: 플로우파트너스대부 공식 홈페이지

Q.

할인 문의에서 대금 지급까지 30분 내외로 모든 처리가 완료되는 게 가능한가

A.

P2P 금융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핵심적이고 민감한 정보들을 단시간 내에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불필요하게 시간이 소요되는 중간 과정들을 최대한 생략하고, 대출 심사에 대한 프로세스를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현재는 충분히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 추가로 온라인 플랫폼과 같이 접수 절차 자체에 시간이 소요되는 장치를 가능한 제거하고, 유선전화나 SNS 등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통 채널로 접수 및 서류 전달을 진행함으로써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켰다.

Q.

'연 1경 4천조' 매출채권 시장 진출... 3억 5천만 원 시드 투자 유치

A.

전자어음은 금융결제원에서 운영하는 중앙관리시스템(UNOTE)을 통해 일괄 기록, 관리된다. 배서 기능이 있어 시중 은행의 인터넷뱅킹으로 간단하게 양도가 가능하다. 반면 매출채권은 중앙관리시스템이 없다. 원청 승인, 지급계좌 변경 등 상대적으로 양도절차가 까다롭다. 전자어음에 비해 매출채권 발행액수가 압도적으로(약 28배 규모) 큰데도 불구하고, 매출채권 유동화 시장이 아직까지 성장 못한 이유다.


신 대표는 현재 플로우파트너스대부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모회사 ㈜276홀딩스를 통해 매출채권 유동화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22일 시장규모와 기획 내용을 인정받아 마그나인베스트먼트로부터 3억 5천만 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출처: 플로우파트너스대부 제공

Q.

전자어음 할인 시장의 향후 성장가능성은 

A.

전자어음으로 성장했으나, 성장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매출채권으로 도약할 예정이다. 전자어음만 해도 1년에 약 500조원 이상이 발행되고 있어서 이중 즉시 현금이 필요한 할인 수요를 대상으로 초기 사업을 구축하고 진행했다. 그러나 전체 발행액 중 90% 이상은 대규모 *CP 또는 할인하지 않는 잠재 수요로 묶여있다. 그마저도 정부의 어음 축소 정책에 따라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할인 시장은 은행, 사금융, P2P 등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블루오션이라고 하기 어렵다.


매출채권은 한국은행 통계 상 대한민국에서 1년에 약 1경 4000조원이 발행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기업의 서류 캐비넷 속에 종이로 잠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전자어음 할인 영업을 진행했던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기업들로부터 "전자어음은 없고 매출채권은 많은데 이걸로는 자금 유동화가 안되냐"는 질문을 받았다.


초기에는 이 매출채권들을 금융결제원이 전산으로 관리하는 전자어음처럼 중앙관리기관이 존재하는 전자 문서 형태로 등록시키고자 한다. 증빙이 확실하고 유동이 쉬운 전자채권이 생긴다면, 지금보다 유동시킬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향후 이 매출채권을 대상으로 한 유동화 서비스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현재는 이 매출채권 관리를 위한 플랫폼 기획단계이며, 이 기획서를 바탕으로 VC 투자 유치까지 완료했다.





* CP(기업어음, Commercial Paper) : 은행이 아닌 신용상태가 양호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어음 형식의 단기 채권이다. 보통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 무담보-단기어음으로 발행한다. 기업은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어음을 발행하게 되며, 금융기관은 일반고객들을 상대로 판매한다.

Q.

앞으로의 계획

A.

대한민국 매출채권 서비스의 독보적 위치로 발돋움 할 계획이다. 지난 5년동안 핀테크 업계에 있으면서 항상 기술을 통한 금융혁신을 꿈꾸어 왔다. 보다 더 빨리, 시스템적으로, 효율화된 금융을 기술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노력하면 할때마다 기술 자체에 얽매여 금융의 본질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실제 현장에 맞는 금융 서비스를 통해 금융의 본질인 자금의 원활한 흐름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인터비즈 조현우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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