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한 디자인으로 50개국 소비자 사로잡은 LG전자의 "초프리미엄 브랜드"

조회수 2020. 3. 24.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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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구축 혹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의 오감을 거쳐 심장을 뛰게 만드는 디자인은 소비자가 브랜드나 품질을 인식하는 수준 자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LG시그니처 가전을 디자인한 덴마크 산업디자이너 토르스텐 밸루어는 '본질에 충실한 심플한 디자인의 힘'을 강조한다. DBR 256호에 소개된 그의 인터뷰를 통해 "심플한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봤다.


출처: DBR
LG시그니처 마스터 디자이너 토르스텐 밸루어

LG전자는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초 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를 출시했다. 2016년 3월 국내에 첫 출시한 후 미국, 유럽 선진국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멕시코, 콜롬비아 등에까지 진출하며 총 50여 개국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아무리 공들여 만든 초프리미엄 브랜드라도 고객이 그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면 유명무실해진다. 하지만 LG시그니처는 기술혁신에 기반한 성능뿐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심플한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성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기존 가전과 차별화된 혁신적 디자인은 사내 조직인 '디자인위원회'와 LG시그니처 가전 디자인 총괄 자문한 마스터 디자이너 토르스텐 밸루어(Torsten Valeur)의 공이 컸다.


밸루어는 DBR과 2018년 9월 진행했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LG시그니처의 성공을 이끈 그의 디자인 철학이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 '데이비드 루이스 디자이너스(David Lewis Designers)'의 CEO로 덴마크를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다. 글로벌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B&O)' 전담 디자이너로 활약하며 유명해졌다. 에이수스, 엘리카, 숄테스 같은 글로벌 가전기업과 작업한 경력도 있다.

품질이 높아진 시대, 디자인의 역할은?

제품품질이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됐지만 가전제품 같은 품목에서는 아직도 품질을 개선해 차별화할 여지가 많다. 소비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디테일, 예컨대 가전제품에서 나사나 구멍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이너가 의도한 결과라기보단 소비자가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소비자는 A 제품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다른 제품도 별반 다를 게 없어서이거나 그 부분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A 제품에 끌렸을 수 있다.

소비자는 품질과 디자인이 최적화된 상품을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은 여전히 디자인의 중요 요소이다. 그래서 밸루어는 디자인의 첫 번째 역할로 '​인식하는 품질(perceived quality)'을 높이는 것을 강조한다.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제품 질이 좋다고 인지하도록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얘기. LG시그니처에서 내놓은 노크온 매직 스페이스 냉장고의 '노크온'과 오토 '스마트 도어' 디자인도 밸루어가 강조하는 '인식하는 품질'을 높인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밸루어는 "소비자들의 현실적 타협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를 방해하는 것들을 오히려 기회로 바꾸기 위해 엔지니어들과 협업한다"라고 말했다.


밸루어가 말하는 디자인의 또 다른 역할은 소비자들을 제품과 '감정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비슷한 제품군에서 가장 눈에 띄게 끔 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란 뜻이다. 제품이 강력한 캐릭터와 아이콘으로 기능할 때 소비자는 제품을 매개로 디자이너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소비자와 디자이너를 연결하는 디자인의 핵심은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오감을 충족시킨다는 건 소비자의 마음은 물론 뇌까지 감동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키도록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감각은 '시각'이다. 먼 거리에서 제품을 처음 접할 때 가장 먼저 시각적 형태로 접하기 때문이다. 시각을 만족시키려면 제품 형태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제품 기능이 무엇인지,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때 시각적 유인은 더 커진다.


청각은 제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품질을 판단할 때 주로 쓰이는 감각이다. 예컨대 소비자는 제품 표면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가 단단한지, 속이 비었는지 혹은 삐걱거리는지를 통해 품질을 확인한다. 밸루어는 뱅앤올룹슨에서 무선 전화기를 디자인할 당시, 자연스러운 벨소리를 만들기 위해 같은 벨 소리만 몇 주간 들어가며 질리지 않는 소리를 찾는 실험을 했다.

출처: 뱅앤올룹슨 공식 홈페이지
뱅앤올룹슨의 Beoremote1은 최적의 인체공학적 사용이 가능하도록 완벽한 무게 균형을 만들어 낸다. 미세한 곡선이 리모컨을 표면에서 살짝 뜨게 만들어 편하게 집을 수 있다.

시각, 청각뿐 아니라 최근에는 촉각까지 오감 만족을 위한 디자인의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 촉각도 제품의 반복적 사용과 관련해 품질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밸루어가 리모컨 Beoremote1 디자인 당시 리모컨을 손에 쥐었을 때 기분 좋은 그립감을 소비자에게 선사하고자 애쓴 것도 촉각을 만족시킨 디자인의 예다.

프리미엄과 일반 브랜드의 디자인 차이는?

밸루어는 디자인이 현실적으로 타협하는 수준에서 프리미엄과 일반 브랜드의 디자인 차이가 생겨난다고 말한다. 독창성의 수준도 다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쓸 의지가 있어서 회사도 제품에 더 큰 비용을 쓰고 현실적인 타협도 덜하게 된다. 일부 기업, 사람들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의 차이를 스타일에서 찾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은 소비자가 좋은 제품과 나쁜 제품을 구분할 능력이 매우 뛰어난 지금의 환경에 맞지 않는다. 


"북유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럭셔리 제품은 최고로 품질이 좋은 제품이지 최고로 화려한 제품이 아니다. 우리는 기술적 완벽함, 정직한 재료, 우수한 외형을 갖춘 럭셔리에 흥분한다."

그런 면에서 밸루어는 자신이 작업한 LG시그니처 제품 중에서 세탁기 디자인에 가장 큰 만족감을 나타낸다. 세탁기 디자인의 목표는 미니멀하고 직관적인 외형으로 제품의 진화된 성능과 품질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유리 문을 개선하고 분할선 없이 깨끗하고 단단한 몸체 인터페이스로 고급스러운 가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세탁기임을 인지하면서도 작동이 편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끔 디자인했다"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오래 사랑받는 디자인은 결국, "단순함"

밸루어는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직관적으로 소비자에게 기억되는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노력한다고 한다. 기술발전이 주도하는 장기적 트렌드에는 주의를 기울이되 빠르게 변하는 단기 트렌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사용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밸루어의 신념이다.


장기적 트렌드에 맞는, 다시 말해 오래도록 사랑받는 디자인은 결국 본래 아이디어에 충실하고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인식되는 것이다. 또 최종 아이디어가 설령 수백 명의 사람의 머리를 거쳐 나왔다 할지라도 마치 한 사람의 창의적 머리에서 나온 것처럼 일관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심플(단순) 해야 한다.' 본질을 드러내고 정직한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심플한 것이 곧 예술적인 것이고 심플함이 예술적 창조의 기반이다." 밸루어는 심플함(Being Simple)을 이렇게 표현했다. 단순한 삶, 온갖 문제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연상케 한다고 뜻이다. 심플함이 요즘 인기를 끄는 이유다. 그는 말한다. "복잡하고 이것저것 개인을 속박하는 것들이 많아진 세상이지 않은가. 심플한 디자인은 본질을 드러내고 정직한 제품을 창조하는 것을 뜻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56호

필자 배미정 동아일보 기자

인터비즈 박소영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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