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서 살아남는 법.. "미 해병대"에서 배워라?!

조회수 2020. 4. 3. 16: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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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럽고 예측하기 힘든 지금의 경영 환경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무역 제제라는 큰 난제를 동시에 풀어가야만 했다. 4차 산업혁명기, 디지털 전환과 같은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기에도 바쁜 시기에 이번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졌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 국면이 상존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어차피 예측하기 힘든 거라면 세부적인 위기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에 공들이지 말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게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 HBR 2월 호에는 해병대가 선례로 소개된다. 언뜻 위계서열 명확하고 획일적인 업무 처리 방식이 통용될 것 같은 해병대가 예상하지 않은 위기 상황에 강할 것이란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해병대는 조그마한 변수에도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 오랜 기간 승리의 기술을 익혀온 조직이다. 코로나19의 위기 국면에서 기업들은 해병대의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출처: 인터비즈

여기 두 가지 조직 유형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급작스럽고 대대적인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느 조직이 더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출처: HBR

전문가들은 계속 진화하고 예측할 수 없는 위협에 대처하기에는 '조직 B'가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복잡성 이론(Complexity Theory)'에 따르면 아주 상세한 사전 계획보다는 몇 가지의 기본 대원칙만을 지키는 것이 위기대응에는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어디로 어떻게 탈출할지를 아주 상세하게 미리 계획하는 것보다 '불이 나면 출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라'라고 하는 규칙 하나를 따르는 것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것이다.


물론 회사에 종합적인 리스크 완화 대책 및 계획을 마련해둘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기업들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작동 메커니즘을 동원할 수 있는가"라고 반드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위기에 대응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문적인 단일팀이 있다고 해도 그 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일부 팀이 아니라 조직 전체 차원에서 움직이고 대응해야 한다. 오랜 기간 지속되는 위기라면 더 그러하다. 위기관리를 전사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해외 지사가 회사 네트워크 상에서 연락 두절된다면 그들을 대신해 빠르게 나서는 다른 조직이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 네트워크 속 구성원들은 위기대응 과정에서 똘똘 뭉쳐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되 위기 대응의 기본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해병대는 이런 특징을 가진 위기관리 네트워크 조직의 모범사례다. 해병대의 해병 원정군(Marine Expeditionary Forces, MEF)은 보병사단, 비행사단, 상륙지원단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여러 사단들로 구성된다. MEF의 멤버들은 어떤 지리적 조건에서도 다양한 상륙작전과 지상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병대가 어떤 작전이든 빠르게 투입될 수 있는 이유도 네트워크 조직 구조에 있다. 네트워크 조직구조는 구성원 간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다보니 상황에 따라 독립과 협력을 유동적으로 할수 있게 해준다. 업무 방식의 유동성에서 기인한 빠른 기동력으로 해병대는 항상 전시 대비 훈련을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위기 시뮬레이션을 정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두 달에 한 번 하루 반나절 정도 '만약 회사 공장의 직원 30%가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식으로 예측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위협에 대응할 세부 규칙 혹은 매뉴얼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아예 예측불가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마인드 셋을 연습해보자는 것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라크에 후공을 펼치는 Navy Seal의 모습

미국에서 100만 부를 돌파하며 블룸버그가 작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조코 윌링크와 레이프 바빈의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에서도 해병대와 비슷한 '네이비씰' 사례가 등장한다.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은 육해공 어떤 환경에서도 작전 수행이 가능한 최강 정예군이다. 네이비씰 장교 출신 저자는 네이비씰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로 '지휘권 분산'과 '엄격한 규율'을 꼽는다.


네이비씰은 지휘권을 분산시켜 부대 전체의 효율성을 높였다. 기동대를 4~6명의 분대로 나누고 각 분대를 3~4개씩 묶어 총 2개 소대로 만들었다. 복잡한 전쟁 상황에서 단 한 명의 지휘관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진두지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네이비씰은 분산된 리더십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동시에 엄격한 기강과 규율을 중시한다.

해병대와 네이비씰은 서두에서 언급한 조직 유형 A, B 가운데 B에 가깝다. 해병대처럼 실행력이 강하고 비즈니스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 심지어 경쟁자들과도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이 네트워크형 조직 B다. 해병대와 네이비씰이 전쟁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권력과 인적자원 모두 분산배치된 그물망 조직 덕분이다. 네트워크 조직은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상황과 필요에 따라 구성원들 간 협력과 분담이 유연하게 이뤄진다. 그만큼 급변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적응하는 '애자일(Agile)한 조직' 운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전쟁터와 다름없는 위기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애자일한 조직운영을 뒷받침하는 네트워크 조직구조(조직 B)는 기업의 생존력을 더 높여준다. 시시각각 변하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시상황과 경영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과 경영에서 군인과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에 기만하는 반응하고 대응하는 능력'이다. 특히 위기의 순간 이러한 위기관리능력은 빛을 발한다. 전쟁 중인 군인이든, 경영을 하는 기업가이든 위기라고 하면 곧 생존 싸움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의 리더들은 위기관리가 본인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리스크 관리와 보안 관련 전문가들이 별도로 고용되기 때문에 그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위기 상황 적응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고자 할 때 특정 조직만 움직인다 해서 될 게 아니다. 조직 전반에 걸친 위기관리 마인드 셋이 필요하다. 그때 비로소 회복탄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성장할 것이다.


출처 세계적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HBR 2월 호

필자 니틴 노리아 하버드경영대학원 학장

인터비즈 박소영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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