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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반려견 혼자 있어서" 당일휴가, 과연 처리해야 할까?

조회수 2020. 10. 2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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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휴가낼게요. 저희집 반려견이 혼자 있어서요.”


한 대리는 12년차 중견사원이다. 도 팀장은 무던한 스타일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한 대리에게 가끔씩 팀원 관리에서 오는 답답함을 토로해왔다. “요즘 팀원들은 원래 인사를 잘 안하나?” “8시 45분에 일을 시켰더니 업무 시작 시간이 9시라고 싫어하더라고” 등 하소연을 한 적도 있다. 그럴 때면 한 대리는 “팀장님께서 맘고생 되시겠어요”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런 이유로 휴가를 낸다고?!”


오늘 아침의 일이다. 일찌감치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던 도 팀장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한대리였다.

한대리 : 팀장님, 저 오늘 휴가를 내야 할 것 같아요.

도팀장 : 갑자기? 왜 어디 몸이 안좋아요?

한대리 : 아뇨, 그게 아니라, 오늘 저희 가족들 모두 나가고, 강아지가 집에 혼자 있어서요.

도팀장 : 강…아지라구? 근데 한대리, 오늘 마무리 지을 업무가 있지 않나?

한대리 : 그렇긴 한데, 강아지 땜에 출근이 어려울 것 같아서요. 다른 직원에게 대신 팔로업 해달라고 말해두겠습니다.

도팀장 : 어…어, 그래..

얼떨결에 "그래"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긴 했지만 마음이 도무지 편치 않다.

휴가를 쓰는 건 좋은데
그런 이유로 출근을 못한다고?

누구나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길 수 있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몸이 오늘 아침 일어나니 갑자기 이곳 저곳 욱신거려 일어나기 힘들 때가 있다. 자녀가 아직 어려 급히 병원에 가야 할 일도 생기고, 때로는 꼭 처리했어야 할 관공서 일이나 개인적인 볼 일을 잊고 있다가 당일 아침 퍼뜩 생각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상사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당일 휴가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

팀장도 이해해보려 한다. 휴가를 낼 때마다 상사의 눈치를 봐야 했던 팀원 시절을 떠올리며, 나름의 사정이 있을 거라고 이해하려 한다. 그래서 당일 휴가에 대해 무작정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습관처럼 매번 반복되지 않는다면, ‘오죽 급하면 그럴까’ 싶어 순순히 승인해준다.

그런데 최근 팀원들로부터 듣게 되는 당일 휴가신청의 사유들에 팀장은 황당하다. 한 대리처럼 강아지가 혼자 집에 있다거나 밥을 챙겨줘야 해서 본인 출근이 어렵다는 사례들도 종종 있단다. 강아지, 고양이도 소중한 가족이라는 건 요즘 사람들 대부분 잘 안다. 하지만 실시간 임원의 호출에 시달리고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한참 예민해있는 팀장 입장에서는, 팀원의 이런 휴가 사유들이 마음 한편으로 서운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강아지가 중요해? 회사가 중요해? 양자택일하라구!”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답답한 감정을 누르고 이후 업무결과를 가지고 평가하는 건 2차 문제다. 휴가승인을 해줘야 하는 팀장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휴가사유들을 지속적으로 듣다 보면, 팀장이 화병에 걸릴 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팀장이 생각해봤을 때, 팀 내에서 어떤 경우에 당일휴가를 승낙해줄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본인 또는 가족이 아프거나, 당일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적인 일이 있는 경우에 한해 당일휴가를 주는 식이다. 물론,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있음에도, 팀장에게는 갑자기 아프다고 둘러댈 수 있다. 하지만 이러면 적어도, “아니, 이런 일로 당일 아침에 휴가를 신청한거야?”라는 황당함과 열받음은 줄일 수 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으니.

■ 필자 함규정 C&A Expert 대표,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함규정 박사는 지난 10년간 196개 기업의 임원과 팀장들을 코칭해 온 임원전담코치이자 리더십∙기업소통 전문가입니다. <팀장클럽> '감정탐구생활'에서 감정코칭 연재글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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