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 과연 맛은..

조회수 2020. 9. 18. 0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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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오픈키친에서 대체육류로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에이치엔노바텍 김양희 대표(좌)와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우)

대체육류 소재인 '헴 분자'의 가치를 찾아라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가 "헴(HEME) 분자 소재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에이치엔노바텍 김양희 대표는 "맞다"고 답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당장의 생산 설비 확충과 운영 자금"이라고 대답했다. 


하루에 헴 분자 1톤 가량을 생산할 설비를 갖추는 데 자금 5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운영 자금을 더해 약 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면, 제품 생산과 유통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김 대표는 기대한다.

잠시 뜸을 들인 황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그는 "헴 분자를 직접 생산한다는 에이치엔노바텍의 목표는 소재 사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소재 산업군이 지닌 성장 가능성은 폭발적이다. 


소재를 활용한 완성품 시장 규모에 따라 기업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재 활용처가 넓고,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가치가 높으면 기업 가치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지금 당장 필요한 투자 유치를 중단하라는 뜻인가? 대체육류를 활용한 시장 분석을 다시 하라는 뜻인가? 


황 대표는 "현재 에이치엔노바텍이 진행하고 있는 투자 유치 활동은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단하라는 게 아니라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출처: 헴 분자를 소재로 활용하면, 더 많은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 에이치엔노바텍은 대체육류를 활용한 햄버거와 치킨 너겟, 동그랑땡 시제품을 개발했다. 투자 유치도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황 대표는 그 다음을 말한다. 투자 유치 이후의 에이치엔노바텍이다.

에이치엔노바텍이 투자 유치를 서두르는 이유는 학교 급식업체가 내건 조건 때문이다. 급식업체는 매일 수백, 수천명의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1순위다. 에이치엔노바텍의 대체육류 경쟁력을 인정하지만, 하루에 받을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라면 계약하기가 어렵다. 에이치엔노바텍이 생산 설비 자금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황 대표는 그 단계에 만족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소고기 맛이 나는 햄버거 패티, 닭고기 맛이 나는 치킨 너겟, 냉동 동그랑땡용 대체육류로 멈추면 안 된다. 대체육류를 하나의 소재로 활용하면,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에이치엔노바텍 대체육류의 강점, '바다에서 온 패티'

2009년에 설립해 2019년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의 '비욘드 미트(BEYOND MEAT)', 2011년 설립 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유명 스포츠 스타,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투자해 주목을 받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 두 기업 모두 대표적인 식물성 대체육류 기업이다. 


두 기업의 탄생과 함께 대체육류 시장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대체육류를 생각할 때 콩 고기를 먼저 떠올리는 이유는, 두 기업이 콩 고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에이치엔노바텍은 콩 대신 해조류를 택했다. 다시마와 미역에서 헴 분자를 뽑아내고, 생선연육에 헴 분자를 섞는다. '바다에서 난 햄버거 패티'라고 스스로 칭하는 이유다. 이 선택은 좋은 결과를 여럿 만들어냈다.

출처: 에이치엔노바텍 회사소개서의 첫 페이지, 출처: 에이치엔노바텍

첫째, 가격이 싸다. 식물성 대체육류가 쫓아오지 못하는 최고의 장점이다.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소비는 점점 줄고 있다. 해조류의 경우 생산량의 40%를 폐기한다는 통계도 있다. 


에이치엔노바텍에 따르면 해조류를 공짜로 주겠다는 업체도 있었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먹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나이 어린 학생들은 생선을 점점 먹지 않는다. 해양수산부가 괜히 수산물 소비를 독려하는 게 아니다.

둘째,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공격에서 자유롭다. 미국에서는 식물성 대체육류에 GMO나 인공첨가물을 사용한다. 그 때문에 '진짜 건강한가'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인공첨가물을 빼고 천연첨가물을 사용한 식물성 대체육류가 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가격이 더 비싸다.

셋째, 식물성 대체육류에 비해 칼로리가 낮다. 가장 칼로리가 낮은 음식은 식물이 아니던가, 의아할 수 있다. 이유는 첨가물 때문이다. 식물성 대체육류는 부족한 고기 맛을 구현하기 위해 첨가물을 넣는데 이 때문에 에이치엔노바텍의 대체육류보다 칼로리가 높다.

출처: 직접 맛 본 에이치엔노바텍의 대체육류(좌), 오른쪽은 헴 분자를 섞지 않은 흰살 생선 연육이다.

스스로 브랜드를 갖춰라

황 대표는 "에이치엔노바텍은 타 대체육류 기업과 차별화되는 장점을 지녔다"며 "소재 사업을 위한 밑거름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해조류에서 헴 분자를 추출하는 기술, 생선연육과 조합하는 헴 분자 배합 기술 등 자체 기술 특허도 출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헴 분자만 만들면 끝이라는 판단은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대표는 "스스로 브랜드를 갖추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알려야 한다. 소재 사업은 기술영역과 같다. 에이치엔노바텍은 좋은 재료를 찾고, 시장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와 같다"며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지만, 엔지니어 같은 모습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를 더 많이 알리고, 헴 분자를 알리고, 에이치엔노바텍의 대체육류를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잘 만들었다. 그런데, 그걸로 끝나선 안 된다. 알리고, 홍보하고, 마케팅도 필요하다. 대체육류를 찾는 잠재적 고객에게 에이치엔노바텍이 어떤 대체육류를 갖추고 있는지, 어떤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 소재 브랜딩이다. 대체육류 햄버거를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가 제품을 홍보하듯, 에이치엔노바텍도 스스로 소재를 알려야 한다.

포털 사이트에 대체육류를 검색해보자. 에이치엔노바텍은 찾을 수 없다. 하다 못해 검색 광고라도 해보면 어떨까. 블로그를 운영해 에이치엔노바텍을 알리면 어떨까.


 좋은 기술, 좋은 제품을 잘 만들기만 하면 알아서 고객이 찾아오는 시대가 아니다. 대체육류, 대체육, 콩고기, 가짜고기 등으로 검색하는 소비자 또는 업계 관계자가 에이치엔노바텍의 고객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출처: 저칼로리 포인트만으로도 새로운 제품과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

황 대표는 "다른 대체육류에 비해 칼로리가 낮다고 했다. 좋은 장점 아닌가"라며 "다이어트를 위해 샐러드만 먹는 고객에게 에이치엔노바텍의 대체육류를 어필할 수 있다.


식물성 대체육류보다 낮은 칼로리로 고기 맛을 느낄 수 있잖은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칼로리를 알려보자. 저칼로리 음식을 찾는 소비자와 저칼로리 음식을 판매하는 업체의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대체육류의 장점은 무엇일까, 진짜 같은 고기 맛?

에이치엔노바텍은 지금까지 '고기 맛'을 앞에 내세웠다. 소고기 맛이 난다, 닭고기 맛이 난다, 돼지고기 맛이 난다. 그 누구보다 고기 맛을 잘 내는 대체육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고기 맛은 고기가 가장 잘 낸다. 대체육류는 대체육류다. 즉, 맛이라는 항목에서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선두주자가 있는 셈이다.

진짜 고기 맛이라는 포인트를 잠시 내려놓자.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다른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저칼로리라는 장점, 가격이 싸다는 장점, GMO가 의심되는 콩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장점. 맛을 빼고도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포인트는 분명히 있다.

시장에 확실한 인식을 심어야 한다. 대체육류는 국내 시장에서 이렇다 할 강자가 없다. 무주공산의 영역에 가깝다. 하지만 많은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시장이라는 건 분명하다. 


에이치엔노바텍만의 브랜드를 갖추기를 바란다. 황 대표는 "식물성 대체육류가 대다수인 지금, 최소한 '바다'라는 이미지는 꼭 지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혹시 아는가. 콩 고기처럼 다시마 미트, 미역 고기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등장할지.

독자 여러분들도 에이치엔노바텍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필자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인터비즈 서정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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