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데 퇴사하고 싶다면? "이렇게 하라"

조회수 2020. 11.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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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비즈에서는 점심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12~13시) '​이시한의 점심약속 LIVE'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 하단 링크로 들어가시면 지난 회차들의 풀영상, VOD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시한의 점심약속 17회]​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꽤 됐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성으로 한 직장을 오래 다니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번 이시한의 점심약속에 출연하신 장강명 소설가 또한 이에 대한 산증인입니다. 


장강명 소설가는 공대를 졸업하고 건설사에 들어갔다가 신문기자로 일하고, 결국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현재는 젊은 소설가 중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강명 작가, 그에게도 쉬운 선택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업 작가의 현실적인 고민과 미래를 향한 야망까지... 진솔한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


공대-건설사-신문기자-소설가? 일반적인 커리어는 아닌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건설사를 다니다가 신문기자가 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다. 이때는 고민하는 시간이 꽤 있었다. 한 달 정도?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때가 20대 중반이었는데, 그나마 나이가 어릴 때 빨리 그만두고 적성에 맞는 업계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재건축 붐이 있을 때여서 건설사 상황이 상당히 좋은 시기였다. 없는 용기 있는 용기 끌어내서 고민 끝에 사표를 냈다.


신문사를 다니다가 사표를 낼 때는, 사표 내는 아침까지만 해도 그렇게 될 줄 몰랐다. 자랑할 것은 아니고 무책임한 행동이지만.. 홧김에 그랬던 것도 있다. 두 번의 전환 모두 내 자신에게도 반전이었다. 운이 좋아서 결과적으로는 잘 됐던 것 같다. 사람 사는 게 꼭 계획 없이 사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는 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인생이 꼭 그렇게 풀리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

대학생 때부터 직장을 다니면서도 소설을 계속 썼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분명히 말하자면 입사동기들도 놀지는 않았다. 동기들도 대학원을 다니면서 석사, 박사를 따기도 하고... 다들 열심히 살았다. 나는 다른 동기들이 공부를 하고 자기개발을 할 시간에 소설을 썼을 뿐이다. 책 원고 쓰는 거랑 대학원 다니는 거랑 들이는 시간으로 보면 어느 쪽이 더 든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시간이 없다’ 보다 ‘이거 안 될 거야’ 라는 생각이다. 글을 쓰다 보면 기약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원은 어쨌든 2~3년 다니면 학위가 나오고 뚜렷한 결과가 나온다. 반면 글 쓰는 일은 1, 2년 만에 작가가 될지 안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버티기 힘들다보니 ‘이거 해서 뭐 하겠어?’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고, 결국 글을 안 쓰게 된다. 사실 책 원고 쓰는 게 아무리 오래 걸려도 10년씩 걸리지는 않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를 그만두고 원하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퇴사를 권하는가?

사실 이런 상담을 많이 받는다. 강연에서 질문도 많이 받는다. 이전에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피에르 르메트르라는 프랑스 소설가가 하신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분은 직장생활을 오래하다가 50대에 소설가로 데뷔를 했다. 데뷔 나이는 늦었지만, 데뷔하자마자 굉장한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에게 ‘퇴사를 권하는가’ 등의 질문을 많이 받지 않느냐 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는 말게”

이 말이 곧 꿈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현대인들은 지금 하는 일이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랑 안 맞는 경우가 많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꿈을 향해 가긴 가는데, 다만 자신을 너무 위험에 빠뜨리지는 말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때려치고 나간 사람들을 과대포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지금이야 잘 된 편에 속하지만 사실 운이 좋았던 거다. 막상 퇴사할 때는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기자를 하다가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도 아니다. 기자겸 소설가로 겸업하는 기간이 충분히 있었다. 교집합을 좀 만들고 나와야 한다.

성격 자체가 원래 즉흥적인 편인가?

기자를 하다가 소설가가 됐을 때, 그날의 선택은 즉흥적이었다. 근데 또 전후로 보면 그렇진 않았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집에 가서 웹서핑을 할까, 잘까, 소설을 쓸까 고민하던 끝에 결국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1년 사이에 연락이 많이 왔었다. “재취업을 하지 않겠냐”는 문의였다. 동아일보에서도 왔다.

“지금 우리가 경력기자를 뽑고 있다. 당신 경력이 딱 좋으니까 와라” 그때 솔직히 고민은 됐다. 고정수입도 없고, 소설가로서의 전망도 아직 불투명했을 때니까. 결국에는 “소설가가 되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될 때까지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거절을 했다. 결론적으로는 잘한 것 같다. 그 때 만약 겁이 나서 다시 언론계로 돌아갔다면, 그냥 잠깐 휴직기간이 있었던 기자가 됐을 거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한 번 밀고 가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소설가 장강명의 다음 직업은?

소설가를 나의 마지막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계속 소설을 쓰고 싶다. 책에서도 얘기했지만,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독서 운동, 저자되기 운동, 강연 등을 하고 싶다. 주 정체성은 꾸준히 소설가로 가고 싶다. 지금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그나마 AI가 늦게 침범할 영역이기도 하고.

인터비즈 조현우
inter-biz@naver.com
출처: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39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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