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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절도 판치는 시장에서..'있어도 없는' 스마트마스크

조회수 2020. 3. 1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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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2월 24일 오전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국가 전체가 코로나 19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3월 4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코로나 19 확진자 수는 총 5328명으로 늘었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경북은 이날까지 4,780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확진자의 89.7% 수준이다. 코로나 19 진단 검사를 받은 사람은 총 12만 3000여명이다. 보건당국은 시민들과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N95(미국산업안전연구원 인증)’ 또는 ‘KF94’ 등급의 마스크를 쓰라고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호용 마스크'는 사실상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이목을 끄는건 '스마트 마스크'다. 스마트 마스크는 단순히 코와 입을 막아서 오염대기를 차단하는 일반 마스크와는 다르다. 공기청정 시스템을 탑재하고, 공기질을 분석하는 등 보다 똑똑해졌다.


하지만 마스크가 똑똑해졌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마스크가 똑똑해도 내가 살 수 없다면, 아니, 내가 쓸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계속되면서 똑똑한 마스크는 커녕 일반 마스크도 사기 힘든 실정이다. 마스크는 점점 발전해가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데 왜 '구매'는 점점 힘들어지는 것일까.

마스크, 요즘은 '공기 질'까지 봐준다는데..

세계보건기구(WHO)의 최신 대기 오염 자료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10명 중 9명은 WHO가 제시한 대기질 기준 이하의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는 마스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숨막히고 답답한 건 세계인 모두가 같나보다. 세계 곳곳의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마스크를 더 '편리하게'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나름대로의 답을 찾고 있었다.


출처: R-Pur 홈페이지

프랑스 기업 R-Pur에서 개발한 스마트 마스크는 달리기나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미세먼지, 꽃가루, 바이러스, 세균뿐 아니라 디젤 배기가스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필터링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준다. 마스크에 탑재된 필터는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미세먼지들과 나노 입자를 걸러준다. 필터에 장착된 센서는 마스크를 통과한 공기의 청정도를 분석하는데 이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Pur의 스마트 마스크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개당 149 유로(약 19만원)로 판매되고 있다.


출처: Ao Air 홈페이지

보통의 황사 마스크의 경우, 천 소재로 제작되어 금방 마모되고 오래 사용하면 오염물질 차단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주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마스크라면 어떨까? 미국 스타트업 Ao Air 에서 출시한 마스크 애트모스(atmos)는 투명한 플라스틱 소재에 양 옆에 팬과 필터가 탑재된 제품이다. 양쪽에 위치한 작은 팬은 미세먼지를 걸러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도와준다. 입과 코에서 나오는 습기로 쉽게 답답해지는 일반적인 마스크를 쓸 때보다 쾌적하게 숨쉴 수 있다. 애트모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개당 350 USD(약 41만원)에 살 수 있다. 

출처: 에어플러스 홈페이지

마이크로 팬이 탑재된 에어플러스 스마트 마스크는 싱가포르에서 정부 주도 하에 연구 개발된 제품이다. 마스크에 탑재된 벤틸레이터는 인체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최대 99% 감소시킨다. 마스크 내부의 온도도 최대 4℃ 감소, 습도는 40%까지 낮춰준다. 마이크로 벤틸레이터(마이크로팬)는 19g으로 매우 가볍다. 또한 스마트 밸브를 활용해 호흡 배출의 편안함을 극대화하고 마이크로 팬 탈부착을 쉽게 할 수 있다. 에어플러스 스마트 마스크는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나 현재 품절이다(2020년 3월 3일 기준).


중국 기업 샤오미도 미국 특허청(USPTO)에 내장 컴퓨팅 장치를 탑재한 스마트 마스크 특허를 출원했다. 샤오미가 기존에 출시한 팬 또는 배기밸브가 달린 형태의 마스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임베디드 컴퓨팅 셀이 내장된 이 새로운 마스크는 '작은 컴퓨터'라고 부를 수 있다. 마스크의 온보드 센서에서 모든 데이터를 계산하는 프로세서로 구성되고, 데이터는 메모리 모듈에 저장되며, 저장된 모든 데이터를 릴레이 하는 연결 모듈이 있다. 이 구성 요소들은 내장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는다. 마스크에는 호흡량, 총 호흡 횟수 등과 같은 통계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다만 아직 실제로 구현되지는 않았고 특허만 출원한 상태다.

어, 국산도 있었네?

출처: 오투엠 홈페이지

한국서도 스마트 마스크가 점차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공기정화기술 전문기업 오투엠은 국내 최초로 공기청정기능을 탑재한 산소발생 마스크를 개발했다. 오투엠의 주력 제품은 10시간 동안 마스크 내에 산소를 공급하는 마스크 '듀얼젠'이다. 특별한 기구나 장치 및 전원 없이 산소를 발생시키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O2S기능을 특허받았다.



오투엠은 사회적 약자나 산업 노동자에 마스크를 공급하는 기관(서울시청 등)에 마스크를 정상가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우선 공급한다. 오투엠이 처음 산소공급 마스크를 개발한 까닭도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산업근로자들의 건강예방을 위해서다. 이후 남은 물량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정상가에 판매하고 있다. 단, 듀얼젠은 일반 소비자용, 재해재난용, 산업용 등 다양하게 있고 제품군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출처: 이화네트웍스 홈페이지

한편, 이화네트웍스 역시 대기오염에 호흡기를 보호하고 실시간으로 산소질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마스크를 개발했다. 크게 산소공듭 모듈과 통신 모듈로 구분되는 ICT(정보통신기술) 요소를 접목했다. 산소공급 모듈은 작은 전력으로 전해 용액을 전기분해 해서 마스크 내부에 일정한 산소를 공급한다. 또한 통신 모듈을 통해 모듈 안의 공기 질의 측정 센서가 실시간으로 측정한 산소질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제품 '스마트 마스크 가드'는 1차 모델 제작 테스트가 끝났고,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대익(56) 대표가 자본금 1억 851만 원으로 세운 대전의 '쉐마'라는 업체도 한단계 나아간 마스크 제품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는 해당 제품이 초미세먼지(PM2.5) 포집이 가능한 고성능 나노필터 기술을 적용했다고 자사 홈페이지에 설명해 놓았다. 회사 구성원으로 소개돼 있는 권오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2018년 3월 당시 해당 기술을 공개하며 "이 연구성과는 스마트 마스크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3월에 마스크 제품이 출시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품귀-사기-절도..'인비저블'의 난맥상

하지만 마스크가 기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수급이 해결되지 않으면 쓸모 없다. 현재 급증한 마스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갈수록 커지는 '코로나 불안'에 보건용 마스크 수요는 늘어났지만, 정작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마스크 가격이 코로나 19 확산 전과 비교해 급격히 오른 것도 문제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쿠팡, 11번가 등 5개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는 KF94와 KF80 성인용·어린이용 마스크 4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2월 14일 기준 마스크 가격이 2주 전보다 13.6~27.2%가량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시점인 2월 초는 기존 마스크 재고가 사실상 바닥 나던 시점이었다. 당시 판매량이 이상 급등했던 것. 편의점 GS25는 지난 1월 설 연휴 기간(24~27일) 마스크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3%, 직전 주 같은 요일(17~20일)보다는 3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쇼핑몰도 위생용품 판매가 폭주했다. G마켓의 지난 1월 24~27일 마스크 판매량은 전주 같은 요일(17~20일)보다 9118% 증가했다. 위메프 또한 1월 24~27일 마스크 판매량이 전주 대비 3213% 증가했다.



한마디로 1월 설 연휴 직후부터 2월 한 달은 마스크가 '金스크'로 변이해 시장을 마비시킨 과정이었던 셈이다.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는 KN95 마스크. 포장지에는 중국어가 그대로 적혀 있다.

실제로 4일 현재 쿠팡에선 '불합리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항저우 티엔홍 트레이딩'은 방역 마스크라고 홍보하며 20개를 28만 5000원, 즉 개당 1만 425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마스크는 적어도 외관상으로 일반적인 미세먼지 마스크와 동일했다.

일반적인 미세먼지 마스크와 동일한 외관이지만 개당 1만 4250원에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식약처가 허가했다는 판매자의 문구를 빼면, 일반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기타 인증내용 등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또한 해당 제품은 중국서 그대로 들여온 제품으로 포장지에도 중국어가 적혀 있고, 'KF94' 대신 'KN95'라는 중국식 기준으로 기재돼 있다.

분노한 소비자들은 상품평란이 막히자 상품문의란을 통해 판매자를 비판하고 있다

사람들의 비판이 거세자 판매자는 상품평을 모두 삭제했다. 상품문의란에는 소비자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판매자는 부득이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양해를 부탁한다고 작성해놓은 상태다.


마스크 품귀 현상은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중국으로 반출되는 마스크 증가로 국내 유통량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가 크게 번진 중국에서 '코리아 마스크'가 비싸게 거래되고 있어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렇다. 지난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2월 12일부터 16일간 닷새 동안 마스크 출고량은 4912만 장이었다. 이 가운데 수출량은 527만 장으로 해외로 나간 건 전체 출고량의 약 11%에 불과하다. 527만 장이 '중국 수출량'이 아니냐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오보이고 실제로는 국외로 수출된 물량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즉,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 '해외 유출'이 국내 마스크 품귀 현상의 문제가 아니고 매점매석 등 유통의 문제였다. 실제 마스크 값이 급등하면서 사재기, 마스크 판매 사기 등 마스크 관련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을 악용해 부당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우체국, 농협 등에서 싸게 구매한 마스크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몇배로 되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당국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단속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매현장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출처: 동아일보
이의경 식약처장이 2월 25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 시행’ 브리핑을 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며 시민들 불안이 더 커지자 정부는 '공적 공급 체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2월 26일부터 식약처는 마스크 생산업자가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의 물량을 공적판매처(우정사업본부, 농협 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및 중소기업유통센터, 약국 등)로 출고하도록 조치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3월 2일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된 마스크는 총 587.7만개다. 1일 공급 목표량인 500만 개를 뛰어넘은 수치다. 단, 대구경북 특별 공급 목표량은 100만 개였지만 실 공급량은 69만에 그쳤다.



마스크 수출량이 급감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식약처는 마스크 판매업자의 마스크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마스크 생산업자의 수출도 당일 생산량의 10% 이내로 제한했다. 관세청은 지난달 26일 '마스크, 손 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고시가 시행된 이후 28일까지 새로 수출 신고된 마스크 물량은 하루 평균 1만장 안팎이라고 밝혔다. 고시 시행 전 마스크의 하루 수출량은 100만 장을 웃돌았다. 유통업자 등 개인이 마스크 300장 넘게 휴대한 채 출국하는 일도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수출을 포함해 마스크의 국외 반출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것이다.

출처: 동아일보
3월 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농협하나로마트에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그럼에도 마스크 대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마스크를 사려고 마트, 우체국 등 앞에 줄을 길게 서있는 것도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심지어 소소한(?) 마스크 절도 사건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에 살고 있는 한 제보자는 지난 2일 "아파트에서 집집마다 마스크를 나눠주면서 현관문 앞에 2장씩 두는데, 한 이웃주민이 집주인 없는 틈을 타 문 앞에 놓인 마스크를 훔쳐가버렸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3일 최근 마스크 공급이 차질을 빚는 데에 대해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을 위해 현재 50%인 공적 판매 비율을 더 높이고, 중복 구매를 막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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