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 어차피 막히는데".. 코로나에도 퍼스널 모빌리티 '선방' 중인 이유

조회수 2020. 3. 28. 11: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칼퇴? 어차피 막히는데!

​다소 도발적인 문구를 퇴근길에 마주했다. 거리 한켠에 세워진 전동킥보드가 건네는 말이었다. 요즘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타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으론 가기 힘든 단거리를 빠르고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현대인에게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크기가 작아 지하철을 타거나 사무실에 들어갈 때는 접어서 보관하기도 좋다. 

코로나 19의 가파른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유용성 때문에 퍼스널 모빌리티의 인기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가 지역 사회까지 퍼져가며 산업 전반이 가라앉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행보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어떻게 '코로나 Down' 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코로나 19,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도' 무너뜨렸을까?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코로나 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우울함이 만연하다.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도 코로나 블루 경보가 깜박인다. 특히 다른 사람과 공유해서 기기를 이용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코로나 19로 더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까?

이같은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 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성장하고 있었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을 운영하는 올룰로에 따르면 3월 2일부터 1주일간 이용 건수가 지난 2월 17일부터 1주일간보다 22.6% 늘어났다. 날씨가 점차 풀리기도 하고, 사람들이 중장거리 외출 자체를 자제하면서 코로나 19만으로 이용 건수가 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유동인구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시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2월 서울 지하철의 승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서울 지하철의 승객 수는 3억 7983만 명이었는데 비해 올해 2월은 3억 3295만 명이었다. 4688만 명이 줄어든 것이다. 대중교통이 기피받는 상황에서 자가용이 사실상 가장 안전하지만, 모두가 자가용을 이용하지는 못한다. 가장 훌륭한 대체재가 퍼스널 모빌리티다.


'퍼스널' 하다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 실제로 공유킥보드나 자전거의 경우에는 개인이 단독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코로나 19의 여파를 적게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특정 다수와의 신체접촉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자와 같은 기기를 이용했다는 불안보다 감염자와 같은 공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더 컸던 것이다.

출처: 인터비즈 조지윤
16일 서울 혜화역 4번출구 맞은 편 위치한 자전거 대여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유자전거 따릉이에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다.

공유 모빌리티 업체들이 소독과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도 이용자들을 안심시켰다. 업체들은 세차 등 기본적인 것부터 알콜 소독솜 부착, 손소독제 비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고고씽은 전동 킥보드 정비 및 재배치 과정에서 기기 소독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이용자 위생을 위한 별도의 소독 용품을 전동 킥보드에 개별 비치했다고 전했다.

출처: 씽씽 공식 인스타그램 xingcing_mobility

'씽씽'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모빌리티 소독 과정을 공개했다. 소독을 하는 관리자도 자신의 손을 깨끗하게 소독한 이후, 기기를 소독했다. 기기를 배치하기 이전에 소독하는 것은 물론 반납된 이후에도 수시로 소독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업체들이 보다 안전한 사용을 위해 소독과 방역을 철저히 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노력 중이다.

바이러스에도 살아남은 편의성..'라스트 마일' 전담

하지만 코로나 19 확산 이전부터 퍼스널 모빌리티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마이크로모빌리티 교통정책지원사업'에 따르면 생활 목적, 즉 통행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전기자전거는 61%, 전동보드의 경우에는 68%에 달했다. 레저/운동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절반 수준인 30%에 불과했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구매자의 대다수는 남성이었고, 연령대는 30~40대가 가장 많았다.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제품 특성상 구매력이 높은 3040이 1020에 비해 고객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 동아닷컴

퍼스널 모빌리티의 또 다른 이름은 라스트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목적지까지 남은 마지막 1마일을 이동할 수 있는 최후의 이동수단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여러 모빌리티 업체들이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자사 제품과 플랫폼으로 도어-투-도어(Door-to-Door)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걸로 이해된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도 한몫한다. 인구 밀집 지역 및 대학가 중심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가 운행되고 있는 이유다. 현대자동차는 제트(ZET)라는 브랜드로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 '킥고잉'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올룰로에 지난 8월 투자하기도 했다. 나아가 2021년부터 자체 전동킥보드를 제작해 신차에 빌트인 옵션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나인투원이 운영하는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 '일레클'에 투자했다. 일레클은 서울 지역 최초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현재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기존 모빌리티 업체 이외에도 '씽씽', '지빌리티', '고고씽' 등 다양한 공유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스타트업들이 해당 시장서 활약 중이다.

출처: 킥고잉 홈페이지
공유 전동킥보드 킥고잉 이용법. 스마트폰 앱을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사업의 인기 요인은 편리함과 저렴한 이용료다. 퍼스널 모빌리티 모바일 앱으로 전동킥보드의 위치를 찾고, 잠금장치를 풀며, 반납시에는 전용 보관소를 찾을 필요 없이 주변 적당한 곳에 킥보드를 세워두면 된다. 또한, 이용 요금 결제는 미리 등록한 카드로 자동 결제가 되는 등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도심과 같이 혼잡한 지역에서는 일반 차량 대비 교통체증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다.



전동킥보드 공유업체들은 전동킥보드 이용을 위한 잠금해제시 정액 기본료를 부과한다. 이후 이용시간에 따라 추가요금을 매기고 있다. 국내서 운영 중인 전동킥보드 공유업체 킥고잉, 씽씽, 고고씽 은 최초 대여 후 5분 간 기본료는 1000원이고 이후 분당 이용 요금 100원을 적용하고 있다. 계산해 보면 5km 내외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약 15분 소요) 약 2000원으로 이용 가능하다.

미래 밝지만..갑툭튀 '킥라니'들은 과제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고속 성장해 2022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19의 위협에도 주춤하지 않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시장은 더욱 더 성장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커가면서 '안전'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퍼스널 모빌리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9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수단 사망사고는 2019년 총 8건이었다. 2018년에 4건이 발생한데 비하면 200% 늘어난 것이다. 또한, 지난해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개인형 이동수단에 의한 사고건수는 225건이었다. 2017년도에 사고건수가 117건이었는데 비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출처: 동아일보
횡단보도로 통행하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

시장의 규모에 비해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비한 것도 문제다. 가장 흔히 이용하는 전동킥보드만 봐도 그렇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로 분류돼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주행해야 한다. 문제는 전동킥보드는 시속 25km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시속 6~70km로 달리는 차들과 속도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고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킥보드 이용자들도 위험하지만 차량 이용자들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고없이 튀어나오는 고라니 같다며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각광받고 있다. 연료비가 적게 들고, 친환경적이기도 하며 혼잡한 도심에서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미래형' 이동수단이라서다. 대중들의 관심과 더불어 ICT 기술의 발달로 퍼스널 모빌리티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 환경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 넣었다. 단, 제도적 개선 없이 현행법에 끼워맞춰서는 현재 불거지고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논란들을 잠재울 순 없다. 면허제도 정비, 전용 도로 개설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inter-biz@naver.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